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도도새는 날개가 있으나 날지 않았습니다.
날아다닐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새가 살던 인도양의 섬나라 모리셔스는 먹이가 넘쳐나는 곳인데다 천적도 아예 없었으니까요. 몸길이 1m에 몸무게만도 최대 20kg이 넘는 이 새는 날아다니는 대신 뒤뚱뒤뚱 걸어 다니면서 바닥에 떨어져 지천에 널린 과일을 먹고 살았습니다.
날개가 있으되 날아다닐 필요조차 없었던 풍요로운 환경이었지요.
그러나 행운은 그리 길게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살지 않았던 섬에 선원들이 하나둘 들어오게 됐고 그 사람을 따라 쥐나 원숭이 따위의 천적도 함께 들어온 것…
익숙한 풍요로움에 젖어 변화하지 않았던 도도새는 사람의 사냥과 천적의 영향으로 결국 멸종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빙하기 직전의 공룡 정당-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바른미래당은 공룡도 아니고 빙하기 지난 도롱뇽- 장진영 바른미래당 전 동작을 지역위원장
'빙하기 직전의 공룡' 아니 '빙하기 지난 도룡뇽'
선거참패 후에 야당의 뒷자리에서는 때 아닌 비유가 난무하고 있는 중입니다.
어제 또 다른 야당에서 등장해서 화제가 되었던 이 비유들은 하나같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도태됐거나 도태될 위기에 있는 생명체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과학적으로 그 멸종의 시기가 맞느냐 안 맞느냐 하는 호사가들의 입담을 뒤로 하고라도…
보수층과 야당의 위기의식은 적어도 민주사회의 구성원이라면 귀담아 듣고 공유할 만한 것이었습니다.
"새는 좌우의 날개가 균형점이 맞아야" -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
"새도 두 날개로 날듯이 국가도 마찬가지" - 김태호 자유한국당 전 의원
"하늘을 나는 새는 양 날개가 튼튼해야" -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
아이러니하게도 보수 진영에서는 가장 진보적인 학자가 펼쳤던, 이른바 양날개론을 설파한 바도 있지만, 이미 한참 전부터 시작된 그 변화들을 외면한 채 스스로가 한쪽 날개를 퇴화시켜버린 것이라면… 이제는 도도새의 교훈을 되새겨 봄직도 하지 않을까…
날개 없이도 얼마든지 편하게 지천에 널린 과일들을 먹고 살면 되었던 그 풍요로웠던 환경은 어느 사이엔가 사라져 버리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더 이상 바닥에 굴러다니는 풍요로운 과일 열매 따위는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놀랍게도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이 모든 상황을 만들어 낸 주인공 중 한사람 역시 이런 비유를 세상에 내놓은 바가 있었습니다.
"도도새가 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해 나가야 한다"
- 2014년 5월 26일 공공기관 정상화 워크숍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저작권: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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