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따삿뚜 왕이 말했다.
“세존이시여, 한 때 저는 ‘산자야 벨랏티뿌따’라는 수행자를 찾아갔습니다.
제가 그에게 물었습니다.
“산자야 벨랏티뿌따 존자여,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기술을 갈고 닦아 그 결실을 통해 행복과 만족을 느끼고
나아가 여러 수행자들에게 보시함으로써 고귀하고 신성한 과보를 받습니다.
존자여, 존자도 이와 같이
지금 여기에서 누구나 보아 알 수 있는 출가생활의 결실을
저에게 보여주실 수 있습니까?‘
그러자 산자야 벨랏티뿌따 존자가 대답했습니다.
”대왕이여, 만약 대왕이 제게 ‘저 세상이 있느냐’고 물으신다면
그리고 만약 제가 ‘저 세상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저는 저 세상이 있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렇다’고도 하지 않고, ‘저렇다’고도 하지 않으며
‘아니다’라고도 ‘아닌 것이 아니다’라고도 ‘다르다’고도 하지 않습니다.
만약 대왕이 제게 ‘저 세상이 없느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이렇다’고도 ‘저렇다’고도
‘아니다’라고도 ‘아닌 것이 아니다’라고도
‘다르다’고도 하지 않습니다.
만약 대왕이 제게 ‘저 세상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것이냐‘고 물으신다면
또는 ‘저 세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이렇다’ ‘저렇다’ ‘아니다’‘아닌 것이 아니다’ ‘다르다’고도 하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산자야 벨랏티뿌따 존자에게
지금 여기에서 누구나 보아 알 수 있는 출가생활의 결실을 물었는데,
그는 회의주의론을 펼쳤습니다.
세존이시여, 이는 망고나무에 대해 물었는데 빵나무를 설명하고
빵나무에 대해 물었는데 망고나무를 설명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어찌 나의 영토에 거주하고 있는 수행자나 바라문을 비난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에
존자의 말을 기뻐하거나 비난하지 않은 채,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세존이시여, 이제 저는 세존께 같은 질문을 드립니다.
세존께서는 지금 여기에서
누구나 보아 알 수 있는 출가생활의 결실을 저에게 보여주실 수 있으십니까?“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대왕께서는 나의 질문에 대답해주십시오.
여기 대왕의 하인이 한 사람 있다고 합시다.
충직한 하인은 아침 일찍 일어나고 밤늦게 잠자리에 들며
무슨 일에도 순종하고 유쾌하게 일하며
그대의 심기를 헤아리기 위해 항상 그대의 안색을 살핍니다.
어느 날 하인에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공덕의 과보란 참으로 경이로운 것이로구나.
마가다국의 주인 아자따삿뚜 왕도 인간이고 나도 역시 인간인데,
좋은 공덕으로 좋은 과보를 받은 왕은
다섯 가지 감각적 욕망을 신처럼 마음껏 누리고 즐기지만
나는 그의 감각적 욕망을 위해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는구나.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공덕을 지어야겠다.
그러니 나도 머리와 수염을 깎고 물들인 옷을 입고
집에서 집 없는 곳으로 출가하리라.‘
대왕이여, 그리하여 그 하인은 출가수행자가 되어
몸으로 말로 마음으로 스스로를 단속하며
절제하고 자족하고 멀리 여읨을 즐깁니다.
그런데 대왕이여, 만약 그대가
그대의 하인 중에 한 명이 출가수행자가 되었다는 것을 뒤늦게 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다시 그를 데려와
아침 일찍 일어나고 밤늦게 잠자리에 들며
무슨 일에도 순종하고 유쾌하게 일하며
그대의 심기를 헤아리기 위해 항상 그대의 안색을 살피라고 명령하시겠습니까?“
대왕이 대답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인사하고
그를 반기며 의복과 음식과 거처와 필요한 약품을 마련해 그를 보호할 것입니다.”
“대왕이여, 이것이 제가 대왕께 알려드리는 첫 번째 출가생활의 결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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