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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컬렉션–사이언스] 태초에 흙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Buddhastudy 2023. 12. 19. 19:50

 

 

태초에 그가 있었다!

 

지구의 속살이 쏟아져 나옵니다.

땅속에 묻혀 있던 칼슘, 철분 같은 무기물이죠.

모두 생명을 이루는 물질들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아무도 건드릴 수 없습니다.

그들이 나오기 전까지는요.

 

시간이 흘러 비와 바람이 돌을 식히면

그들은 비로소 모습을 드러냅니다.

뜨거운 용암이 식어 굳은 돌 위에 희끄무레한 얼룩이 보입니다.

이 얼룩들은 살아있습니다.

 

이 살아있는 얼룩은 돌을 깨고 부습니다.

아래쪽에는 뿌리처럼 생긴 곰팡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곰팡이는 돌을 녹이고 쪼개서 영양분이 되는 무기물을 흡수하죠.

이 영양분이 위쪽에 있는 녹조류까지 전달되고

녹조류는 광합성을 해서 에너지를 만듭니다.

 

곰팡이와 녹조류가 결합해 탄생한 이 얼룩은

지구 표면을 덮은 최초의 생물입니다.

덕분에 [지의류], 땅의 옷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죠.

 

우리 주변의 땅도 여전히 이 옷을 입고 있습니다.

극한의 환경에서도 살아남은 생명력을 가졌지만

이들의 진짜 이야기는 죽음 이후에 시작됩니다.

 

지의류가 부순 돌가루에

지의류의 사채가 섞여 생겨난 새로운 물질

모든 생명의 근원이며

우주에서 오직 지구에만 존재한다고 알려진 물질

[]입니다.

 

흙이 탄생한 후 하늘로 뻗은 기둥들이 생겨났죠.

그리고 이 기둥들은 더 많은 생명의 터전이 되었습니다.

 

 

흙 속을 보려면은 과학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멸균수에 흙을 넣고, 천 배 가량 희석한 다음

먹잇감이 되는 배지 위에 흙물 한 방울을 떨어뜨립니다.

불과 한 방울.

하지만 이 세계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입니다.

 

맹렬한 기세로 움직이는 이 녀석들은 [박테리아]!

찻숟가락 하나에도 오천여 종, 1억 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녀석들은 쉴 새 없이 주위에 산소와 온도를 측정하며

살 만한 곳을 찾아다닙니다.

 

흙은 바로 박테리아의 집입니다.

이 안에서 먹이를 먹고

이 안에서 식구 수를 늘려나가죠.

 

크기는 100만 분의 2m.

상상할 수 없는 크기로 흙에 딱 붙어서 흙의 일부처럼 살아갑니다.

 

녀석은 인산을 먹고 사는 박테리아입니다.

인산이 많아 영양 과다가 된 흙을

다이어트 시켜주는 녀석이 바로 박테리아.

비료를 많이 뿌린 땅에는 꼭 있어야 하는 녀석입니다.

 

이가 없는 박테리아는

온몸에서 분해 효소를 내, 온몸으로 먹잇감을 녹여 먹습니다.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는 것과 같은 이치죠.

 

박테리아는 크기보다 개체수로 살아가는 전략을 씁니다.

가장 빠른 녀석이 18분마다 분열해서

순식간에 개체수의 두 배로 불어납니다.

먹이, 온도, 습도만 맞으면 이틀 만에 온 지구를 덮어버릴 겁니다.

엄청난 폭발력이죠.

 

비가 온 뒤 산에서는 독특한 흙냄새가 납니다.

방선균이 분비하는 [지오스민]이라는 물질 때문이죠.

이렇게 [포자]를 만들어 번식합니다.

 

대부분 미생물은 축축한 낙엽 아래 많습니다.

이 허옇게 보이는 녀석은 곰팡이 덩어리인 [균사체].

물론 하나하나 보면 굉장히 작습니다.

 

곰팡이는 균사라는 가느다란 실을 뻗어

죽은 동식물의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흡수합니다.

동물로 치면 소화관이죠.

 

아무리 복잡한 화합물도 곰팡이를 만나면

가장 단순한 원소로 돌아갑니다.

지상에서 가장 유능한 청소부

이 기세로 곰팡이는 5km2의 지표면을 정복해 갑니다.

 

포자가 만드는 다양한 색깔

그만큼 다양한 종이 살고 있다는 증겁니다.

 

미생물들도 전쟁을 합니다.

서로 다른 두 종이 뻗어가다가 만납니다.

더 이상 자라지 못하죠.

서로의 성장을 억제하는 길항작용(다른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하는 기능)

병원성균도 이 길항작용 때문에 더 이상 자라지 못합니다.

 

게다가 흙 속에는 이런 곰팡이를 먹는 녀석도 있습니다.

지렁이처럼 꿈틀대는 이 녀석은 [선충]입니다.

투명하고 가느다란 실처럼 생겼죠.

 

선충은 주사기처럼 생긴 잎으로 균사에 구멍을 내

탄수화물, 단백질, 지질을 빨아먹습니다.

식물의 병을 일으키는 곰팡이

선충은 이 녀석들의 가장 무서운 천적입니다.

 

하지만 선충도 역으로 곰팡이의 먹이가 되기도 하죠.

곰팡이들이 만든 고리에 걸리면 꼼짝없이 밥이 됩니다.

곰팡이가 자신의 몸으로 만든 함정!

걸리면 끈적한 물질로 꼼짝 못 하게 하죠.

 

서로 먹고 먹히지 않는다면

세상은 곰팡이 천지일 겁니다.

 

 

언뜻 정지된 세계 같지만

흙은 수십억 생물들이 날마다 전쟁을 펼치는 소우주!

 

한때 살았던 모든 것들도

이들을 만나면 최초의 원소로 돌아갑니다.

 

미생물이 살고 있는 흙은

스펀지처럼 발로 밟아도 쉬 주저앉지 않습니다.

자세히 보면 곰팡이 균사가 흙 알갱이를 잡고 있습니다.

흙이 먼지처럼 날아가지 않는 것은

미생물이 그 안을 지키기 때문입니다.

 

모든 식물이 흙 속에 뿌리를 내리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이파리가 태양을 향해 뻗어갈 때

흙 속에서는 양분을 찾아 뻗어가는 뿌리

잎과 뿌리의 협동으로 식물은 자라죠.

 

적당한 공기, 알맞은 수분, 풍부한 영양소를 찾아

뿌리는 끊임없이 분열합니다.

지하 1미터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 흙 속에 새로운 길을 만듭니다.

 

적당한 곳이다 싶으면

옆구리에서 주변과 교류할 수 있는 뿌리털을 냅니다.

이 빽빽하고 섬세한 길로 물과 양분이 지나갑니다.

덕분에 이 속에서 살아가는 미생물들에게 전혀 새로운 환경이 생겼습니다.

 

뿌리에서 끌어올린 물은

엽록체에서 공기와 햇빛으로 합성하여

당류를 만들어 냅니다.

이렇게 얻은 당류 중 일부를 뿌리로 내려보냅니다.

 

광합성으로 얻은 당류 중 절반 정도는

다시 뿌리 끝으로 나갑니다.

그 당류를 얻기 위해 수많은 미생물들이 몰려듭니다.

 

평생 태양을 보지 못하는 지하세계!

미생물들은 뿌리를 통해 태양을 만납니다.

대신 뿌리에게 20가지가 넘는 무기, 영양분을 제공하죠.

미생물을 거느리는 범위, 이것이 뿌리의 영역입니다.

 

식물이 없는 맨 땅에는 미생물이 거의 없습니다.

둘은 한 몸처럼 살아갑니다.

 

그 미생물 중 하나

구슬처럼 생긴 이것은 [마이코리자(내생균근)]라는 곰팡이입니다.

식물에게 당류를 얻는 대신

뿌리가 갈 수 없는 좁은 틈까지 가서 양분을 얻어옵니다.

척박한 땅에서는 식물의 양분 흡수율을 2천 배나 올려주죠.

 

균사를 뻗어 식물의 뿌리 조직 세포에서 살아가는 마이코리자

이 때문에 식물에겐 뿌리가 30cm나 더 생겼습니다.

 

소나무는 척박한 곳에서도 뿌리를 잘 내립니다.

이 송이버섯균 때문입니다.

이 균은 소나무 뿌리를 촘촘히 둘러싸 뿌리의 표면적을 확장시킵니다.

 

흙에서 생명이 나는 건

이 작은 조절자들의 힘입니다.

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크기로

지구 전체를 흔들어 움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