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남편이 없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게 불편합니다. (2024.02.19.)

Buddhastudy 2024. 3. 4. 19:45

 

 

저는 불교대학 진행을 맡고 있습니다.

법회를 마치고 마음 나누기를 하다 보면

남편 얘기라든지 자식 얘기 등 가족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됩니다.

사실 저는 제 개인적인 얘기를 안 하고 자연스럽게 넘어가고 싶지만

사실대로 얘기를 하지 않으면

저 자신이 불편한 마음이 많이 일어납니다.

남편과 사별을 한 이후로 그 이야기를 안 하고 싶은데

새로운 교실이 만들어져서 마음 나누기를 진행하게 되면

걱정부터 앞섭니다.

마음 나누기를 진행할 때는

학생들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의식도 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마음 나누기를 할 때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요?//

 

 

질문자는 남편이 없다는 것에 대한 열등의식이 좀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남편이 없는 것은 좋은 면도 있습니다.

꼭 나쁘게만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제가 시골에서 할머니들을 데리고 소풍을 가보면

남편 있는 할머니들만 못 가요.

왜냐하면 영감님을 돌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남편 없는 할머니들은

어디든지 자유롭게 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남편이 살아있는 동안 함께 살아보기도 했고,

이제 애들도 다 컸으니

본인은 자유로운 몸이 되어 인생을 사는 겁니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자꾸 신경 쓴다는 것 자체가

열등의식을 갖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남편이 없는 여자라는 사실을 드러내면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하는 생각을 탁 털어버려야

수행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사실에 너무 구애받지 않으면 좋겠어요.

 

누가 남편은 뭐해요?’ 이렇게 묻는다면

, 남편은 먼저 좋은 데로 갔습니다이렇게 대답하면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굳이 얘기를 할 필요는 없어요.

진실이 아닌 말을 할 때 거짓말이라고 하는 것이지

내가 말을 하지 않는 것을 거짓말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불교대학을 진행하면서 가족 얘기까지 굳이 시시콜콜하게 할 이유가 없잖아요.

 

마음 나누기를 할 때는

내 마음이 기쁘면 기쁘다고 말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하면 됩니다.

다만 질문자는 진행자라는 직책이 있으니

화가 나고 짜증이 난다는 얘기를 너무 많이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진행자는

화와 짜증이 일어나지 않는 세계로 나아가는 길을

안내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거짓말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런 얘기를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혹시 정토회에 대해서 불만이 있더라도

정토회의 지도 그룹에 제안을 해야지

학생들에게 불만을 얘기하는 것도 맞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학생들은 정토회를 배우러 온 사람들인데

그들한테 불만을 얘기한다고 해서 개선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닙니다.

그 말을 해야 될 상대에게 말을 해야지

관계없는 말을 할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학생들과 마음 나누기를 하면서

저는 남편이 먼저 죽어서 혼자 삽니다이런 말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진행자는 학생들을 안내하는 역할에 충실해야지

그런 사적인 얘기를 할 필요가 없어요.

그런 얘기를 안 한다고 해서 심리적으로 부담을 가질 필요도 없습니다.

또 그런 얘기를 누가 물으면 편안하게 얘기하면 되고요.

 

하늘나라가 얼마나 좋은지 먼저 가셨습니다.

저는 조금 후에 가려고 지금은 봉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약간 열등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말을 안 해도 걸리고,

말을 해도 걸리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