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남편에게 올라오는 화를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요 (2024.02.21.)

Buddhastudy 2024. 3. 5. 20:00

 

 

제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남편한테 화가 올라오는데

이를 어떻게 없애면 좋을까요?

몇 년 전 직장에 신입사원이 들어왔을 때

그 사람 성격도 괜찮고 나도 그 사람이랑 잘 어울리는데도

미운 마음이 무의식중에 올라왔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봤지만 답을 찾지 못했어요.

그러다 작년부터 천일결사와 명상을 한 뒤로는 화가 거의 안 납니다.

그런데 유독 남편에 대해서는 가끔 화가 납니다.

예를 들면

제가 택배 상자를 일부러 문밖에 뒀는데

남편이 식탁 위에 가져다 놓았길래

제가 보자기는 좀 벗기고 올려놓지.’ 그랬더니

남편은 쓸데없는 소리 한다면서

당신이 못 봐서 갖고 들어왔는데 하며 언성을 높이고 화를 냈습니다.

그 순간 저도 화가 저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면서

이러다가는 내가 남편을 때리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마저 들더라고요.

다음날 정진하는데 이 화의 근원은

엄마의 마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릴 때 엄마가 아버지한테 미운 감정과 화난 감정을 품었는데

그 마음의 영향을 받아서

나도 이렇게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화는

꼭 남편이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겠구나 싶기도 합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렇게 자신의 화의 뿌리에 관해서

탐구를 해나가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내가 화가 났는데

스님한테 묻는다고 답이 나올 리는 없잖아요?

 

스님이 화를 냈으면

당신 왜 화를 냅니까?’ 하고 물을 수 있는데,

자기가 화를 내놓고 스님한테

제가 왜 화를 냅니까?’ 이렇게 묻는 것은 모순입니다.

 

그러니 질문자가 스스로

남편이 물건을 밥상 위에 올려놨는데 왜 화가 날까?’

이렇게 화난 그때로 돌아가서 탐구하는 게 중요합니다.

 

탐구를 하면,

첫째, 내가 화를 잘 내는 성질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성질은 자기가 형성한 것도 있지만

어릴 때 가정환경의 영향을 받아서 주로 형성됩니다.

엄마가 화를 잘 내면 그 까르마를 내가 답습하게 되는 겁니다.

 

둘째, 그런 까르마가 있다고 해도

어떤 자극이 와야 반응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남편의 행동이 자극을 주니까 내가 반응을 하게 되는 것인데,

이때 마치 남편 때문에 화가 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나에게 그런 까르마가 없으면 반응을 안 하게 됩니다.

또 내가 그런 까르마를 가지고 있어도

남편이 자극을 안 주면 반응을 안 하게 되고요.

 

남편을 고쳐서 자극을 안 주도록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남편을 고치는 것은 남편 스스로 해야 할 일이에요.

그런데도 우리는 내 까르마는 놔두고 상대를 탓하게 되죠.

그렇게 해서는 자유로워지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해결책은

첫째, 남편의 이런 행동에 내가 이렇게 반응하고,

남편의 저런 행동에 내가 저렇게 반응하는 것을

계속 탐구하는 겁니다.

내 까르마가 이렇게 형성되어서 이런 반응을 하는구나하는 것을

계속 알아차려야 합니다.

 

둘째, 이렇게 알아차릴 수 있게 되면

남편의 자극에 화를 내긴 하지만

적어도 남편 탓은 안 할 수 있습니다.

내 성질 때문인 것을 알기 때문에

남편 탓을 안 하니까

남편에게 화를 내도 싸우지는 않게 됩니다.

벌컥 화는 낼지라도 내가 잘했다고 우기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죄송합니다. 제가 성질이 더러워서 그랬습니다하고

넘어갈 수 있게 됩니다.

 

셋째, 이렇게 내 까르마에 문제가 있는 것을 자각했다면

이 까르마에 반응하지 않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이것을 알아차림이라고 해요.

마음에 불편함이 올라올 때

너 또 성질내려고 그러네?’

이렇게 자기를 알아차리면 마음이 일어나다 사라집니다.

 

이렇게 알아차림을 통해서 일어난 것이

바깥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바깥으로 드러나 버렸을 때는

죄송합니다하고 빨리 사과하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인간관계를 맺거나

일상생활을 하는 데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자기 자신을 더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