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스케치·수학비타민

[수학비타민] 마방진, 이건 마술이야!

Buddhastudy 2019. 8. 30. 20:38


오늘은 유명한 판화 작품 멜랑콜리아로 시작하겠습니다.

알프레드 뒤러의 이 작품은 우울이라는 제목이 말해주 듯 음울한 분위기인데

여기 등장하는 인물과 사물이 상당히 심오한 의미를 갖습니다.

 

그 중에서 제가 주목하는 것은

우측 상단의 사각형 안에 적힌 숫자들입니다.

 

우선 아래 줄의 1514는 판화 제작 연도인 1514년을 나타냅니다.

이 사각형에는 1부터 16까지의 수가 배열되어 있는데, 가로 세로의 합이 34입니다.

 

첫 번째 행은 16, 3, 2, 13인데 합하면 34

나머지 행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첫 번째 열 16, 5, 9, 4를 더해도 34

나머지 열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각선에 있는 16, 10, 7, 1의 합도 34입니다.

반대방향 대각선도 마찬가지고요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 사각형을 4등분 했을 때 나오는 4개의 작은 사각형의 수들의 합도

또 가운데 있는 작은 사각형의 수들의 합도 34입니다.

 

멜랑콜리아에 담긴 이 숫자 배열을 마방진이라고 합니다.

마방진(魔方陣)의 마()는 마술, ()은 사각형, ()은 배열이니

직역하면 마술과 같은 사각형 모양의 숫자 배열이 되죠.

 

영어로 magic square라고 하는 마방진은

1부터 일련의 자연수를 한 번씩 써서

가로, 세로, 대각선의 합이 같아지게 한

사각형의 수 배열입니다.

 

마방진은 중국의 전설에 등장하는데요

4천년 전 하나라의 우왕은 황하의 물줄기를 정비하다가

등에 이상한 그림이 새겨진 거북이를 발견했습니다.

낙서(洛書)라고 불리는 이 그림에는 점이 배열돼 있는데, 그 점의 개수는 1부터 9까지이고

어느 방향으로 더해도 합이 15가 됩니다.

 

이때부터 중국에서는 낙서가 우주의 비밀과 음양오행의 원리를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네요.

제갈공명의 팔진도는 마방진의 아이디어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쟁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를 위협하기 위해 군사의 수가 많아 보이는 거죠.

군사를 배치할 때 마방진을 따르면 어느 방향에서 봐도 군사의 수가 같아지면서 전체적으로 많아 보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마방진의 대가가 있었습니다.

조선시대 영의정을 지낸 최석정, <구수략>이라는 책에서 마방진을 제시했습니다.

1부터 81까지의 수를 배열한 9차 마방진인데요

전체적으로 마방진이면서 가로 세로로 삼등분해서 만들어지는 9개의 작은 사각형도 마방진이 되는 신기한 성질을 갖습니다.

 

마방진은 드라마에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2011년 방송된 <뿌리깊은 나무>에서 송준기가 연기한 세종 이도와 백윤식이 분한 태종 이방원.

 

이도는 33방진까지 확장하면서 마방진을 풀려고 하죠.

이방원은 이도의 3차 마방진을 흐트러뜨린 후 숫자 ()’만 남겨놓습니다.

그러고는 어느 방향으로 더해도 1인 이게 바로 왕의 방진이라고 일갈합니다.

 

방해되는 것들을 없애고 단 하나로 힘을 모으는 것, 그게 나 이방원이다라고 말하죠.

드라마에서 마방진은 이방원의 권력욕을 드러내는 도구로 사용되었습니다.

 

 

Q1. 서양 어느 성당에도 마방진이 있다던데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성가족 성당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작품인 이 성당에 마방진이 새겨 있습니다.

가로, 세로, 대각선에 있는 수의 합이 33이니까 마방진의 성질을 갖지만

1014가 두 번씩 사용되었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는 마방진은 아닙니다.

합이 33이 되도록 한 것은 예수님이 사망한 33세를 기리는 것이라고 해석됩니다.

 

 

Q2. 마방진은 어떻게 만드는 건가요?

가장 간단한 3차 마방진을 만들어볼까요?

1부터 9까지 모두 더하면 45니까

각 줄의 합은 15,

이제 세 수의 합이 15가 되는 쌍을 찾아야 합니다.

 

모두 8가지가 나오는데요,

각 수가 몇 번씩 나왔는지 세어보죠.

54, 홀수인 1,3,7,92, 짝수인 2,4,6,83번 나옵니다.

 

가운데는 가장 많이 등장하는 5를 놓아야 합니다.

좌측 상단은 가로, 세로, 대각선으로 3번 등장해야 하니까 짝수를 놓아야겠죠.

 

예를 들어 4를 놓으면 대각선 아래는 6이 되어야하고요

이런 식으로 하면 여러 개가 만들어질 것 같지만

돌리거나 뒤집으면 결국 같아지니까 3차 마방진은 유일합니다.

 

하지만 4차 마방진은 880가지,

5차 마방진은 27천만가지가 넘습니다.

 

 

오늘 마법같은 마방진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더 흥미로운 주제로 곧 돌아옵니다.

커밍 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