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그라운드(2019)

할 일을 중간에 그만두면 더 생각나는 이유 (feat. 기억의 심리학)

Buddhastudy 2019. 4. 11. 20:30


인생에서 우리는 여러 종류의 숱한 시험들을 치러왔습니다.

그것이 수능시험이든 자격증 시험이든

시험을 보기 전까지 모든 내용들을 머릿속에 떠올리려 무던히 애썼고

그렇게 시험을 치르고 모든 게 끝이 나면

그간 공부해왔던 모든 내용들이 평생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 지금

여러분들의 머릿속에 그때의 시험 내용들은 얼마나 남아있습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시엔 뚜렷하게 남아있던 모든 내용을

시험을 끝마치고 돌아서면 선명히 떠올리지 못하고

머릿속에서 누가 삭제 시켜버린 것만 같은 경험을 합니다.

 

임무가 끝나고 다음 단계로 넘어섰다는 자각을 하게 되면

이전에 노력해왔던 문제는 우리의 기억에서 쉽게 지워지는 것이죠.

 

그런데 반대로 임무가 아직 끝나지 않아 다음 단계로 진입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 때

우리는 끝나지 않은 임무를 계속해서 붙잡고 싶어집니다.

그 결과 언제 어디에서든 그 문제를 무의식 중 생각하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 때의 기억을 더욱 선명히 떠올리게 되죠.

 

이처럼 사람들은 잘했던 일보다

끝내지 못하거나 아쉽게 미련이 남는 일들을 더 오랫동안 기억하는데

이는 실패를 결과가 아닌

성공이라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 진행 중인 상태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인생에서 성공했던 경험보다는

실패의 경험이 더 오래 남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패턴을 보이기 때문이죠.

이러한 현상을 자이가르닉 효과라고 합니다.

 

1927년으로 넘어가 러시아의 심리학자 자이가르닉은

동료들과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도중

그냥 왠지 모르게 주문을 받는 웨이터를 유심히 관찰했습니다.

 

많은 가짓수의 음식에 음료에 후식까지 더해진 주문내용은 상당히 복잡해보였습니다.

그런데 그 웨이터는 메모도 따로 하지 않고

바쁜 걸음으로 주문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한 치의 틀림없이 모든 음식에 음료에 후식까지 가져왔죠.

보통이 아니군. 엄청난 기억력이야...”

 

즐거운 식사와 웨이터 관찰을 끝낸 자이가르닉은

두고 온 소지품 때문에 다시 그 식당에 들렀는데

이때 그녀는 잊지 못할 경험을 하게 됩니다.

 

엄청난 기억력을 가진 것 같았던 그 웨이터가

방금 식당에서 나간 자신을 아예 기억조차 못 했기 때문이죠.

 

그녀는 웨이터에게 아까 무슨 음식을 주문했는지 기억하냐고 물어보았고

돌아오는 대답은

이마 계산도 다 끝났으니 기억이 안 나는 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저는 오직 서빙이 끝날 때까지만 기억합니다.”

시크한 웨이터를 뒤로한 채 자이가르닉은 이때의 경험을 되살려 한 가지 실험을 해보기로 합니다.

 

학생을 AB, 두 그룹으로 나누고

몇 분 안에 끝낼 수 있는 문제를 내준 뒤첫 번째 그룹은 아무런 방해 없이 문제를 모두 풀게 하였고

두 번째 그룹은 도중에 중단시키거나 풀던 문제를 그만두고 새로운 문제를 풀도록 했죠.

 

테스트를 마친 뒤 그녀는 풀었던 과제의 제목을 학생들에게 물었는데

B그룹의 학생이 A그룹보다 두 배 정도 더 많이 기억을 해 냈고

그 중 반 이상이 중간에 그만 두라고 했던 문제였습니다.

 

그녀는 이를 통해 최종 정리를 하게 됩니다.

, 하던 일을 완성하거나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기억에서 잘 잊혀지지만,

끝까지 완수하지 못한 일은 미련을 남기고 더 오랫동안 기억된다고 말이죠.

이러한 심리적 메커니즘을 자신의 이름을 따 자이가르닉 효과라고 말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다시 현세로 돌아와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곳을 살펴보겠습니다.

1. To be continued,..

너희들한테 할 말이 있어. 사실은...

 

시청자 입장에서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죠.

그러니 잊기 어렵고, 다음 내용을 미친 듯이 갈망하게 됩니다.

 

2, 첫사랑

들을래?”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은 운명의 잔상처럼 남아있다는 훼이크

그저 끝내지 못한 일이기 때문에 첫사랑은 잘 잊혀지지 않습니다.

 

3, 1시간만 게임하고 공부해야지!

1시간 뒤,

.. 간디메타 잘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뚝배기가 깨져가지고 계속 생각나네.”

(1시간 내내 버티기만 하다가 끝났다는 소리)

 

감이 오십니까?

이제는 자이가르닉 효과를 응용한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이 그림을 한번 보시죠.

이것은 완성된 그림이라고 할 수 있나요?

팩트를 말씀드리면 이것은 다양한 도형이 모인 것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공백이 있는 부분까지 무의식적으로 하나의 완성된 그림처럼 인식하죠.

 

앱솔루트 보드카

이 사람들의 광고는 자이가르닉 효과를 아주 잘 활용했습니다.

완성되지 않은 형태로 보여주면서

일관성 있는 제품의 비주얼을 임팩트있게 시청자의 뇌리로 내리 꽂죠.

무언가 불완전한 이미지를 통해 메시지의 처리 수준을 높인 것입니다.

 

이처럼 완전히 완결되지 않은 상태로 끝을 내면

더 강하게 지각되고 강렬하게 기억에 남게 됩니다.

 

 

, 어떠신가요?

한번 활용해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자이가르닉 효과는 기억력, 글쓰기, 비즈니스, 마케팅, 협상 등

실제로 여러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독특한 심리 메커니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심리적 현상을 활용하는 것도 좋지만

세상의 모든 것에는 양면의 모습이 있기 마련이죠.

자이가르닉 효과는 나쁜 기억을 평생의 악몽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큰 상처나 트라우마일 경우에는 마치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기도 하죠.

10여 년 전 끝났어야할 드라마가 여전히 현재 삶에 반영이 되어 살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엔 많습니다.

 

나쁜 기억이라는 미해결된 숙제가 자이가르닉 효과를 만나게 되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늪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심리학은 그저 현상만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답을 찾을 것입니다.

늘 그래왔듯이 말이죠.

 

그래서 저는 말씀드리겠습니다.

나쁜 기억이 떠오를 때가 오히려 좋은 기회인 이유!

다음 편에서 본격적으로 파헤쳐보겠습니다.

여기까지, 그냥 지나칠 뻔 한 지식들

체인지 그라운드 옥PD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