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과학·북툰·SOD

[1분과학] 괴롭다면..

Buddhastudy 2023. 7. 20. 18:45

 

 

 

강연을 가기 위해 ktx를 탔다.

너무 일찍 일어나 피곤해 잠을 청하려는데 뒤에서 아주 큰 소리가 들려왔다.

아주머니들이 시끄럽게 떠돌고 있었는데,

대화를 조용히 하라는 방송이 나와도 소용없었고

승무원이 지나갈 때만 잠시 조용했다가 다시 크게 떠들었다.

 

나는 짜증이 확 나려다가 잠시 멈추고 생각했다.

나는 앞으로 두 시간을 저분들과 함께해야 한다.

두 시간을 짜증만 내고 있을 텐가?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봤던 나의 문어 선생님이 떠올랐다.

한 문어의 일생을 그린 다큐였는데

나는 그 어리고 작은 낯선 아기 문어가

인간에게 처음으로 손을 뻗었을 때 가슴 깊은 곳에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고

상어가 다가오자 조개껍데기로 자신을 위장하며 상어를 속이려고 했을 때는

문어가 너무 기특했다.

그리고 완전히 다 큰 성체가 되고, 자식을 낳으며 서서히 죽어가는 모습을 볼 땐

눈물마저 날 것 같았다.

살면서 한 번도 문어를 음식 이상으로 생각해 본 적 없는 나에게 일어난

이상한 일이었다.

 

그러다 BTS에 대한 뉴스를 봤다. 항상 궁금했다.

BTS는 어떻게 전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성공을 이룰 수 있었을까?

물론 실력과 다른 수많은 요소들이 있었겠지만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건 8년 전 BTS가 무명 시절

무작정 미국으로 가

미국의 밑바닥부터 시작했다는 이야기였다.

 

당시 영어도 잘하지 못하는 멤버들이

미국의 길거리에서 자신들이 공연을 한다며

시간 있으면 한 번 와달라고 사람들에게 사정하는 모습

그렇게 2014년도 소극장에서 열었던 작은 콘서트

미국의 유명 프로듀서를 찾아가 음악을 같이 해줄 수 있냐며 부탁하는 모습

미국에서 아무도 그들에 대해 알지 못할 때부터

그들이 처음부터 시작하는 성장 스토리는 방송을 타고 있었다.

 

그렇게 해외 팬들은 BTS에게 남다른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나는 여기에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이 자기 자식을 사랑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는데

부모는 자기 자식의 처음을 모두 봐왔다.

처음으로 세상에 눈을 뜬 순간부터

그 아이가 처음으로 두 발로 섰을 때

처음으로 말을 했을 때

처음으로 학교에 가고, 처음으로 애인을 사귀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할 때

한 사람의 모든 걸 봐온 부모에게

자식은 뭘 해도 나쁜 사람이 될 수 없다.

사랑할 수밖에 없다.

왜인지 아는가?

 

어떤 지나가던 사람이 화가 난 상태로 웬 돌멩이를 발로 찼다면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그를 이상한 사람이라며 욕하겠지만

그 사람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 돌멩이를 발로 차게 된 이 순간까지

모두 봐온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왜? 지금, 이 순간 돌멩이를 발로 차게 되었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그 사람은 더 이상 이상한 사람이 되지 않는다.

그 사람은 나쁜 사람이 되지 않는다.

나는 이게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넷플릭스에서

문어라는 한 생명체의 처음에서부터 마지막을 지켜보며

그 생명체에게 남다른 감정을 느낀 이유

가수의 무명 시절부터 봐온 사람들이 그 가수에게 남다른 감정을 느끼는 이유

부모에게 자식이 나쁜 사람이 될 수 없는 이유

모두 다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내가 저 아주머니들이

공공장소에서 시끄럽게 떠든다며 무례하게 생각하고 짜증 나게 된 이유는

아예 무지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

그들의 단편적인 지금만 보면서 쉽게 판단해 버렸기 때문 아닐까?

그들이 아닌 내가 무례하게 그들을 판단해 버린 건 아닐까?

그들이 우리 엄마와 같다면 그들은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신났을까?

스트레스받는 가사 일을 잠시 내려놓고

지긋지긋한 남편에게서 벗어나 친구들과 함께 며칠이든 몇 주든

어디론가 떠나는 중일 텐데 얼마나 신났을까?

얼마나 신났으면 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 조용한 곳에서

하하호호 웃는 것일까?

 

그러자 그들의 목소리는

소음에서 기쁨에 지저귀는 세상의 소리가 되었고

나는 잠을 자지 못해도 그 소리를 들으며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