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역사/손석희앵커브리핑(2018)

[손석희의 앵커브리핑] '말로 하는 전쟁은 끝났다'

Buddhastudy 2018. 4. 25. 19:00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말로 하는 전쟁은 끝났습니다.

언제 다시 시작될지도 모를 일이지만 적어도 지금은 멈췄습니다.

 

하긴 멈췄다가 다시 시작되길 수차례

그러니까 지금 조용하다 해도 언젠가 또다시 이 말로 하는 전쟁이 시작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물론 이 역시 휴전이 아닌 영원한 종전이기를 바라지만 말입니다.

 

상대에 대한 비방.

그리고 후렴처럼 덧붙이던 아이돌의 노래들.

단순해서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것은 상대방의 폐부를 찔렀던 모양입니다.

핵과 미사일을 자랑하던 상대도 이런 아날로그적인 선전전이 더 아팠나 봅니다.

 

이제 사흘 뒤면 남북 정상회담.

그리고 이어질 역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

역사의 커다란 수레바퀴 아래서 들려온 대북 긴장 완화의 첫 소식은 다름 아닌 대북 확성기 방송의 중단.

 

우리는 그동안 겨우 이 정도의 전진도 이뤄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일까

지금으로부터 불과 3년 전의 앵커브리핑을 소환해보겠습니다.

3년 전이라 함은 바로 어제(23) 멈춘 대북 확성기 방송이 다시 시작되던 해였습니다.

 

목함지뢰 사건으로, 그 공허하기만 했던 통일대박론은 쑥 들어갔고 남쪽은 대북 확성기를 재개하던 시기였습니다.

물론 그 대북 확성기마저도 납품 비리로 인해서 북쪽 멀리까지 소리가 닿지도 않았다는 블랙 코미디는 차치하지요.

 

"대북방송의 마무리는 으레 유미리의 '젊음의 노트'였다"

그날의 앵커브리핑은 지난 90년대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이렇게 기억하면서 다시 시작됐던 대북방송을 역사의 도돌이표라고 칭했습니다.

 

그렇게 재개됐던 대북 확성기 방송.

그 방송의 마지막 노래는 이제 무엇이 될까가 궁금하다고 했는데

 

유미리로부터 아이유로의 변화가 우리가 겨우 이뤄낸 진전이라면 그것도 누군가의 통일대박론만큼이나 공허한 것은 아닌가

 

말로 하는 전쟁.

확성기와 확성기가 맞고함을 치던 시대를 이제야 다시 뒤로 하는 오늘.

 

3년 전 그 앵커브리핑의 마무리를 인용합니다.

너희들은 왜 70년 전의 싸움을 아직도 싸우고 있는가를 그 끊어진 다리는 가혹하게 묻고 있었다.

- 김훈 < 강의 노래 > 중앙일보 201576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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