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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툰] 허블우주망원경이 보여준 놀라운 우주!

Buddhastudy 2022. 3. 23. 18:57

 

 

20년간의 장기프로젝트

나사를 비롯한 8개의 기관과 산업체 참여

20억 달러의 예산 투입

허블우주망원경은 이처럼 많은 시간과 노력, 예산이 투입된

인류 최초의 우주 망원경 프로젝트였습니다.

 

지상의 천체망원경들은

아무리 대기가 옅은 지역에 설치되어 있더라도

날씨나 미세입자 등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우주망원경은

지상의 관측 한계를 벗어나

머나먼 별과 은하, 성운과 블랙홀의 모습을 최상의 화질로 보여줄 수 있습니다.

 

당대의 과학기술과 정밀공학의 집약제인 허블우주망원경

그런데 이 망원경이 시작부터 초대형 실패작이 될 뻔한 아찔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1990424일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 호가

귀중한 천문 기기를 싣고 우주로 발사되었습니다.

애드윈 허블이 우주의 팽창을 관측한 지 61년 만에

그의 이름을 딴 망원경이 600km 우주 상공에 떠 있게 된 것입니다.

 

기계 장비들이 3주 동안 우주의 낯선 환경에 적응을 마친 뒤

망원경의 덮개가 서서히 열렸습니다.

그러자 100만개의 별에서 날아온 빛이 망원경 안으로 밀려 들어갔습니다.

 

일반적으로 망원경은

렌즈를 사용하는 굴절망원경과

거울을 사용하는 반사망원경으로 나뉩니다.

 

대형 망원경일수록 반사망원경을 많이 사용하는데

허블우주망원경도 2개의 거울로 이루어진 반사망원경입니다.

 

허블 내부로 들어온 빛은

직경 2.4m 짜리 주경과 30cm 짜리 부경에 차례로 반사됩니다.

그리고 주경 중심에 있는 구멍을 통과해 초점을 맺습니다.

 

이 촛점은 주경 뒤쪽에 장착된 여러 측정 장치에서

다양한 데이터로 처리된 뒤 지구로 보내집니다.

 

미국 볼티모어의 존스홉킨스 대학교 우주 연구소에서는

허블의 첫번째 이미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전송은 완벽했습니다.

 

그런데 천문학자 에릭 체이슨은

모니터를 확인하다가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진이 전부 흐릿했습니다.

모든 사진이 촛점이 맞지 않았습니다.

머나먼 은하계는 마시멜로처럼 두껍고, 별들은 분첩 같이 허옇고

성운은 아무렇게나 탈색된 솜털 같았습니다.

 

우주에서 보내온 사진들이 지상의 망원경들보다 더 평범해보였습니다.

 

연구원들이 부경을 미세 조정해서

어떡하든 선명한 사진을 얻어 내려고 노력했지만 모두 허사였습니다.

 

실패!

20년 동안 20억 달러를 쏟아부은 프로젝트가 실패로 돌아갔다는 뉴스가

전 세계로 방송되었습니다.

언론과 정치인들은 가혹하게 나사를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는데 도대체 어디가 문제였을까요?

 

나사는 조사위원회를 열어 망원경의 제조 경로를 샅샅히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허블우주망원경에서 가장 핵심적이면서 가장 정밀함이 요구되는 부분은

직경 2.4m 짜리 주경입니다.

허블의 주경 표면은 10나노미터의 허용오차로 가공되었습니다.

 

이는 주경이 대서양 크기라면

수면 위 10cm 이상의 물결조차 허용하지 않는 초정밀도입니다.

 

조사결과 거울 표면의 매끈함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문제는 오목함에 있었습니다.

오목해야 할 주경이 설계보다 평평하게 제작되어 구면수차가 발생한 것입니다.

 

구면수차란

거울의 중심부에서 반사된 빛과

가장자리에서 반사된 빛이

정확히 같은 지점에서 초점을 맺지 않는 현상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구면으로 된 거울이나 렌즈는 구면수차가 항상 존재합니다.

이 구면수차를 상쇄하기 위해

보정용 거울을 대거나 거울 표면을 비구면으로 가공합니다.

 

그런데 허블의 주경은 원래 상쇄값보다 더 평평하게 가공되어

초점이 맞지 않는 구면수차가 발생한 것입니다.

 

과연 어디에서 어떤 실수가 있었던 걸까요?

망원경의 거울은 가공과 측정이라는 지루한 반복 과정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어느 정도 가공을 하면 영점보정기로 표면 형상과 곡률을 정밀하게 측정합니다.

 

허블망원경의 주경 측정용 영점보정기의 원리는 이렇습니다.

원초점에서 출발한 레이저 빛이

두 개의 오목거울과 필드렌즈를 거쳐 주경에 도달합니다.

 

만약 오목거울과 필드렌즈의 거리가 정확하지 않다면

주경에서 반사된 빛이 원래 초점에 정확하게 맺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목거울과 필드렌즈의 거리를 정확히 유지하기 위해 계측막대가 쓰입니다.

계층막대 위치를 설정할 때는 다시 레이저가 사용됩니다.

레이저 빛이 계측막대의 끝부분에만 반사 되도록

계측막대 위에 검은색 캡을 씌우는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습니다.

 

작업자의 실수로 캡의 표면이 살짝 벗겨진 것입니다.

레이저는 벗겨진 캡의 표면을 계측막대의 끝부분으로 인식해버렸습니다.

캡의 두께는 1.3mm 였습니다.

 

그래서 계측막대는 1.3mm 만큼 아래로 내려갔고

필드렌즈도 1.3mm 만큼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영점보정기에서 발생한 1.3mm 오차가

구면수차를 발생시켜

주경의 가장자리를 2.2마이크로미터 만큼 평평하게 만든 것입니다.

 

2.2 마이크로미터

이는 사람 머리카락의 50분의 1 두께입니다.

 

1776, 증기기관 제작에 필요했던 허용오차는 0.1인치였습니다.

제조업의 혁명을 일으켰던 0.1인치가

200년 만에 머리카락 두께 50분의 1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을 만큼 발전한 것입니다.

 

원인을 밝혀낸 나사는

허블 부활 프로젝트를 가동했습니다.

 

우주에 떠 있는 망원경을 지구로 반품할 수는 없습니다.

우주공간에서 주경을 가공하는 일도 불가능합니다.

 

정밀함에서 발생한 문제는

다시 정밀함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눈이 반쯤 먼 허블이 우주를 떠돌아 다닌 지 44개월 만에

수리 임무를 띤 인데버 호가 발사되었습니다.

 

인데버 호는 허블을 화물실로 밀어넣고 수리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망원경 후미에 있는 4개의 관측장치 중

사용빈도가 가장 낮은 고속광도계를 떼어내고

그 자리에 보정장치를 끼워 넣었습니다.

 

보정장치에는 주경의 구면수차와 정확히 반대값을 가진 거울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역구면수차값을 가진 이 거울들이

망원경의 초점 근처에 설치되어

주경의 구면수차 효과를 상쇄해줄 것입니다.

 

과연 수리는 잘 되었을까요?

인데버 호가 귀환하고 2주가 지난 19931218

라식 수술을 받은 허블에서 새로운 이미지들이 전송되었습니다.

 

볼티모어 우주센터의 연구원들이 숨을 죽이며 모니터 화면을 지켜보았습니다.

이미지는 선명했습니다.

아니 기대 이상으로 선명했습니다.

번짐도 없고 허연부분도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어떤 광학망원경도 보여주지 못했던 선명한 우주가 거기에 있었습니다.

 

허블우주망원경은 그 뒤로도 약 30년 동안 인류에게 새로운 우주를 보여주었습니다.

화성의 계절 변화와 토성 고리면의 변화,

슈휴 메이커 레비9 혜성이 목성에 충돌하는 놀라운 장면이 포착되었습니다.

 

허블은 태양계를 넘어 별의 일생도 추적해 나갔습니다.

먼지 속에서 태어나는 별들의 요람

죽어가는 별이 우주공간으로 기체를 내뿜는 행성상 성운

은하 전체를 밝히는 거대한 초신성 폭발이 관측되었습니다.

 

허블은 오리온 성운 깊은 곳에서 먼지 원반을 관측해내면서

새로운 항성계의 탄생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인류가 우주의 비밀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머리카락 두께 50분의 1의 오차를 극복해낸

완벽주의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사이먼 윈체스터가 쓴 완벽주의자들은

인류가 걸어온 정밀함의 역사를 기록한 책입니다.

 

증기기관, 시계 제작, 렌즈 가공에서부터

나노 단위의 정밀함을 자랑하는 중력파 관측소와 세슘 원자시계까지

과학 발전과 청밀함의 관계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저도 어릴 때 올림푸스 카메라의 정교한 작동에 매료된 적이 있었는데요

오랜만에 정밀함의 매력에 푹 빠져본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