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알리대장경(디가니까야)

디가니까야 2회 출가생활의 결실에 관한 경 2

Buddhastudy 2020. 9. 24. 19:51

 

 

그때 지와까 꼬마라밧짜는

마가다국의 왕이자 베데히 왕비의 아들인 아자따삿뚜 왕과 대신들의 대화를 들으며

묵묵히 앉아 있었다.

 

왕이 물었다.

벗이여, 지와까여! 그대는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가?“

 

지와까는 그제야 고개를 들고 왕에게 말했다.

폐하, 세상에서 가장 존귀하시고 거룩하시며 바른 깨달음을 이룬 수행자가

천이백오십 명의 제자들과 함께 지금 저의 망고 숲에 머물고 계십니다.

 

폐하, 그분 세존께서는 공양받아 마땅한 아라한이며

바르게 깨달은 분이며, 지혜와 실천을 두루 갖춘 분이며

올바른 길로 잘 가신 분이며, 이 세상을 잘 아는 분이며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분이며, 사람을 잘 길들이는 분이며

천신과 인간의 스승이며, 부처님이며, 세상에서 누구보다 존귀하신 분이십니다.

 

폐하, 그분 세존을 친견하십시오.

폐하께서 세존을 친견하시면

마음이 안온해지고 청정한 믿음이 생기실 것입니다.“

 

지와까의 말이 끝나자 아자따삿뚜 왕이 말했다.

벗이여, 지와까여!

그렇다면 지금 당장 타고 갈 코끼리들을 준비하도록 하게나.“

지와까는 서둘러 오백 마리의 암코끼리와 왕이 탈 코끼리를 준비하게 했다.

 

아자따삿뚜 왕은

준비된 암코끼리 각각에 궁녀들을 오르게 한 뒤 왕의 코끼리에 올랐다.

주위를 횃불로 환하게 밝힌 가운데 위엄있는 왕의 행차가 라자가하를 출발했다.

 

왕의 행차가 지와까 꼬마라밧짜의 망고 숲에 가까워질 무렵이었다.

아자따삿뚜 왕에게 문득 이유를 알 수 없는 두려움과 공포가 일어났다.

 

그 두려움과 공포는 한순간 왕의 몸과 마음을 휘감았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율이 이는가 싶더니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왕은 두려움에 떨면서 지와까에게 물었다.

벗이여, 지와까여! 그대가 나를 속이는 것은 아니겠지?

그대가 나를 적에게 넘기는 것은 아니겠지?

천이백오십 명이나 되는 많은 수행자들이 머무는데, 이토록 조용할 수 있단 말인가?

어찌하여 기침소리 하나 나지 않는단 말인가?“

 

지와까가 말했다.

폐하,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저는 폐하를 속이지 않습니다. 저는 폐하를 적에게 넘기지 않습니다.

조금만 더 나아가십시오, 대왕이시여.

저기 둥근 건물에서 등불이 빛나고 있습니다.“

 

지와까가 가리키는 곳을 따라 왕은 앞으로 나아갔다.

코끼리로 갈 수 있는 곳까지 간 다음에는 코끼리에서 내려서 걸었다.

그리고 마침내, 세존이 머물고 계시는 둥근 건물로 들어갔다.

 

왕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벗이여, 지와까여! 어느 분이 세존이신가?“

 

대왕이시여, 가운데 기둥을 의지하여 동쪽으로 제자들과 마주보고 앉아계신

저 분이 세존이십니다.“

 

그러자 마가다국의 왕이자 베데히 왕비의 아들인 아자따삿뚜 왕은

세존께 다가가 수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한쪽 곁에 서 있었다.

 

왕은 맑은 호수처럼 잔잔하고 고요한 모습으로

침묵 속에 앉아있는 세존의 제자들을 보며 생각했다.

이 청정하고 고요한 수행자들처럼

나의 아들 우다이밧다도 고요함과 평온함을 갖추면 좋으련만!‘

 

잠시 후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왕은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고 있습니까?”

 

아자따삿뚜 왕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아들 우다이밧다 왕자를 너무나도 사랑합니다.

이곳의 청정하고 고요한 수행자들처럼

저의 아들 우다이밧다도 고요함과 평온함을 갖추길 기원했습니다.“

 

왕은 세존께 한걸음 나아가 큰 절을 올리고

비구 수행자들에게 합장인사를 한 뒤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