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멜로디의 기타곡,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타레가의 기타곡으로도 유명한 알함브라 궁전은 스페인의 그라나다에 위치하는 이슬람 궁전인데요,
얼마 전 현빈과 박신혜 주연의 드라마에도 등장했죠.
이슬람교에서는 우상 숭배를 금지해서 사람이나 동물 그림을 그릴 수 없기 때문에 알함브라 궁전은 온통 기하학저인 아라베스크 무늬로 장식돼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에서 스카프를 기획할 때 디자이너를 알함브라 궁전으로 출장 보낼 정도로 알함브라 궁전의 다채로운 모자이크는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어 왔습니다.
동일한 형태를 반복 배치해서 빈틈이나 겹침이 없이 평면이나 공간을 완벽하게 채우는 것을 순 한글로 ‘쪽매맞춤’ 영어로 ‘테셀레이션’이라고 합니다.
알함브라 궁전의 모자이크도 테셀리이션인 거죠.
네덜런드의 미술가 에셔는 알함브라 궁전을 가득 메운 기하학적 패턴에서 영감을 받아 테셀레이션 창작에 몰두했습니다.
에셔는 평행이동, 대칭이동, 회전이동, 미끄러짐 반사의 4가지 합동변환을 적용해 다양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평행이동과 대칭이동은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으로 좀 어렵게 들리지만 실상 용어만 다를 뿐 초등학교 4학년부터 나옵니다.
평행이동은 ‘밀기’ 대칭이동은 ‘뒤집기’ 회전이동은 ‘돌리기’입니다.
에셔의 ‘페가수스’라는 작품 보시죠.
페가수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날개 달린 말이죠.
폐가수스 한 마리를 그린 후 평행이동을 이용해서 테셀레이션을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모양으로 시작해도 테셀레이션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합동변환을 통해 면을 채우기 위해서는 처음 모양을 만들 때부터 테셀레이션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에셔의 도마뱀이라는 작품을 보시죠.
먼저 정육각형에서 시작합니다.
한 부분을 잘라내고 회전이동 시키고, 평행이동 시켜서 붙입니다.
여러 번 “잘라내고, 회전이동과 평행이동, 그리고 붙이는” 과정을 통해 도마뱀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도마뱀을 회전이동 시키면 테셀레이션 작품이 만들어집니다.
에셔는 말과 개구리 이외에도 새, 도마뱀, 물고기, 나비 등을 모티브로 다양한 테셀리션 작품을 남겼습니다.
Q1. 에셔는 동일한 대상을 반복하는 테셀레이션 작품만 남겼나요?
예술가들은 보통 하나에 안주하지 않죠.
에셔는 새로운 방식의 테셀레이션을 시도하는 데, 그 한 예가 변형 2입니다.
이 작품은 변형을 뜻하는 단어, METAMORPHOSE로 시작해
흑백 바둑판, 도마뱀, 벌집, 벌, 물고기, 새, 정육면체, 집, 체스판, 흑백 체스판으로
자연스럽게 변하다가 마지막에는 처음에 시작한 단어로 끝이 납니다.
1940년 발표한 이 작품은 높이가 20센티미터 밖에 되지 않지만, 길이는 4미터나 됩니다.
에셔 작품의 진가를 알게 된 수학계는 1954년 세계수학자대회에서 에셔의 작품 전시회를 개최합니다.
미술과 수학의 멋진 조우였던 거죠.
이때 에셔를 알게 된 캐나다의 수학자 콕세터는 쌍곡면에서 삼각형을 그린 스케치를 보냈고, 에셔는 이걸 작품으로 구현했습니다.
이어 에셔는 네 개의 ‘원 극한(circle limit)’ 시리즈를 발표했는데요, 여기서는 동일한 모양과 크기의 대상이 반복되는 게 아니라
크기가 확대되거나 축소됩니다.
‘원 극한4’의 경우 흰색 천사와 검은색 악마로 구성되어 있기에 ‘천국과 지옥’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Q2. 경복궁에서도 비슷한 문양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것도 테셀레이션인가요?
이슬람 문화권 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문화권에서 테셀레이션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경복궁 벽의 문양도 테셀레이션이죠.
전통 조각보도 마찬가지고요.
대칭을 이용한 기하학적 패턴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인류의 보편적인 특성인 것 같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데요
주위를 둘러보세요. 다양한 테셀레이션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저는 또 다른 흥미로운 수학의 안내자로 돌아옵니다.
커밍 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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