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과학·북툰·SOD

[1분과학] 우주가 되는 법

Buddhastudy 2023. 12. 13. 19:55

 

 

눈을 떠서 세상을 보라

붉은 태양

푸른 하늘

위로 솟은 나무

향기로운 꽃

이게 다 뭘까?

 

전자가 지나간다.

전자가 통로를 지나간다.

이 작은 전자들이 통로를 지나갈 때

하나의 통로를 손으로 막아보자.

 

이 전자들은 자연스럽게

막히지 않은 반대쪽 통로로 나아가다가

두 번째 양 갈래에서 반씩 갈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엔 손으로 막지 않고

두 통로를 모두 열어보자

전자가 알갱이 같은 입자라면

한 통로를 열던 두 통로를 모두 열던

똑같이 마지막 갈래에 반씩 나눠져 갈 것이다.

 

하지만 전자는 모든 통로를 열어두자

정말 이상하게도

마지막 갈래에서 위 통로는 사용하지 않고

아래의 통로에 도달했다.

위 통로에 도달하는 전자는 사라졌다.

 

이렇게 기이한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전자가 입자가 아닌 파동으로 존재했기 때문이며

놀랍게도 이건 양자역학에서

수학적으로 계산이 가능한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통로를 손으로 막는 대신

어떤 통로로 지나가는지 우리가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전자는 파동이 아닌 입자로 움직였고

더 놀라운 건

어떤 통로로 지나가는지 관찰하지 않고

전자가 원래 지나가지 않았던 통로의 끝

그 통로의 출구에서 관찰해도

결과는 같았다.

 

그러니까 출구에서

내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전자는 마법처럼 입자가 되어

정상적으로 위쪽 검출기에 도달한다.

어떻게 알았을까? 내가 기다리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내가 관찰하고 있었다는 걸.

 

이 우주를 구성하는 입자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다시 눈을 떠서 세상을 보자.

우리에게 친숙한 이 세상은

방금 실험과 같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입자들로 만들어진 세상이다.

이 우주 전체가 이런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다면 저 붉은 태양과 푸른 하늘

위로 곧게 뻗은 나무와 향기로운 꽃은 뭘까?

 

세계적인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의

이 모든 것의 해답은

관계에 있다고 말한다.

 

저 커다란 태양을 보라.

저 말도 안 되는 크기의 태양은

우리에게만 크다.

푸르른 하늘을 보라.

저 하늘은 우리의 눈에 있어서만 푸르르다.

 

위로 뻗은 나무는

우리의 기준에서만 위를 향하고

향기로운 꽃은

우리의 코에서만 향기를 갖는다.

 

그들이 갖고 있는 모든 속성

모든 사물, 모든 생명체를 설명하는 그 모든 것은

모두 다 관계 혹은 상호작용이다.

 

태양도, 하늘도, 나무도, 꽃도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상호작용만이 존재한다.

 

폭발하는 태양은

수소 원자 4개가 헬륨 원자 1개로 합쳐지는

상호작용의 연속일 뿐이고

 

푸른색의 하늘은

태양에서부터 날아온 광자가

지구 대기의 공기 입자들과 부딪쳐 산란되는 상호작용일 뿐이고

 

향기로운 꽃은

꽃에서 생성되는 타르펜 분자가

우리의 후각수용체와 결합하는 상호작용일 뿐이다.

 

존재한다는 건

상호작용한다는 것이다.

 

이걸 다시 말하면

우주에는 상호작용만이 존재한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는가?

데카르트는 세상의 유일한 진리를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정말 진리를 알기 위해선

빼야 하는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

 

생각을 하는 그 어떤 존재

나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세상을 볼 때

나는 세상을 본다라는 건 사실이 아니다.

유일한 사실은

본다뿐이다.

 

내가 소리를 들을 때

나는 소리를 듣는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유일한 사실은

듣는다뿐이다.

 

내가 꽃에 냄새를 맡을 때 또한

유일한 사실은

맡는다뿐이다.

 

세상도 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하나의 커다란 상호작용일 뿐이다.

 

나를 포함해서 이 우주에는

어떤 한 독립적인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보다 더 정확한 사실이 있을까?

 

사람들은 양자역학에서

관찰할 때 파동이 붕괴하여 입자가 되는

기이한 현상을 두고

여러 가지 가설을 세웠다.

다중우주다’ ‘시뮬레이션이다

 

하지만 이건 모두 거시적으로 세상을 보며

직관이 형성된 우리가

연속적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만든 가설이다.

 

어떻게든 이 불연속적이고 이상한 현상을

연속적인 무언가로 거시적으로 자연스럽게 해석할 수 있도록 말이다.

 

하지만 이 세상을 구성하는 입자는

원래 불연속적이다.

어떤 속성을 갖는 독립적인 존재는 원래 존재하지 않는다.

어떠한 물체가 속성을 갖는다는 건

그저 그곳에 상호작용이 있다는 것이다.

 

입자들의 이런 행동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건

세상을 거시적으로 바라보는 우리의 착각이다.

이걸 받아들이면 이제 보일 것이다.

 

입자들이 왜 그렇게 움직이냐고?

왜냐하면 그 입자가 존재하는 게 아니라

상호작용만이 존재하는 거니까.

 

관찰자라는 건

내가 아닌 상호작용을 하는 우주의 일부분이다.

 

철학자 켄 윌버는 말했다.

선은 악이 있어 존재하고

삶은 죽음이 있어 존재한다.”

 

볼록한 선을 그을 때

동시에 나타나는 오목한 선처럼

안을 만들자 동시에 생겨나는 바깥처럼

선과 악

삶과 죽음

볼록함과 오목함

안과 밖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다.

그리고 나와 우주도 마찬가지다.

 

이 넓은 우주에

우리가 그은 나라는 경계는

아이러니하게도 사실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하나의 우주를 나타낸다.

 

나는 우주다.

과학적으로도 그런 것 같다.

 

--

안녕하세요, 여러분.

이번에 카를로 로벨리의 신작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출판되어

도서 내용을 활용해 영상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

영상 진짜 잘 만들었죠.

 

제가 대본을 쓰고

제가 읽으면서 감동을 받는 글들이 몇 개 있는데

이번 영상의 대본이 그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이번 영상의 영감은

바로 이 책에서 나왔습니다.

아무런 기대 없이 책을 펼쳤는데

이렇게 책을 읽는 내내 두근거리고

다음엔 또 무슨 내용이 나올지 몰라

걸어서 이동하면서도 읽었던 책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기쁜 마음으로

이렇게 책 소개를 합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저는 하나의 진리를 찾아왔던 사람입니다.

제가 찾던 그 진리를 말하는 책들을 보면

모두 표현 방법이 다를 뿐이지

다 같은 걸 말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진리가 존재한다고 생각하게 됐고

그렇게 깨달은 저만의 진리를

영상 <신이 되는 법>으로 만든 것인데

이번에 도서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카롤로 로벨리가 그 진리를 묘사하는 언어는

양자역학입니다.

이번 도서 정말 꼭 한번 읽어보셨으면 좋겠네요.

후회는 1도 없습니다.

도서 한 권에 다 담겨 있습니다.

그럼 저는 이제

다른 곳에서 상호 작용하러 가보겠습니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