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직장에서 인간관계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어서
질문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제 직업은 군인입니다.
그런데 상사와 하급자를 대할 때
제 안에서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기가 극도로 꺼려지고 어색함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상사와 가볍게 커피를 한잔 하는 시간이 있을 때
저는 제 생각을 절대 얘기하지 않습니다.
그분이 말하는 것을 듣고 고개만 끄덕끄덕하고 있습니다.
또 상사와 두세 시간 단둘이 차를 타고 가는 경우가 있는데
가는 동안 대화가 없으면
‘내가 말을 좀 걸어야 하나?’ 싶어서 그 시간이 매우 불편합니다.
저는 상사한테 저를 드러내는 것을 싫어하는데
하급자를 대할 때도 비슷합니다.
부대에서 어떤 성과가 있으면 회식을 하며
이런저런 인간적인 대화를 해야 하는데
저는 그런 것 없이 식사만 하고 빨리 끝내게 됩니다.
그러니까 옆 부서 동료가
‘아니, 회식을 왜 그렇게 빨리 끝내느냐’고 묻는 때도 있었어요.
제가 상사, 하급자와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조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보기에 질문자는
별문제도 안 되는 것을 지금 문제로 삼고 있는 거예요.
회식이 빨리 끝나면
대한민국 전체와 가정과 개인에게 좋은 일이에요? 나쁜 일이에요?
옆 부서 회식이 늦게 끝나는 것과
우리 부서 회식이 일찍 끝나는 게 무슨 상관이에요?
회식이 왜 늦게 끝나야 해요?
회식이라는 건 밥 먹고, 술 한잔하고, 헤어지면 되는 겁니다.
물론 할 말이 있으면 이야기를 더 해야 하지만
별로 할 말도 없는데 무엇 때문에 늦게까지 노닥거리고 있어요?
그리고 상사하고 같이 있으면서
질문자가 얘기할 게 뭐가 있어요?
상사가 말을 하면 듣고
말할 게 없으면 그냥 커피만 마시고 헤어지면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질문자가 상사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겁니다.
자기가 말했다가 혹시 손해 날까 싶어서
눈치를 보고 말을 못 해서 불편한 것이지
말을 안 해서 불편한 게 아닙니다.
내가 상사에게 아무 말도 안 해서
같이 있는 자리가 불편한 것인지
아니면 내가 할 말이 있는데 지금 눈치를 보느라고 말을 못 하는 상태여서 불편한 것인지,
자신을 잘 살펴보세요.
상사와 차를 타고 가면서
뭔가 말을 하고는 싶은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것은 눈치를 보고 있어서 불편한 겁니다.
정말 할 말이 없다면 하나도 불편하지 않아요.
그냥 상사의 말을 들어주면 됩니다.
지금 이 세상에 일어나는 문제들을 보면
말을 들어주는 게 문제예요? 말을 하는 게 문제예요?
말을 해서 문제가 생기지
들어주는 건 아무 문제가 없어요.
자기 말을 누군가가 들어주면
모든 사람이 좋아합니다.
그러다 보면 이제 상사가 말하겠죠.
‘자네는 왜 말이 없나?’ 그러면
‘저는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이러면 됩니다.
그래도 한마디 해보라고 하면
그때 딱 한 마디 하면 돼요.
대부분의 말 없는 사람은
할 말이 없는 게 아니고
할 말은 있는데 말은 못 하고 목구멍에 걸려 있는 거예요.
심리적 억압이 되어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말이 언제 터집니까?
술 먹고 취하면 터지죠.
그래서 술 먹고 취한 사람이 사랑 고백을 해오면
‘아, 이 사람은 심리적 억압이 있구나’ 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이런 사람은 술에 취하면 말이 많아지는 술주정을 할 확률이 높습니다.
심리적 억압이 있는 사람은
열 마디 말할 것을 한마디밖에 안 해서 착한 사람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속에는 온갖 분별심을 다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착한 사람 무서우니 조심해라.
터지면 감당이 안 된다.’ 하고 늘 얘기하잖아요.
한국 사람들은 특히 어린아이 때부터 심
리적 억압을 많이 받고 자라기 때문에 화병이 많습니다.
질문자가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이 없다면
불편할 이유가 하나도 없어요.
말을 안 하는 것이 불편하다면
그것은 질문자가 하고 싶은 말이 있거나
자기가 말을 해서 좌중을 주도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굳이 내가 나서서 말을 안 해도 되는 상황이면
그냥 차 한 잔 마시고 가만히 있으면 됩니다.
그러면 모임이 빨리 끝나서 좋아요.
보통 말이 길어지면 모임 시간도 늘어집니다.
오늘도 스님이 말을 길게 하니까
마치는 시간이 자꾸 늦어지잖아요.
원래 지도자가 말이 없으면
밑의 사람들도 대부분 말이 좀 없어집니다.
그래서 회식이 늘 일찍 끝나는 좋은 점이 있습니다.
너무 일찍 끝내는 게 아쉽다 싶으면
질문자가 남들에게 말을 시키세요.
오늘 이렇게 좋은 성과가 나서 고맙다.
그동안 수고한 얘기 한번 해봐라.’ 이렇게 물어보고 별 얘기가 없으면
‘그럼 일찍 가자’ 하고 마치면 됩니다.
그리고 차를 타고 다닐 때는 자면 돼요.
예전에 어떤 분이 ‘스님하고 꼭 같이 다니고 싶다’ 하면서 운전을 자처했어요.
법륜 스님을 따라다니면서 운전을 하면
스님과 대화를 좀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기대를 한 겁니다.
그런데 이분이 운전을 시작하고
3일 만에 손을 들고 가버렸어요.
제가 차만 타면 한마디도 안 하고 바로 잠들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차가 휴게소에 서면
잠깐 일어나서 화장실만 갔다 와서 또 자고,
급한 서류 몇 개 처리하는 것 외에는
주로 차 안에서 잠만 잤습니다.
그랬더니 그분이 3일을 같이 다녔는데도 말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말 좀 걸어보려 하면 스님이 자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성질을 내고 가버렸어요.
저는 누가 물어야 말을 하지
그냥 있을 때는 아무 할 말이 없습니다.
질문자는 할 말이 그렇게 많아요?
...
상사와 하는 대화가 어떻게 편안할 수가 있습니까?
상사는 원래 불편한 존재 아니에요?
그러니 말을 안 하는 게 제일 나아요.
말을 시키면 그때 하세요.
물론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요.
누구와도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잘하는 사람이 있긴 한데,
그렇게 되려면 어릴 때부터 심리적 억압을 받지 않았어야 해요.
그런데 우리 대다수는 어릴 때 야단을 맞고 자라서
심리적인 억압이 되어 있습니다.
여러분들 자신을 살펴보세요.
지금처럼 질문할 기회가 주어져도
본인이 하고 싶은 질문이 목구멍에 딱 걸려서 잘 안 나와요.
남의 눈치를 보면서 시간을 끕니다.
스님이 ‘질문 더 있습니까?’ 해도
질문자가 안 나올 때가 많습니다.
이렇게 대다수가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불편해요.
이것이 병은 맞는데
우리가 다 같이 겪는 병이기 때문에
이 정도는 병 축에 안 들어갑니다.
그리고 상사하고 같이 있으면
대부분 마음이 불편합니까, 안 불편합니까?
대부분의 사람이 불편하게 느낍니다.
다만 백 퍼센트는 아니에요.
상사한테도 전혀 스스럼없이 얘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어릴 때 부모의 눈치를 안 보고 자란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질문자는 이미 눈치 보고 자랐기 때문에
지금 새삼스럽게 달라지지 않아요.
...
극복해서 뭐 하려고요?
...
유쾌하게 지내는 건 동료 하고나 유쾌하게 지내지,
상사하고 꼭 유쾌하게 지내서 뭐 하려고요? 승진하려고요?
승진은 실력으로 하지 왜 관계를 통해서 하려고 그래요.
안 되는 걸 자꾸 노력하려고 하지 마세요.
그건 자기를 괴롭히는 일입니다.
성질이라는 것은 잘 변하지 않습니다.
남을 쳐다보면서
‘나도 저랬으면 좋겠다.’ 하는 것은 실제로는 거의 안 됩니다.
그러면 스트레스만 받아요.
물론 법륜 스님이 성질을 고치라고 할 때가 있긴 합니다.
화를 잘 내는 사람에게 성질을 고치라고 하는 이유는
화를 내는 것이 본인한테 손해가 크기 때문입니다.
그런 것은 고쳐질 가능성이 있어요.
그런데 질문자의 경우에는
이익을 좀 못 보는 것이지 손해가 나는 건 아니에요.
상사하고 재미있게 얘기를 못 한다고
크게 불이익을 받는 건 아니잖아요.
줄을 타고 승진하기가 좀 어려울 수는 있지만요.
오히려 말을 많이 해서 불이익이 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성질은 내가 고치는 방법을 알려줘도
실제로는 안 고쳐집니다.
왜냐하면 그런 정도의 습관은 안 고쳐도 사는 데
지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생긴 대로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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