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3)

[법륜스님의 하루] 전쟁 위기 고조, 한국 정부의 대북 외교 정책은 어떠해야 할까요? (2023.10.12.)

Buddhastudy 2023. 12. 19. 20:09

 

 

스님께서 말씀하신 통 큰 대북 외교 정책은

지금 한국 정부로는 실행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취해야 할 적합한 대북 정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또한 이 상황에서 국민들이 남북 관계를 바라보는 마음가짐은 어떠해야 할까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방법을 추진할 집단이 현재 없을 뿐입니다.

국민들은 각성이 덜 되어 있고

여야 정당은 권력을 잡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현재 한국 정부는 예전에 시도했던 대북 강경 정책을 재추진하면서

과거에는 효과가 나기 전에 멈추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효과가 날 때까지 더 세게 압박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는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도 현재 북한 문제를 풀려면

북한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는 쪽으로 가야 하지만

그렇게 하면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방법이 있어도 추진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과 빅딜을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약간 상식 밖의 행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트럼프 전 대통령 같은 사람은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고 그냥 추진해 버립니다.

이런 방식이 아니라면 북한은 다루기가 굉장히 어려운 나라입니다.

 

우리는 때로 북한이 벼랑 끝 전술을 펼치는 것 아니냐하고 생각하는데,

우리에게는 여러 선택지가 있지만

북한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 오직 외통수만 남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을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든지 안 들어주든지, 두 길밖에는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면

북한에 굴복했다’, ‘북한에 끌려다닌다하는 비판이 생기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는 사실 선택지가 없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치적 관점을 벗어나서 남북 관계를 바라봐야 합니다.

먼저 북한의 핵 대량 생산이

우리의 안보에 위협이 되느냐 아니냐를 판단해야 합니다.

북한이 핵을 만들기 전에는

북한 핵이 엄청난 위험이라고 하면서

6자 회담도 추진하고 적극적으로 나섰던 미국이

지금은 북한이 핵을 대량 생산하겠다고 하는데도 방관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위험하지 않다면

옛날에 위험하다고 판단했던 것이 틀린 것이고

옛날에 위험했다는 판단이 맞았다면

지금은 그보다 열 배는 더 위험한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일단 급한 불을 꺼야 하기 때문에

핵 동결을 위해서는 북한의 요구도 어느 정도는 들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은 줄기차게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의 철폐를

미국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 북미 관계 정상화를 바라고 있습니다.

북미 관계 정상화는 양쪽에 손해가 없습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돈이 들지 않아서 손해가 없고

북한의 입장에서는 핵을 동결하는 것이기 때문에

핵이 북한 밖으로 유출되지 않아 손해가 없습니다.

관계가 틀어질 경우 북한은 여차하면 핵을 다시 사용하면 되고

미국은 관계를 끊으면 됩니다.

 

지금 미국과 북한은 서로 불신 관계에 있기 때문에

서로 비용이 들지 않는 선에서

합의를 보고 신뢰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협상을 하기가 쉽습니다.

만약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한다면

그때는 핵 동결이 아니라 핵 폐기로 관계를 진전시키면 됩니다.

협상은 서로 주고받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때부터는 북한이 경제 개발을 위해서 지원이 필요하다고 하면

미국은 지원을 해주는 대신에

북한에게 핵 폐기와 같은 행동을 요구하면 됩니다.

지금껏 북한에게 경제적 지원을 해줄 테니 핵을 폐기해라하는 제안을 해도

소용이 없었던 이유는

북한 입장에서 안전이 담보되지 않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핵을 보유하게 된 지금의 북한을 상대로 할 때는

먼저 북한의 안전을 담보해 주고

그다음에 핵폐기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북미 관계에서 과거의 정책을 고집하면

북미 관계 정상화는 핵 폐기의 마지막 단계에 가능하다하고 생각이 고착화됩니다.

핵 폐기보다 북미 관계를 먼저 정상화하는 것을 두고

미국이 북한에게 양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는 북한이 핵을 개발하기 전의 얘기입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현재는 러시아가 전쟁을 하면서 유엔 안보리도 분열이 되었기 때문에

북한은 아무런 제재 없이 핵을 마음껏 만들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지금이 과거 어느 때보다 위험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해서는 과거의 정책을 고수한다면

그것은 매우 모순적인 판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제안을 해도 북한이 수용할지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에게는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뒷배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경제적으로 곤궁해서 주민들이 굶어 죽는 것은 북한의 약점이지만

유엔 안보리가 분열되어 있어서 외교적으로는 고립을 면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미국과 중국의 충돌로 인해

북한은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뒷배가 생겼습니다.

과거에는 미국과 중국이 결합해서 북한을 압박했는데

현재 북한의 상황은 경제적인 곤궁을 제외하고는

과거보다 훨씬 더 상황이 좋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북한을 다루려면 과거의 정책을 답습하기보다는

지금 상황에 맞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접근법은 간단합니다.

이럴 때는 합리성을 세세하게 따지거나 전문가의 이야기를 자세히 듣기보다는

통 크게 밀고 나가서 문제를 푸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지금 한국의 대통령도 약간 그런 자질이 있으니까

아직은 가능성이 있어요.

합리적이지 않은 것이 이런 문제를 풀 때는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지금까지는 남한이 주도권을 갖고 남북 관계를 푼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참가해서 물꼬를 트고

북한 정부가 대남 정책을 바꾸어서 관계가 풀린 것입니다.

 

이제는 한국 정부가 북한에 끌려다니지만 말고

국제 정세를 보면서

먼저 미끼를 던져 북한이 물도록 하는

보다 주도적인 해법을 시도하면 좋겠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이 가진 힘이 결코 작지 않습니다.

눈치 보지 말고 자신감을 갖고 한반도의 평화를 관리해 나가야 합니다.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과의 관계를 풀었듯이

북한과의 관계도 그렇게 과감하게 풀어야 합니다.

 

미국이 원하는 대로 일본과의 관계를 풀어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했으니

이제는 우리도 미국에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의 위기관리 방안에 동의해 달라하고

요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습니다.

한국 정부만 과감하게 상황을 끌고 나가면

북한 문제를 쉽게 풀 수가 있습니다.

특히 바이든 정부는 동맹을 굉장히 중요시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정부만 북한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가겠다고 하면

바이든 정부도 동의를 해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한국 정부가 과감하게 정책을 추진하면 좋겠지만

현재는 그렇게 진행이 안 되고 있습니다.

 

제가 워싱턴 D.C에서 미국 국무부 정보국에서 일했던 분과 만나서 대화를 해보니

기회를 다 놓쳤다’, ‘이제 끝이다하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미국에 사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고

저는 한국에 살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이 위기를 극복해야만 합니다.

 

미국이 대량 살상 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 북한에 경제 제재를 해왔지만

결과적으로 효과가 없었습니다.

역사적으로 경제 제재는 적대국에게는 효과가 없고

동맹국에게만 효과가 있다는 것이 이미 입증이 되었습니다.

 

미국이 만약 남한에 경제 제재를 가한다면 효과가 클 것입니다.

우리는 금방 항복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이 이미 적대국이 되어버린 북한에 경제 제재를 가하는 것은

효과가 없습니다.

 

북한에 경제 제재를 가했지만

대량 살상 무기의 개발을 막지 못한 것이 그 사례입니다.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는

결국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실패했다고 평가해야 합니다.

물론 경제 제재를 계속 유지하는 목적이

만약 북한 주민들을 괴롭히는 것이라면 성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굶어 죽고 병들어 죽은 주민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저는 미국 정부 관계자를 만나서

북한 경제 제재의 목적을 분명히 했으면 좋겠다고 요구했습니다.

경제 제재의 목적이 북한 주민들을 괴롭히는 것이라면 성공적이지만,

대량 살상 무기의 확산을 막는 것이라면 명백히 실패했습니다.

그런데도 경제 제재를 계속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미국 의회 관계자를 만나서 대화를 해보니

북한과 약속을 해도 북한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 아닌가?’ 하고 말했습니다.

저도 북한이 어떤 약속을 해도

약속을 잘 지키지 않을 것이라는 데 동의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북한과 약속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내버려 두는 것보다는 약속을 해놓고

약속을 지키라고 계속 압박을 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놓아두는 것보다는 약점을 잡고 계속 압박하는 것이 낫지 않나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약속을 해 놓고 계속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게 되면

횟수가 줄든 범위가 줄든

뭐가 줄어도 줄어들기 마련이기 때문에

실용적인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에 대사관을 내서

현지 감시망을 갖고서 계속 조사를 해나가면서 북한을 압박할 수 있습니다.

약속을 했기 때문에 계속 문제 제기를 하면서

여기도 조사해 보자’, ‘저기도 조사해 보자이렇게 요구하면

북한이 숨어서 몰래 무기를 개발하더라도

가만히 놔두는 것보다는 억제 효과가 있습니다.

 

마음껏 드러내 놓고 대량 살상 무기를 개발할 때보다는

그 속도를 늦추거나 멈추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명분에 사로잡혀서

항상 관념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기회를 계속 놓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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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첫째,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해야 됩니다.

남편과 아내 부부지간에도, 부모와 자식 간에도, 갈등을 없애려면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 됩니다.

항상 내 기준으로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면

부부간에 갈등이 생기고, 부모자식 간에 갈등이 생기고, 친구지간에 갈등이 생기고

나아가 국가 간에도 갈등이 생깁니다.

그래서 평화로 가기 위해서는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 됩니다.

 

존중이란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한다는 뜻입니다.

상대를 존중한다는 것은 상대를 떠받든다는 뜻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나는 부처님을 믿는다’, ‘너는 하느님을 믿는다

이렇게 믿음이 다름을 알았을 때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존중입니다.

당신의 믿음은 그렇군요’, ‘당신의 생각은 그렇군요’, ‘당신의 취미는 그렇군요

이렇게 믿음, 생각, 취미가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는 것이 존중입니다.

존중은 특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둘째,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하고

이해를 해야 합니다.

이해 없는 사랑은 폭력입니다.

상대에 대한 이해 없이 자기 생각대로 네가 좋다하고 말하면

상대의 입장에서는 성추행이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상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상대에 대해서 속속들이 알아야 하는 것이 이해가 아닙니다.

이해란 상대가 어떤 행위를 하든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 수가 있겠구나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러면 화가 나지 않습니다.

내가 동의는 못하더라도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

이렇게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에 대해서도, 이스라엘에 대해서도,

각자의 입장을 우리가 이해는 할 수가 있습니다.

상대가 옳다하고 받아들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이해를 할 수가 있어야 화가 나지 않는 상태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조율해 나갈 것인지 방법을 찾을 수가 있습니다.

 

화가 나면 폭력으로 제압하는 쪽으로 나아가게 되지만

이해를 하게 되면

어떻게 문제를 풀 것인가?’ 하고 탐구하는 자세로 나아가게 됩니다.

이런 관점을 가질 때 우리는 평화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