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역사/MBC1919-2019 기억-록

[기억록] 김해숙, 김수환을 기억하여 기록하다

Buddhastudy 2019. 9. 10. 19:35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데

70년이 걸렸다.

 

 

좋은 것 나쁜 것

심지어 오물까지도 담는 그릇

옹기

 

옹기장수의 아들로 태어나

스스로 옹기같은 사람이 되고자 했던 아이는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

이미 일제에게 국권을 빼앗긴 나라의 신학생이었습니다.

 

--

일본천황의 칙유를 받은

황국신민으로서 그 소감을 쓰라.

나는 황국신민이 아님

따라서 소감이 없음

 

신부님, 저는 사제로서 부적당한 것 같습니다.

민족이 나를 필요로 한다면

항일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너는 신부가 될 거야, 스테파노

 

사제의 길은 필연이었을까요?

1969년 우리나라 최초이자

세계 최연소 추기경에 서임된 김수환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그의 말과 행동을 문제삼아 비판하기 시작합니다.

교회가 왜 정치 문제에 개입합니까?

예수님과 복음을 빙자하여 얘기하지 마십시오

 

이 정권의 뿌리에는 과연 양심과 도덕이 있는지

아니면, 이 정권의 뿌리에는 총칼이 있을 뿐인지

 

공포정치의 시대

조용히 목자의 길을 걷던 그가

정권을 향해 날선 목소리를 낸 이유

 

주님,

진실이 무엇인지

어디에 있는지

깨닫게 하여 주소서

목숨 다하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입니까.”

 

벼랑 끝에 몰린 이들의 마지막 피난처로

교회를 개방하며 밝힌 단호한 의지

 

제가 하는 말을 정부 당국에 전해주십시오.

경찰이 성당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나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저를 지나면

시한부 농성 중인 신부들을

수녀들을 만날 것입니다.

당신들이 찾는 학생들은

그들 뒤에 있을 것입니다.”

 

학생들을 체포하려거든 나를 밟고

그다음 신부와 수녀들을 밟고 지나가십시오

 

독재와 민주화 운동에 앞서

고통받는 사람들, 소외받는 약자들의 편에 서서

인간의 존엄성을 함께 지키고자 했던

거룩한 바보

김수환 추기경

 

정부나 교회나 사회 지도층은

국민의 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합니다.

만일 현재의 사회 부조리를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독재 아니면 폭력혁명이란

양자택일의 기막힌 운명에 직면할지도 모릅니다.’

-1971년 성탄 메시지

 

나는 너무 사랑을 많이 받았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여러분도 사랑합니다.’

-2009216, 김수환 스테파노 선종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겠습니다.

 

김수환

(1922.5.8~2009.2.16)

 

김해숙,

김수환을 기억하여 기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