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저에게 집착하는 상대와 모임에서 마주치게 될까 불안합니다. (2024.03.13.)

Buddhastudy 2024. 3. 25. 20:13

 

 

정토회에서 만난 한 남자 청년 활동가가

7년간이나 저에게 집착했던 일이 있습니다.

현재는 지역을 옮겨서 마주칠 일이 없습니다만

지금도 그 기억에 괴로울 때가 있습니다.

정토회에서 전국 단위의 모임을 할 때면

혹시 그 사람과 마주치게 될까 불안합니다.

당시에 더 강하게 대응하지 못했던 나 자신을 탓하는 마음도 있는데

제가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요?//

 

 

상대방의 의사와 관계없이

자신의 사랑을 일방적으로 표현하는 일을 일컬어

스토킹(stalking)이라고 하고

그런 사람을 스토커(stalker)라고 부릅니다.

 

옛날에는 좋아서 집착하는 일도

사랑이라고 순화해서 표현했다면,

요즘은 상대방이 싫다고 하면

스토커라 부르며 나쁜 사람이라고 취급합니다.

같은 대상도 시대에 따라 보는 관점이 이렇게 다릅니다.

 

옛말에 열 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하는 말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좋아하는 사람의 집 앞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거나

아침마다 꽃을 들고 기다리는 모습을 보고

그저 열렬한 사랑의 표현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요즘 시대에는

상대방의 동의 없이 그렇게 행동했다가는

경찰에 잡혀갈 수가 있습니다.

시대에 따라서 행동을 평가하는 관점이 달라져서 그래요.

 

이전 시대에는 그런 사람을 두고

사랑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면

지금 시대에는

상대방을 괴롭히는 나쁜 사람이라고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해외토픽에서

중국의 한 남성이 좋아하는 여성 집 앞에서

무릎을 꿇고 하루 종일 꽃을 들고 기다렸대요.

예전 같았으면 열렬한 사랑의 고백으로 표현되면서

이슈화되었을 일이

지금은 스토커라고 비난하는 댓글이 어마어마하게 달려

이슈화가 된 일도 있었습니다.

 

질문자는 지금 그 사람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아요.

싫다는데 지속적으로 반복하니까 더 싫어하는 감정이 생겨나서

이제는 싫은 감정이 두려운 감정이 되어버린 겁니다.

 

질문자가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질문자 자신의 자유이듯이

그 사람이 질문자를 좋아하는 것은 그 사람의 자유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나를 좋아해 주는 일이 어찌 보면

고마운 일이라고 여길 수도 있습니다.

먼저 이런 관점을 가지고 고마운 마음을 내는 게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커피를 벌써 두 잔을 마셨는데

누가 커피 한 잔 더 마시겠냐고 권한다면 뭐라고 말하겠습니까?

싫어 저리가! 안 먹어!’ 이렇게 말하겠습니까?

권유해 주는 것은 고마우니 땡큐하고 말하지만,

그러나 이미 두 잔을 마셔서 나는 더 원하지 않으니

하고 말하면 됩니다.

 

그래서 고맙지만 사양한다는 표현으로

노 땡큐라는 말이 있습니다.

단지 라고만 한다면

상대방의 정성을 외면하는 일이 됩니다.

그래서 뒤에 땡큐를 붙여줘야 되는 거예요.

 

상대의 제안이나 마음은 고맙지만 나는 싫을 때,

상대의 뜻은 받아들이되 나의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방법이

바로 노 땡큐라는 표현입니다.

우리나라 말로는 고맙지만 사양하겠습니다하고 말하면 됩니다.

 

지금 상황을 두려워하거나 스트레스받을 것이 아니라

웃으면서 노 땡큐라고 말해보면 좋겠어요.

그렇게 생각할 때 질문자의 두려움이 사라지고 트라우마도 없어집니다.

 

상대방을 다시 만나는 일이 생기더라도 분명한 어조로

노 땡큐라고 말할 준비가 되어 있으면

두려워할 일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세 번 이상 지속된다면

부드러운 어조로 그러나 단호하게 말해야 합니다.

 

표현하는 것은 당신의 자유이지만

내가 싫은 의사를 분명히 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니

저는 경찰에 신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경찰에 접근금지 신청을 하겠습니다.’

 

이렇게 법의 보호를 받는 일이 필요합니다.

상대방을 다시 만나게 될까봐 벌벌 떨면서 두려워하는 것은

수행자로서 올바른 자세가 아닙니다.

 

질문자가 겪은 일이

불안하고 두려워할 일이 아님을 알아도

계속 그 일이 마음에 걸리고 신경 쓰인다면

병원에 가보는 게 필요합니다.

 

상대방의 행동도

예전에는 사랑이라 표현하고 넘어갔던 일을

지금은 정신적인 문제로 보고 치료를 하듯이

질문자 또한 트라우마가 되어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하는 상태일 수 있습니다.

 

먼저 수행으로 극복을 해보고

그래도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피해의식으로 인해 지나치게 신경이 흥분되어 있는 상태일 수 있으니

의사와 상담을 해보기를 바랍니다.

 

상대방을 다시 만나게 된다고 해서

절대로 두려워하지 말기 바랍니다.

그 상황을 직면한다 해도 웃으면서

우리는 수행자입니다.

당신의 호의는 고맙지만 저는 싫습니다하고

분명하게 말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성질내면서 악에 받쳐서 얘기하면

오히려 그 모습이 좋다고 더 따라다닐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상대방의 정신이 그렇게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은 화를 내면

화내는 모습이 더 예쁘다는 식으로 받아들입니다.

그 사람이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눈에는 내가 화내는 모습까지도 좋게 보이는 거예요.

 

그러니 오히려 웃으면서 의사를 분명하게 얘기하는 편이 낫습니다.

노 땡큐라고 말하고,

그래도 지속된다면

법에 저촉되니 접근금지 신청을 하겠다라고 말하면 됩니다.

 

두려워서 기피하거나 도망가는 것은

자신의 자유를 스스로 포기하는 일과 같습니다.

 

나는 이 세상 어디든 갈 수 있고

누구도 만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몸입니다.

그런데 어떤 한 사람으로 인해서

모임에도 못 나오고, 다시 그 사람을 만나게 될까 두려워하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자유를 포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사실을 사실대로 알아서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일이 다시 벌어지면

그때는 정토회에 도움을 요청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미 수년 전에 벌어진 일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선입관에 해당합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이미 변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 번의 잘못으로

그 사람을 범죄인으로 낙인찍는 것도 옳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또다시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 사람에게는 노 땡큐라고 얘기하면 됩니다.

그래도 해결이 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정토회에 먼저 이야기하여

법회 참가를 못하게 하거나

모임에 나오지 못하게 할 수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까지 조치를 취했는데도

그 사람이 말을 듣지 않으면

그때는 경찰에 신고하여 접근금지 명령을 내려야 합니다.

 

그러나 제가 알기로는

정토회에서 공식적으로 요청하는 단계까지 가면

대부분 더 이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정토회에서 요청을 했는데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정신질환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나는 절하기가 싫어서 정토회에 가기 싫다

싫어하는 남자가 자꾸 추근대서 정토회에 가기 싫다

이런 문제들은 사실 작은 문제입니다.

그러니 거기에 너무 연연해하지 말고 수행자로서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노 땡큐라고 의사 표현을 해보세요.

 

만약 도움이 필요하다면

정토회와 의논하면 됩니다.

정토회에서는 세 가지를 금지하는 원칙이 있습니다.

 

누가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고민할 필요 없이 바로 신고하면 됩니다.

누가 물건을 사달라고 하면

고민할 필요 없이 바로 신고하면 됩니다.

 

내가 싫은데 자꾸 연애하자고 접근하면

고민할 필요 없이 신고하면 됩니다.

정토회에서는 사적 모임을 갖지 말라하는 원칙이 있기 때문입니다.

 

회원들이 이런 문제들을 맞닥뜨려서 신고를 하면

정토회는 언제든 규칙에 따라

회원들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제가 이런 어려움이 있습니다하고 도움을 요청하면 됩니다.

 

정토회에서는

-상대가 싫다는데 연애하자고 접근하는 것

-돈 빌려달라는 것

-투자 요청이나 물건 사달라고 하는 것

이렇게 세 가지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도반이 어렵다고 하니 돈을 빌려줘야 하나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바로 신고를 하면 됩니다.

앞으로는 고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활동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