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남편과 딸이 싸울 때 중간에서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2024.01.16.)

Buddhastudy 2024. 2. 13. 19:59

 

 

제 고민은 남편과 딸 사이의 갈등입니다.

남편은 흠잡을 데 없이 성실합니다.

본인이 부끄러워할 정도로 회사에서도 애처가라고 소문이 자자하다고 합니다.

딸도 학교에서 본인의 역할을 잘하고 있고 심성이 착합니다.

그런데 두 사람이 만나기만 하면 뭔가 삐걱대면서 자꾸 다툽니다.

아이들이 정리하지 않고 많이 어질러 놓는 버릇이 있는데

최근에는 제가 없을 때 남편이 딸에게 심하게 짜증을 낸 것 같아요.

사춘기에 접어든 딸이 이에 반박하고

남편은 딸의 행동이 버릇이 없다고 야단을 치면서 서로 크게 다툰 것 같습니다.

그 후 며칠 동안 서로 대화를 안 하고 있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는 제가 중간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런 상황이 자주 반복이 되어

남편도 설득해 보고 딸도 설득해 보지만 걱정이 됩니다.

스님처럼 권위가 있는 분의 말씀을 들으면

딸과 남편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강연장에 두 사람을 데리고 왔습니다.//

 

 

남편과 딸이 갈등을 일으키는데

스님이 좋은 말로 두 사람의 갈등을 해결해 달라는 거예요?

그런데 질문자의 남편과 딸이 갈등을 일으키는 게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많이 줄까요,

지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하는 게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줄까요?

 

스님이 만약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질문자의 남편과 딸이 싸우는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하겠어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먼저 해결해야 하겠어요?

 

...

 

미국이 세계 질서의 구심점 역할을 어느 정도하고 있는데

왜 미국은 미국보다 약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하고 있는 것을 막지 못하는 걸까요?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싸우는 것도 중재하지 못하고 있고

남북한이 서로 다투는 것도 중재하지 못하고 있잖아요.

그렇게 큰 국력을 가진 나라도 힘이 작은 나라의 싸움조차 중재하지 못하는데

질문자는 남편이나 딸보다 힘이 강한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 질문자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서 무슨 역할을 할 수 있겠어요?

 

...

 

지켜보지 않고 무슨 역할을 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질문자가 보기에 남편과 딸이 싸우는 내용이 별일 아니라면

그 둘이 싸우는 일도 별일이 아니지 않을까요?

 

...

 

남편과 딸이 각자 나름대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을

질문자는 별일이 아니라고 보면서

왜 두 사람이 싸우는 것은 별일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질문자도 두 사람이 싸우는 것이 별일 아닌데

이를 별일이라고 생각해서

또 두 사람과 다툼이 계속 반복되는 겁니다.

사실은 모든 것이 다 별일이 아닙니다.

나의 관점에서 볼 때

별일이 아닌 것이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별일이 된다는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

 

가족이 화목 하려면 일단 질문자가 말을 하지 않아야 해요.

지금 질문자는 남편과 딸이 싸우는 것을 시비하고

남편은 딸을 시비하고, 딸은 남편을 시비하고 있잖아요.

세 명이 다 싸우면 시끄러우니까

한 명이라도 조용히 있으면 덜 시끄럽지 않겠어요?

 

...

 

체하는 것은 본인의 문제이지 남편과 딸의 문제는 아니잖아요?

부녀지간에 의견이 서로 달라서 그러는 것인데

질문자가 체할 이유가 뭐가 있는데요?

 

...

 

지금 질문자는

본인은 아무런 문제가 없고 두 사람만 문제가 있다.’ 하는 관점을 가지고 있어요.

두 사람이 본인의 말을 안 듣고 계속해서 갈등을 지속하니까

스님께 데리고 가서 야단을 맞게 해야겠다는 심보로

이곳에 온 겁니다.

 

사실 이 문제는 딸의 문제도 아니고, 남편의 문제도 아니고,

질문자 본인의 문제예요.

질문자에게 두 사람이 서로 싸우는 게 별일이라고 생각된다면,

남편도 또한 딸이 방을 어지럽히고 말을 안 듣는 게 별일이라고 생각되는 겁니다.

딸도 또한 아빠의 잔소리가 별일이라고 생각되는 거예요.

 

지금 질문자는 별일 아닌 일로 싸우고 있는 두 사람은 문제가 많고

본인만 문제가 없는 걸로 착각하고 있는 겁니다.

딸이 정리하지 않고 어질러 놓아도

남편이 그냥 딸을 내버려 두면 좋지 않을까?’

남편이 잔소리를 좀 해도 딸이 좀 이해해 주면 좋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면서

본인은 두 사람 싸움을 별일이라 여기고

그 사이에 끼어들어 다툼을 조장하는 겁니다.

본인도 고치기 힘든데

남편과 딸의 관점을 바꾸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스님의 법문은

딸이나 남편이 들어야 할까요, 질문자가 들어야 할까요?

 

...

 

두 사람은 아무 문제가 없어요.

질문자만 조금 정신을 차리면 될 것 같아요.

그래야 집안이 화목해집니다.

별일 아닌 걸로 싸우냐? 가정이 화목해야지

이건 질문자의 고집이에요.

화목이라는 이름과 법륜스님이라는 이름을 빌려서

자꾸 잔소리하고 훈계하고 고치려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남편이 질문자의 훈계를 듣겠어요?

딸이 아빠 말도 안 듣는데 엄마의 훈계를 들으려 하겠어요?

그런 생각을 버릴 때 화목으로 가는 첫발을 내딛게 되는 거예요.

 

둘이 서로 싸우는 모습을 그냥 구경하면 돼요.

아버지와 딸이 저렇게 싸우는구나!’

저런 일로 싸우는구나!’

이런 마음으로 구경하면 됩니다.

 

청도 소싸움 구경하듯이

누구 소가 이기나?’ 이러면서 보면 재밌잖아요.

남편을 불러서

애한테 못 이겨?’ 이렇게 얘기해 주고,

딸을 불러서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데 너는 지겠다.’

이렇게 슬슬 약이나 올리면서 구경을 해보세요.

그러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동네가 시끄러워서 경찰에 신고가 들어갈 정도가 아니라면

제가 볼 때 그 정도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

 

그런 얘기하면 꼰대라 그래요.

요즘 아이들은 사랑한다는 표현을 꼭 잔소리로 해야 하나?’

이렇게 바로 대꾸합니다.

옛날하고 달라요.

 

...

 

질문자가 딸을 어렵게 가졌지, 아이는 그 사실을 몰라요.

질문자는 오직 자기 생각만 하고 있는 겁니다.

 

딸이 어지럽혀 놓아서 남편이 잔소리한다면

남편이 딸보다 정리 정돈을 잘한다는 얘기 아니에요?

 

질문자와 남편 중에 누가 더 많이 어질러요?

 

아이는 부모를 따라 배웁니다.

딸이 아빠를 닮았네요.

딸이 아빠를 닮은 것인데 너무 당연한 결과 아닌가요?

 

원래 닮은 사람끼리 잘 싸워요.

그 정도는 가볍게 봐주면 됩니다.

우리는 지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도 그냥 보고 있고

북한과 남한의 지도자들이

새해 벽두부터 전쟁한다고 험한 말을 해도

그냥 보고 있잖아요. 어떡할 겁니까?

 

질문자는 이 정도는 내가 해결할 수 있다이렇게 생각하는데

해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도저히 해결이 안 되니까 저한테 물으러 온 거겠죠.

남편과 딸의 갈등을 해결하는 게 남북한 문제 해결하기보다 더 어려워요.

그런 문제는 해결하려고 하면 안 돼요.

그냥 지켜보면서 남편에게는

애 때문에 당신 힘들지?’ 하면서 격려해 주고,

아이에게는

아빠 때문에 힘들지?’ 하면서 격려해 주면 저절로 해결돼요.

 

질문자는 자기도 똑같으면서 약간 우월 의식을 갖고 있는 겁니다.

오늘 저와의 대화에서 질문자가 깨달아야 하는 것은

저 둘과 내가 똑같다. 오히려 내가 더 모자란다.’ 하는 겁니다.

 

남편과 딸을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게 우월 의식입니다.

너희 둘이 싸우면 안 된다. 내가 그 정도는 해결한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안 돼요.

 

질문자나 뜯어고쳐요.

 

그냥 내버려 두어요.

부녀지간에 싸우면서 큽니다.

둘 다 어린애라서 그래요.

싸우면서 크는 것이니까 많이 싸워라.’

이렇게 응원하면 돼요.

말리니까 자꾸 싸우는 겁니다.

오히려 응원해 주면 안 싸워요.

 

부녀지간에 싸우는 것을 해결하는 일이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쉬운 일이 아닙니다.

숫제 남북문제를 풀었으면 풀었지,

인간관계 갈등은 정말 풀기가 어렵습니다.

 

질문자가 남편과 딸을 강연장에 데려왔기 때문에

앞으로 더 피곤해질 거예요.

이제 질문자가 뭐라고 잔소리하면

남편도 딸도

너나 잘해라, 스님이 뭐라 그러더냐이렇게 바로 말대꾸할 겁니다.

그래서 절대 상대를 강연장에 데리고 오면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