시사 - 역사/손석희앵커브리핑(2019)

[손석희의 앵커브리핑] 3.27(수) '저는 진짜 주주 OOO입니다!'

Buddhastudy 2019. 3. 28. 19:05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지난 20073월 현대자동차 주주총회장이 웅성거렸습니다.

저는 현대차 진짜 주주 ㅇㅇㅇ입니다

 

한 손을 번쩍 들었던 열일곱 살의 소년.

일본 자동차 회사가 미국에서 위협적으로 로비를 강화하고 있다는데

어떻게 대처하실 생각입니까?

여기 현대차 직원들이 상당히 많은데 본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주총장에 동원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질문과 지적은 이어졌고 답변하던 회사의 부회장은 진땀을 흘렸다는 후문입니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예상치 못한 학생의 출현에 시선을 모았고

당시 저도 제가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 학생을 인터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짜고 치는 고스톱 같았다.”

주총장에 처음 참여해본 그의 한 줄 소회였습니다.

 

3월은 주주총회가 몰려있는 달이지요.

회사의 실제 주인인 주주들이 주요 안건을 분석하고 판단해서 결정하는 자리

 

미세먼지 속 회의장 입장에만 3시간...’

삼성전자 주총... 주요 안건 박수 통과에 소액주주들 항의

 

그러나 그것은 교과서적인 정의였을 뿐,

우리의 기업 문화에서 실제 주인이 주인의 행세를 해본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 대한항공 주주총최는 이변이었을까...

조양호 사내이사 선임의 건은...

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물론 당장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진 못하겠지만 기업의 진짜 주인인 주주들이 던진 경고의 메시지는 분명해 보였습니다.

 

시민들을 두렵게 하는 것은 그들의 지나간 망언이 아니다.

앞으로 그들이 갖게 될 힘이다...

상습적인 폭력을 저지르며, 국민을 미개한 존재로 보는 이들의 지배

-손아람 <세계를 만드는 방법>

 

작가 손아람은 거듭된 갑질보다 더욱 두려운 것은 그들이 여전히..

또 앞으로도 손에 움켜쥐고 있을 권력이라고 말합니다.

 

이미 열일곱 살 소년이 짜고 치는 고스톱판이라고 정의내린 경제 권력의 견고한 장벽.

그래서 오늘 일어난 이변 아닌 이변은

그 견고한 장벽을 허물 균열의 시작이며

이런 균열이야말로 이제는 스물아홉 청년이 되어있을 그 소년이

좀 합리적인 세상을 꿈꾸며 던졌던 질문에 대한 대답일 수도 있다는 것.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