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아이가 주위의 기대에만 부응해서 자기 삶을 살지 못할까 봐 걱정입니다. (2024.04.18.)

Buddhastudy 2024. 4. 25. 20:53

 

 

아홉 살, 여섯 살 된 두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어느 집이든 첫째로 태어난 아이는

부모와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크고 작은 부담과 책임을 느낀다고 합니다.

첫째 아이는 양가에서 모두 기다려 온 첫 손자입니다.

할머니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우리 집 장손만 보고 산다고 하시고,

할머니 댁에 갈 때면 첫아이만 데리고 주무십니다.

양가의 형제자매들은 결혼을 했든 하지 않았든

아이가 없어서 조카에 대한 관심이 큽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가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애쓰면서 살게 될까 봐 걱정입니다.

아이가 자신의 삶을 살아가도록 하려면

엄마인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그건 질문자가 어떻게 한다고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요즘 평균적으로

아이 한 명에 어른 여덟 명이 둘러싸고 살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낳으면 엄마 아빠가 있고

그 엄마 아빠의 양쪽 부모가 있습니다.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까지 합하면 여섯이 됩니다.

거기에 삼촌이든, 고모든 하나씩 포함하면

여덟 명의 어른이 아이를 에워싸고 살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어른 여덟 명이 어린아이 하나를 두고 쳐다보면서

이거 해줄까’, ‘저거 해줄까하는 환경이니

아이들의 버릇이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질문자가 노력한다고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또 할머니나 다른 어른들에게

그렇게 하지 말라고 부탁하더라도 개선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다른 어른들이 하는 건 그냥 두되

다만 질문자까지 거기에 합세하지는 않아야 합니다.

그걸 막으려고 하지도 말고, 나까지 나서서 더 부추기지도 말고

그냥 아이가 자라는 대로 지켜보면 됩니다.

 

다만 어떤 경우에도 아이를 야단치면 안 됩니다.

야단을 치거나 때리는 것은

아이에게 심리적 억압을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아이가 원하는 대로 다 해주는 것도 안 돼요.

우리는 보통 아이가 뭘 해 달라고 요구하면

막 화를 내거나 욕을 하면서도 나중에는 요구를 다 들어줍니다.

욕을 해서 심리적 억압을 만들고, 결국에는 해주기 때문에

아이의 버릇이 나빠지는 겁니다.

해줄 거면 그냥 해 주고,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면

아무리 아이가 울고불고하더라도 안 된다고 단호하게 거절해야 합니다.

왜 이렇게 우느냐하고 야단치지 말고

그냥 안 해주면 되는 거예요.

어떠한 경우에도 야단을 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미 개가 새끼 강아지를 키우듯이

밥을 달라면 밥을 주고,

때가 지나면 네가 알아서 먹어라하고 밥상을 치우면 됩니다.

이렇게 편하게 키워야 아이가 잘 됩니다.

물론 아이를 학대해서는 안 됩니다.

반대로 너무 지나치게 보호하는 것도

아이의 자립심을 키우는 데에 장애가 됩니다.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든, 뭘 하든

제멋대로 한다고 야단도 치지 말고

제멋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지도 말아야 합니다.

그냥 그건 바람직한 길이 아니란다

이렇게 말해주고 해 주지 않으면 됩니다.

 

부모가 아이를 너무 힘들게 키우는 것은 아이에게 좋지 않습니다.

그냥 편하게 키우는 게 좋습니다.

먹는 밥에 숟가락 하나 얹어주고

세탁하는 김에 옷 하나 더 집어넣는다는 관점을 갖고

아이를 편하게 키우면

저절로 아이가 잘 됩니다.

 

아이가 뭐 해 달라고 요구하면

엄마가 볼 때는 너 스스로 하는 게 낫겠다고 말해 주고,

오히려 가끔은

엄마가 바쁜데, 네가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게

아이의 성장에 도움이 됩니다.

 

너는 공부해야 하니까 이것도 하지 말고, 저것도 하지 말아라

이렇게 말하는 것은

아이의 성장에 별로 도움이 안 됩니다.

자기 방 청소는 자기가 하도록 하고

자기 짐은 스스로 정리하도록 해야 합니다.

 

아침에 학교 가라고 깨웠는데 안 일어날 때는

야단을 치면 안 돼요.

학교에 지각하거나 결석해도 된다 싶으면 그냥 놔두고

학교에는 꼭 가야 한다 싶으면

얼굴에 물을 붓든지 해서 아이가 벌떡 일어나게 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야단을 치지 않는 것입니다.

학교는 가야 한다하고

웃으면서 기준을 분명하게 말해야 합니다.

매일 아침마다 아이와 싸우면서 깨우는 건 바보 같은 짓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아침에 일어나지 않으면

부모님이 이불을 확 뺏어버렸거든요.

그럼 추워서 안 일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가

엄마는 나를 사랑해서 내가 바른 길로 가라고 그러시는구나하고

느끼도록 하는 게 필요합니다.

 

...

 

그렇다고 외면해서는 안 돼요.

그래 알았다, 네 맘대로 해라!’ 하는 건 외면이거든요.

항상 아이의 상태를 지켜보고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주되,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무리 아이가 원해도 거절해야 합니다.

 

또 아이가 원하지 않아도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제안을 할 수는 있습니다.

그래도 아이가 싫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 거예요.

내 욕심으로 아이를 어떻게 하려고 하지도 말고

내 뜻대로 안 된다고 아이를 방치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사랑이란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편안하게 아이를 키웠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