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없는데 자꾸 달라니 참 답답다 그죠? 그런데 이것도 제 얘기 잘 들어보세요. 정말 돈이 없으면 하나도 안 답답습니다. 왜 답답나? 돈이 있기 때문에 답답한 거요. 돈이 없는데 달라고 하니 줄 돈이 없어 답답다 하는데 그렇지 않다 이 말이오. 줄 돈이 있기 때문에 답답한 거요. 이해가 되요? 남의 얘기니까 이해가 되지. 돈이 없으면 안 답답하다. 돈이 없으면. 그런데 돈이 있기 때문에 답답한 거요.
돈이 있다는 말은 내 수중에 돈이 있다는 말이 아니라 꿔주던지, 주던지, 어떻든지 줄려고 마음만 먹으면 줄 수 있는 조건에 있는데 돈 못 받을까봐 싶어서 꼬라지 보기 싫어서 안주려고 하기 때문에 번뇌가 되고 괴롭다. 이걸 아셔야 돼. 여러분에게 누가 와가지고 큰 회사 부도난 사람이 와서, 예를 들면 김우중 씨나 누가 와서 “나, 돈 30조원만 빌려주세요. 지금 부도가 곧 나는 데 큰일입니다.” 이러면 괴롭겠나? 안 괴롭겠나? 안 괴롭죠? 왜? 내가 할 수가 없기 때문에. 하나도 안 괴로워요.
“아이고, 저한테 아무 능력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러고 끝나야 돼. 간 뒤에도 후회도 안 돼. 그런데 시동생이든 시부모든 여동생이든 누가 와가지고 당장 숨넘어가는 소리를 하면서 단돈 100만원만 꿔 달라 그러면 괴로운 거요. 줄려니 못 받을 거 같고 안 줄려니 욕 얻어먹을 거 같고. 그래서 괴로운 거요. 지금 줄 수가 없다는데 거짓말이오. 줄 수가 있다는 얘기요. 줄 수가 없는 사람은 하나도 안 괴로워. 그러니 줄 수가 있거든 꿔서 주든지 팔아서 주든지 줘 버리세요.
주기가 싫거들랑 태산같이 집에 돈이 있더라도 주지 마세요. 그거 뭐가 어려운 일이에요. 주고 싶으면 빚을 내서라도 주고, 주기 싫거들랑 집안에 태산같이 있어도 안주면 돼. 그런데 인간이 돈만 갖고 살 수가 없기 때문에 고민이 생기는 거거든요. 왜? 형제지간에 일가친척 간에 동기동창 간에 친구지간에 안주면 뭐할 수가 있다? 욕을 얻을 먹을 수가 있다. 욕 얻어먹기가 싫어서 그런 거요. 그래서 이렇게 묻는 이유는 돈도 안주고 욕도 안 얻어먹는 방법이 없겠습니까? 이 비방을 나한테 묻는 거요.
그래서 스님 말은 돈이 아깝거든 돈을 얻고 비난을 감수해라. 욕 얻어먹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라. “아이고, 그래, 형제기간에 아프다는데 병원비 좀 달라는데 그것도 안주면 욕 얻어먹어 싸지. 누가 봐도 욕얻어먹어야 싸다.” 이렇게 생각하셔야 돼. 그 어떤 니여니은인지는 모르지만 나라도 그런 니여니은은 욕을 하겠다. 이렇게 생각하셔야 돼. 돈을 선택할 때는 욕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상대가 욕하는 거를 “네가 왜 나한테 돈 맡겨 놨냐? 네가 왜 나한테 욕을 하냐?” 이렇게 생각하면 괴로워져. 분해져.
“아이고, 시동생님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이고, 제가 마땅히 드려야 되는데 죄송합니다.” 이렇게. 사과를 해야 돼. 그런 욕이 얻어먹기 싫고 비난을 받기 싫고 가정의 화합을 깨뜨리기 싫거들랑 빚을 내서도 어떻게 하라? 줘버려라. 그런데 지금 고민은 둘을 다 움켜쥐려고 그래. 욕은 안 얻어먹고 돈도 가지고. 이게 중생 심리요. 그래서 내가 머리가 아픈 거요. 노래도 있잖아. ‘저 놀부 두 손에 떡 들고,’ 그런 말 들어봤죠? 예? ‘저 놀부 두 손에 떡 들고.’ 그것처럼 이 놀부 심보이기 때문에 괴로운 거요. 심보를 흥부심보로 바꿔야 돼.
그래서 하나를 둘 다 쥐려는 게 범부중생이고 둘 중에 하나를 버리는 게 현명한 사람이고 둘 다 놔버리는 게 성인이다. 이렇게 내가 얘기했죠? 그러니 성인의 길은 못 갈망정 현인의 길은 가거라. 돈을 주지 않으려면 비난의 과보를 기꺼이 받아들여라. 그것을 분해하지 마라. 이거야. 불자는 어떻게 해야 된다? 하는 게 없어요. 불법은 이렇게 하면 이런 과보가 떨어지고 이렇게 하면 이런 과보가 떨어진다. 이런 게 불교요. 불자는 어떻게 해야 된다 하는 길이 없어. 그중에 선택을 하면 돼.
여기 뜨거운 물이 있는데 손을 넣을까요? 말까요? 손을 넣고 싶어? 예. 그러면 손 데이는 과보를 받아라. 그러면 손 데이는 과보를 받기 싫어? 그러면 넣고 싶더라도 넣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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