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역사/MBC1919-2019 기억-록

[기억록] 김윤석, 박종철을 기억하여 기록하다

Buddhastudy 2019. 7. 19. 19:48


내 아들은

똑똑해서 죽었소

 

자식의 시신을 앞에 두고도

아버지는 묻지 못했습니다.

대체 누가 내 아들을 이렇게 만들었느냐고

 

남영동 대공분실

아들 종철이는 이곳에 있었습니다.

 

대공분실 ‘5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

국가보안법 위반자 조사 명목으로

1976년 대한민국경찰청 보안수사대가 설치

 

그곳에 끌려온

빨갱이도 간첩도 아닌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3학년 박종철

 

경찰은 수배 중이던 서울대학교 선배 박종훈의 소재를 파악한다는 명목으로

박종철을 연행, 이곳에서 물고문을 가합니다.

 

, 여기 끌려오셨던 분들 말씀이

복면을 쓰고 계단을 올랐데요.

그런데 이 계단이 나선형이다 보니까

내가 어디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위치감각이 전혀 없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같은 색, 같은 모양 16개의 문

어디로 들어왔는지, 나가는 곳은 어디인지도 알 수 없었다.

 

안에서 밖이 아닌 조사실 출입문 렌즈

밖을 보지도, 자살하지도 못하도록 만들어진 한 뼘 너비의 창문

 

취조당하고 고문당하는 내내

보이지는 않는데, 비명만 들리니까

이게 정말 고문 받는 것 이상으로 공포감이 대단하지 않았을까.”

 

이곳에서 벌어진 고문

여기 한 번 들어오면 아무런 혐의가 없어도

뚱물을 토해낼 때까지 고문한다.

그래야 여기서 있었던 일을 발설하지 못한다.

-고문경찰 조한경, 강진규의 진술

 

자백은 고문으로 쓰여졌고

진실은 은폐 되었습니다.”

 

아들의 죽음에 대해

아버지가 국가로부터 들은 대답

책상을 하고 치니

소리를 지르며 쓰러졌다

 

박종철을 살려내라

...

 

당당하게 생활하십시오.

한명에게라도 더 부당한 현실을 알리십시오.

내가 왜 구속되었는가를

저들의 폭력성을, 우리들의 정당성을 사회적으로 고발하십시오.

저들이 비록 나의 신체를 구속시켰지만

나의 사상과 신념은 결코 구속시키지 못합니다.

엄마 아버지의 막내는 결코 나약한 인간이 아닙니다.

-박종철이 부모님께 쓴 편지 중

 

박종철

(1964.4.1~ 1987.1.14)

 

김윤석

박종철을 기억하여 기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