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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멘토 임작가] 부부갈등 아래에서 자녀가 살아남으려면 | 부부싸움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

Buddhastudy 2023. 12. 14. 19:53

 

 

저희 부모님은 평생 동안 서로 싸우셨어요.

이건 제가 엄마한테 들은 얘기인데요.

제가 갓난아이였을 때의 어느 날 아빠가 친구들과 화투를 치고 있으셨어요.

열심히 일하지 않고 노는 것이 못마땅하셨던 엄마는 화가 많이 나셨죠.

그래서 엄마는 저를 들쳐업고 아빠가 있는 곳을 찾아가셨어요.

그리고 아빠랑 친구들이 화투를 치고 있는 화투판 위에 저를 냅다 던지셨대요.

갓난아이였을 때부터 저희 인생은 이렇게 꼬인 건지도 몰라요.

 

저희 부모님은 굉장히 어릴 때 만나서 같이 살기 시작하셨대요.

동거하기 시작한 나이가 엄마가 18, 아빠가 20

저희 어머니는 19살 때 첫째 아이였던 제 누나를 낳으셨어요.

너무 어리고 준비도 안 된 두 분이 부부 생활을 시작했었던 거죠.

 

더군다나 두 분은 성격도 너무 달랐어요.

아빠는 돈보다 친구들 좋아하고 현재를 즐겨라, 까르페디엠, 닐리리아 스타일

엄마는 돈을 빨리 벌어서 집안을 일으키자, 미래를 위해 젊을 때 고생하자, 나를 따르라, 여장부 스타일이었어요.

그래서 엄마 눈엔 아빠가 일 열심히 안 하고 노는 배짱이로 보였을 거예요.

하지만 아빠는 자신이 일을 소홀히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셨어요.

오히려 엄마가 사사건건 자신의 즐거움을 방해한다면서 싫어하셨습니다.

 

두 분은 서로를 아주 못마땅하게 여기셨죠.

그렇게 평생 동안 서로를 미워하시면서 사셨습니다.

부모님의 갈등은 점점 심해졌고

저도 머리가 크면서 두 분이 서로 사이가 안 좋다는 걸 분명하게 느낄 수 있게 되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전 그것이 슬프고 고통스러웠던 것 같아요.

그때의 기억은 그냥 엄마 아빠가 이제 제발 좀 안 싸우셨으면 좋겠다 그만 싸우셨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또 저는 엄마 아빠가 싸우는 것이

혹시 내가 잘못한 것이 있나 하는 생각을 오랫동안 했었어요.

부모님의 갈등이 내 책임인 것 같아서

전 꽤 오래 죄책감을 갖고 살았던 것 같아요.

이런 걸 처음 느꼈을 때 제 나이가 8, 9살 정도였어요.

 

한 번은 엄마 아빠가 너무 자주 싸우시니까

슬프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랬는지

전 저의 소중한 ET 인형을 갖다 버렸습니다.

제 나이대가 아니면 ET가 뭔지 모르실 거예요.

제가 어렸을 때 ET라는 영화가 엄청 히트를 쳤는데

그게 인기가 워낙 많아서 인형으로 나왔어요.

ET를 너무 좋아해서 비싼 그 인형을 큰 마음 먹고 샀었습니다.

근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전 그 인형에 뭔가 저주가 걸려 있다고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저주가 걸려서 엄마 아빠가 저렇게 심하게 싸우시는 거다 하고 생각을 한 거죠.

ET인형이 얼핏 보면 주름도 많고 좀 징그럽게 생겨서

이게 뭔가 우리 집에 안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는 어린 마음에 엄마 아빠가 싸우는 원인을 알아내고 싶었고

싸움을 어떻게든 멈추고 싶었어요.

제가 인형을 버린 후 엄마 아빠가 안 싸우셨을까요?

아니요. 계속 싸우셨고

싸움은 점점 더 심해졌어요.

한 달에 최소 두 번은 크게 싸우신 것 같아요.

 

그렇게 부모님이 싸우고 나면 집안 분위기가 너무도 냉랭했습니다.

두 분은 서로 쳐다보지 않고, 말도 걸지 않은 채, 냉전 상태로 일주일 넘게 지내셨어요.

 

그런 냉랭한 상태가 되면 제 생활이 힘들었습니다.

학교 준비물을 사야 되는데

엄마 표정이 너무 무서워서 말도 못 붙이겠는 거에요.

그래서 학교 준비물을 못 챙겨간 적도 많아요.

 

저희 엄마는 부부싸움 후에

집안일을 한동안 아예 안 하시는 경우가 많았어요.

청소도 안 하시고 그냥 거실에서 tv만 보셨던 것 같아요.

밥도 안 하셔서 전 배가 고팠던 적이 많았어요.

라면을 끓여 먹거나 밥과 소시지 김치를 큰 그릇 하나에 때려넣고 혼자서 먹었던 기억이 많이 납니다.

 

한 번은 엄마 아빠가 너무 심하게 싸우셨는데

서로 할퀴고 비난하고 헐뜯는 부모님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전 너무 슬펐어요.

그래서 그 싸움을 어떻게든 멈추고 싶었고

그 마음이 되게 간절했어요.

뭔가 저 싸움을 멈출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절실함을 느꼈어요.

 

그래서 우연히 냉장고를 열었더니

아버지가 즐겨 마시던 소주들이 보이더라고요.

저는 충동적으로 소주 한 병을 따서 바로 원샷을 했습니다.

5분 정도가 지나자 취기가 몰려왔어요.

그리고 슬픈 감정도 몰려와서 제 감정도 폭발했어요.

전 금방 만취 상태가 되었죠.

그리고 한참 싸우고 있던 엄마 아빠 앞으로 다가가서 대성통곡을 했습니다.

제발 그만 싸우시라고.

사랑하는 엄마, 사랑하는 아빠가 싸우는 것을 보는 것이

너무 힘들다면서 펑펑 울었어요.

그때 정말 제 인생 처음으로 목매 울었습니다.

 

만취해서 오열하는 아들의 모습에

두 분 다 좀 놀라셨는지 부모님은 싸움을 멈추셨어요.

전 부모님이 싸움을 멈추셔서 참 다행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돌발적이었지만 제가 술 마시길 참 잘했다고도 생각했어요.

물론 그날 밤 만취로 인해 꽤나 고생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 이후로 몇 주 후에 부모님은 다시 크게 싸우셨습니다.

제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다시 싸우다니

전 그게 너무 절망스러웠어요.

제가 술을 아무리 많이 마시고 통곡을 해도

부모님의 싸움을 멈출 수 없다는 생각에 너무 좌절스러웠습니다.

 

부모님의 갈등은 이렇게 제 인생 평생 숙제가 되어 버렸어요.

그런데 부모님의 부부 갈등이

왜 제 인생의 문제가 되어야 하는 거죠?

 

여러분 부모님도 혹시 많이 싸우시는 부부였나요?

그럼 여러분도 많이 힘들고 슬프고 마음고생 많으셨겠죠.

 

근데 제가 10년 넘게 부부 관계에 대해 공부하면서 발견한 사실은

엄마 아빠가 싸우는 건 여러분 잘못이 아니라는 거예요.

부부는 서로 싸울 수 있지만

그건 부부의 문제지

자녀에게까지 그 문제를 떠넘겨서는 안 되는 겁니다.

부부싸움을 하는 게 자녀의 책임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자녀가 부부싸움 때문에 피해를 받아선 안 돼요.

 

더군다나 여러분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니죠.

부부가 갈등이 심해지면

부부 중 하나가 자녀를 자기편으로 포섭하려는 경향도 있어요.

아내들이 일부러 애들 앞에서 싸워서

애들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아요.

 

저의 경우에도 엄마가 저를 정말 잘 포섭하셨어요.

그래서 전 거의 30살이 될 때까지 아빠만 나쁜 사람인 줄 알았어.

아빠 때문에 부부싸움이 일어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고요.

 

부부 갈등은 물론 양쪽에 다 책임이 있는 거지만

부부관계를 리드하고 주도하는 것은 보통 아내고

저희 부모님의 부부 싸움에선 엄마 책임이 더 컸거든요.

엄마가 싸움을 주로 키우셨어요.

 

만약 여러분도

부모님이 여러분을 포섭하려고 하면

그래서 자신들의 부부 싸움에 자기 편으로 이용하려고 하면

거기에 절대 끼시면 안 됩니다.

 

부부싸움은 기본적으로 부부 간의 문제고 부모님 문제라고요.

아무리 가족이고 자녀라고 해도

거기에 껴서 우리가 도움을 줄 수가 없어요.

 

만약 여러분이 저의 경우처럼

엄마편에 서서 아빠한테 막 뭐라고 했어 봐요?

아빠 입장에선 그게 얼마나 서운하겠어요?

 

어쨌거나 엄마도 그렇고 아빠도 그렇고 여러분 부모님이잖아.

그리고 부부 갈등 문제는 자녀들이 어떻게 해결할 수가 없어요.

부부가 제대로 된 관계 치료를 받지 않으면 해결이 근본적으로 안 되는 거야.

 

매년 전 세계적으로 100명이 결혼하면 40명 이상이 이혼해요.

한국도 마찬가지고요.

이혼하는 사람들이 결혼할 때 이혼을 생각하고 결혼을 하겠어요?

자기들 힘으로 해도 해도 안 되니까 이혼하는 거예요.

 

부부 갈등은 원래 해결이 잘 안 되는 거니까

자녀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말씀드리는 겁니다.

 

부모님을 여러분이 정말 사랑해서 도와주고 싶다면

부모님이 부부 갈등을 푸는 방법에 대해 공부하게끔

설득하시는 것이 가장 좋을 거예요.

 

다행히 부모님이 공부를 하겠다, 전문가로부터 도움을 받겠다고 하면

해결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고

그게 아니면 해결이 안 되거든요.

원래 그런 거예요.

 

그런데 부모님이 도움받는 것을 받아들이시지 않으면

여러분은 그냥 자기 인생을 살아야 해요.

부모의 인생은 부모의 인생이고

여러분의 인생은 여러분 인생이에요.

 

여러분은 정서적인 흙수저일 수 있어요.

그렇다면 자라면서 상처를 더 많이 받았기 때문에

극복해야 할 문제들이 남들보다 더 많을 거예요.

 

저도 살면서 문제들이 참 많았는데

아직도 그것들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부모님의 갈등이

여러분의 인생에 피해를 주지 않게 더 똑똑하게 사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인생에서 손해를 볼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에요.

 

부모님의 갈등이 여러분 인생에 안 좋은 영향이 가지 않게

선을 분명히 그으세요.

십분 양보해서 부모님이 우리를 태어나게 해주신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부모님의 갈등이 여러분의 인생을 망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인생을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