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호주 국립대학교의 연구팀은
무려 태양 밝기에 거의 천조배에 해당하는
역대급 천체를 발견했으며
이 내용을 Nature Astronomy에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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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가장 밝은 천체는 무엇일까요?
가장 크거나 밝다고 알려진 별의 이름을 떠올리는 분들도 있겠지만
초신성 폭발 같은 매우 일시적인 현상을 제외하면
바로 [블랙홀]입니다.
블랙홀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은
빛을 내기는커녕 Event Horizon 내부는
시공간의 곡률이 너무나도 커서
빛조차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천체라고들 알고 있지만
사실 블랙홀이 흡수하는 질량은
매우 한정적입니다.
때문에 주변에 밀도가 높아서
많은 가스구름이나 항성을 흡수하고 있는 블랙홀은
상당히 밝은 에너지를 만들어내죠.
특히 그중에서도 미스터리한 천체는
바로 [퀘이사]입니다.
퀘이사 Quasi-Stellar Radio Source는
겉보기에는 마치 점광원
그러니까 별이랑 구분하기 힘든, 단일 천체로 보이는 물체인데
놀랍게도 대부분 지구로부터 수십억 광년 넘게 떨어져 있습니다.
수십억 광년이 넘는 거리에 있으면
거대한 은하조차 초대형 망원경으로도 관측이 쉽지가 않은데
마치 하나의 별 같은 점광원이
이러한 거리에서 관측이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50년대의 천문학계를 발칵 뒤집은 사건이었죠.
이론상 이러한 밝기를 지닌 천체는 존재할 수가 없기 때문에
과학계에서는 엄청난 질량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퀘이사의 정체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으며
지금까지 발견한 가장 밝은 퀘이사보다도 밝은 천체는
존재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을 해 왔습니다.
뭐 지금까지는 말이죠.
얼마 전 호주 국립대학교의 연구팀은
무려 태양 밝기에 거의 천조배에 해당하는 역대급 천체를 발견했으며
이 내용을 Nature Astronomy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유럽 난방 천문대의 초거대 망원경을 이용해서
2022년부터 우주 먼 곳에 있는 천체들을 발견했는데
근적외선 파장대에서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연구팀이 찾은 건
마치 그냥 우리은하 내에 있는 별처럼 보였는데
우리은하 내에 있다고 보기에는
이상하리만치 적색편이 개수가 높았던 것이죠.
적색편이는 물체가 우리로부터 멀어질 때
적색을 띠는 도플러 효과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우리은하보다 먼 은하들이
이상하게 다 적색을 띠고 있었던 현상을 발견하면서 생겨난 명칭입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적색편이가 높을수록
우리로부터 멀리 있는 천체라는 의미죠.
연구팀이 이번에 찾은 j0529-4351은
적색 편의 수치가 무려 3.9에 달했는데
이 수치는 거의 광속에 가깝게 우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뜻으로
적어도 100억 광년이 넘는 거리에 있는 천체라는 뜻입니다.
더 황당한 것은 j0529-4351은
이번에 처음 발견된 게 아닌데
이미 데이터베이스에 등록이 되어 있던 별로
과거에는 우리은하 내에 존재하는
항성으로 기록이 되어 있었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얼마나 밝으면
무려 100억 광년이 훨씬 넘게 떨어져 있음에도
망원경으로 보기에는
매우 가까운 우리은하 내의 별들과 같은 밝기로 보였다는 것입니다.
이런 충격적인 사실에 적색편이 수치를 근거로
람다CDM 모델을 사용해
이 천체의 실제 밝기를 역계산해 본 결과
무려 태양 밝기에 천조배에 육박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태양 밝기의 천조배가 얼마나 큰 수치냐면
우리은하 전체의 밝기보다도
거의 4만 배 이상 밝은 수치로
단 1개의 점광원(천체)이 이러한 밝기를 지닌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렵습니다.
기존에 발견된 가장 밝은 쾌이사보다도
1.5배 가까이 밝은 것이죠.
연구팀의 계산에 따르면 이 퀘이사는
코어의 질량만
태양 질량의 190억 배의 블랙홀이 자리하고 있었으며
거기에다가 엄청난 물질 밀도로
하루에 태양 1개 질량을 흡수하고 있다고 추정을 했는데요.
이 추정에 따르면
강착원반 자체에서 생산되는 복사에너지만 2x10^41W로
그냥 뭐 이건 너무 높아서 상상도 안 되는 수치입니다.
물론 이 퀘이사가 우주에서 가장 큰 질량의 블랙홀은 아니지만
빅뱅 직후의 우주 초기에 있던 물체다 보니까
밀도가 극도로 높아서
엄청난 질량을 흡수하는 덕분에 가능한 것이며
130억 년 전부터
매일매일 태양 1개의 질량을 흡수를 해왔다면
지금 130억 년 후의 모습
그러니까 현재는 어떤 모습일지 예측도 안 됩니다.
이미 관측 당시에 블랙홀의 강착원반 자체가
에딩턴 한계(블랙홀의 강착원반이 가질 수 있는 질량의 이론적 한계점)
직전에 있었기 때문이죠.
지금까지 발견이 돼 온 퀘이사, 혹은 쾌이사 추정 천체는
100만 개가 넘는데
사실 이건 우리에게 엄청난 미스터리를 안겨줍니다.
극도로 밝은 퀘이사들은
대부분 수십억 광경이 넘는 거리에 있는데
과거에 이런 형태였던 퀘이사들은 현재 어떠한 모습일 거냐는 의문이죠.
10억 광년 거리에 있는 천체를 발견했다는 건
단지 거리가 멀다는 뜻이 아니라
빛의 속도로 100억 광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날아온 빛을
100억 년이 지난 이제 와서야
우리가 관측을 했다는 것이기 때문에
100억 년 전의 모습을 보는 것이죠.
문제는 이런 빅뱅 초기에는 퀘이사들로 가득했는데
우리 주변에는 퀘이사가 남긴 블랙홀의 흔적을 보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빅뱅 직후의 초기 우주에는
분명 태양질량의 100억 배가 넘는 블랙홀을 포함한 퀘이사가 즐비했고
이런 퀘이사들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의 모습을 만드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확실한 건 이번에 발견한 j0529-4351이
인류가 발견한 가장 밝은 천체의 자리를 가져간 만큼
앞으로 천체 물리학에서 인기 있는 관측 지점이 될 것이고
더 정확한 새로운 정보들이 나올 예정입니다.
그리고 현재 건설 중인 주경 39m급인
최대 규모의 광학망원경 ELT의 최우선 타깃이 될 예정인 만큼
앞으로 퀘이사를 통해서
우주의 비밀을 좀 더 알아가게 될지가 기대가 됩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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