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어떻게 하면 시어머니 노릇을 잘할 수 있을까요? (2024.05.31.)

Buddhastudy 2024. 6. 10. 19:31

 

 

저는 내년에 아들이 장가를 가서 시어머니가 될 사람입니다.

결혼 준비는 자기들이 알아서 한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먼저 시어머니가 된 여러 선배 시어머니들의 살벌한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시어머니가 되는 게 기쁘기보다는 염려가 많이 됩니다.

며느리 노릇도 엄청 힘들었는데

시어머니 노릇은 더 힘들 것 같아요.

시어머니가 되어서도 가볍고 편안하게 살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보기에 질문자는

지금 자기 아들이 장가간다고 자랑하고 있는 것 같네요.

'우리 아들 장가가는데 스님은 아들 없죠?' 하고 얘기하는 것 같아요.

 

며느리 노릇은 내가 안 하고 싶다고 안 할 수가 없습니다.

결혼을 하게 되면

내 남자의 어머니가 계시니까 며느리 노릇을 안 할 수가 없어요.

며느리 노릇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할 수밖에 없었지만

시어머니 노릇은 내가 안 하면 됩니다.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면

시어머니 노릇을 하고 싶다는 것 같아요.

시어머니 노릇을 하기 싫으면 그냥 안 하면 됩니다.

시어머니 노릇이 얼마나 힘든지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이유는

'나는 시어머니 노릇을 안 하겠다'

이렇게 내가 입장을 정해버리면 되기 때문입니다.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

시어머니 노릇을 안 하는 방법은 이렇게 쉽습니다.

 

...

 

며느리가 34살까지 키운 남자를 데려가니까

본전을 좀 뽑겠다는 얘기지요?

 

...

 

그러니까 시어머니 노릇을 안 하면 된다니까요.

질문자는 시어머니 노릇을 하고는 싶은데

어떻게 하면 잘하는지 고민을 하고 있어요.

시어머니 노릇을 가장 잘하는 방법은

시어머니 노릇을 안 해버리는 거예요.

그러면 고부간의 갈등은 애초에 없습니다.

 

아들 부부가 오면 이웃집 젊은 부부가 놀러 왔나 보다이렇게 생각하고

잘 대해주면 돼요.

이웃집의 젊은 부부한테는 간섭을 안 하잖아요.

시어머니 노릇을 잘하는 방법은 일체 간섭을 안 하는 것입니다.

 

시어머니 노릇을 나는 안 하겠다’,

나는 시어머니가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돼요.

그게 뭐가 어렵다고 그래요?

젊은 부부가 오면 그냥 밥 해주고

이렇게 저렇게 대우만 해주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문자가 자꾸

'내가 얼마나 아껴서 키운 아들인데

네가 공짜로 데려갔으니까 나도 본전 좀 뽑아야 되겠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고민이 되는 겁니다.

 

며느리가 집에 올 때마다

'밥도 네가 하고, 청소도 네가 해라',

'나한테 와서 절도 해라' 이런 요구 조건을 붙이니까

며느리들이 힘들어하는 거예요.

 

며느리는 결혼할 때 남자만 보고 결혼했지,

그 남자 등 뒤에 늙은 여자가 있는 줄 미처 생각을 못했어요.

알기는 알아도 그게 가슴에 안 다가왔어요.

그런데 막상 결혼해서 보니

뒤에 늙은 여자가 딱 붙어 있어요.

그래서 힘든 거예요.

한 남자를 두고 두 여자가 경쟁을 하게 되니까 힘든 겁니다.

 

질문자가 아들의 등 뒤에 붙어 있는 늙은 여자 노릇을 딱 끊어버리면

며느리는 질문자와 전혀 시비할 일이 없습니다.

아들이 장가 안 가고 집에 있으면

심부름을 시킬 수도 있고, 좋은 점도 있지만

걱정이 되잖아요.

그런데 어떤 여자가 와서 고민거리를 해결해 주니까

얼마나 고마워요?

항상 '우리 아들과 살아줘서 고맙다'

이렇게 생각하면

저절로 시어머니 노릇을 잘하게 됩니다.

 

...

 

한 남자를 두고 젊은 여자하고 늙은 여자가 경쟁을 하면

늙은 여자가 아무리 노련해도 경쟁에서 이길까요, 질까요?

 

대다수가 젊은 여자에게 집니다.

그러니 아예 경쟁을 안 해야 돼요.

이제 결혼했으니까 남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웃집 젊은 부부가 놀러 왔다이렇게 생각해야 해요.

내 아들이라고 생각하면

'며느리 역할을 어떻게 해라' 하고 자꾸 요구가 생기기 때문에

갈등이 일어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질문자가 딸 집에 갔다고 합시다.

딸은 아침에 누워 자고, 사위가 일어나서 음식을 차려놓고 애들 밥도 먹이면,

질문자가 볼 때 보기 좋을까요, 안 좋을까요?

 

그런데 아들 집에 갔는데,

며느리는 자고, 아들이 일찍 일어나서 밥을 하고

애들 밥 먹이면 기분이 나쁠까요? 안 나쁠까요?

 

...

 

질문자가 좋은 시어머니가 되기 어려운 이유를 아시겠어요?

'우리 아들이 참 훌륭하구나. 제 아버지를 안 닮아서 다행이다'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질문자도 남편이 그렇게 해주기를 원했잖아요.

우리 남편이 못해준 것을 우리 아들은 저렇게 잘하니 참 보기 좋다이렇게 생각하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딸네 집에 가서 사위가 밥을 하는 모습은 좋아 보이는데

아들네 집에 가서 아들이 그럴 때는 눈이 뒤집히잖아요.

그래서 고부간에 갈등이 생기는 겁니다. 이해가 되셨어요?

 

질문자는 좋은 시어머니가 되고 싶어요?

아니면 아예 시어머니 노릇을 안 하는 게 좋겠어요?

 

. 잘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