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통일과 민족을 지우겠다고 선언한 북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2024.06.20.)

Buddhastudy 2024. 6. 27. 19:31

 

 

북한은 작년 말 남북관계를 적대적 2국가관계로 규정하고

통일과 민족이라는 말을 지우겠다고 나섰습니다.

그 말대로라면

앞으로 남과 북은 통일해야 할 근거도 이유도 없어지며

단지 국제법의 적용만 받는 국가 관계가 됩니다.

 

우리는 현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이 시점에서 통일의 의미와 과정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요?

그리고 연관해서 두 개 국가로 가겠다는 북한을

어떻게 불러 세울 것이며

대화조차 끊어진 남북 관계를

어떻게 관리해 나갈지도 깊이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통일은 우리에게 지워진 무거운 짐이지만

우리의 평화와 안전, 번영을 보장하는 마스터키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에서 우리만이 유일하게 이 키를 가질 자격이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가 그 뜻을 새기고 희망을 나누는 값진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주제 발표와 토론자님들의 얘기 잘 들었습니다.

지금 한반도의 정세가 이렇게 급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해왔던 방식 말고 다른 관점에서 보면 어떨까?’ 하는

문제 제기가 있었고,

이에 대한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에 대한 많은 토론이 있었습니다.

 

--붕괴도 안 되고 개방도 안 되는 북한

 

제가 생각할 때, 과거는 놔두고 지난 30년을 돌아보면

남한 정부는 북한 정부를 소련의 위성국가인

동유럽 국가처럼 생각해 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동유럽 국가들처럼

북한도 조금만 압박을 가하면

곧 붕괴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강경 정책을 취해 왔습니다.

 

하지만 중국이나 베트남, 라오스 같은 아시아의 공산 국가들은

소련의 해체와 상관없이

그대로 국가가 유지되고 발전해 온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배경에는 소위 개혁과 개방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한편으로는

온건 정책이었던 햇볕 정책을 펼치면서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중국이나 베트남의 개혁 개방도

안보 위험이 없어진 후에야 시작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안보 위협을 수시로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 아시아적인 요소에 의해

국가 체제는 유지되었지만

결국 북한은 개혁과 개방을 못 했기 때문에

주민들의 생활이 매우 곤궁해졌습니다.

 

북한은 아시아적 요소,

즉 민족주의적 요소에 의해 국가 체제가 유지되고 있고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소련 붕괴 이후 개혁 개방을 못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거의 붕괴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남한은 지금까지 북한에 대해서

개혁 개방을 시키든, 붕괴를 시키든

두 가지 정책만 써왔는데

북한은 붕괴도 안 되고 개혁 개방도 안 되는

독특한 형태로 유지되어 온 것입니다.

 

 

--아무런 효과가 없었던 당근과 채찍 정책

 

그런데 2022년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북한의 국제적 위상이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30년 동안 국제사회에서 제재를 받고 고립되어 있었는데

국제 질서에 균열이 생기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분열되면서

북한 입장에서는 외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입니다.

 

또한 북한은 러시아와 군사 협력을 함으로써

경제 발전까지는 아니지만

최소한의 생존에 필요한 식량이나 연료 등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북한을 상대할 때

기존에 해오던 '당근과 채찍' 정책을 사용해서는

아무 소득이 없을 것입니다.

 

과거의 전략은

북한의 위상이 국제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상태에서 쓸 수 있는 전략이었다면

이제는 북한의 위상이 바뀌었기 때문에

우리는 바뀐 현실을 인정하고 그에 맞게 대응을 해야 됩니다.

 

그 방법이 두 개의 국가론이 될지, 다른 방식이 될지 아직 모르지만,

북한은 더 이상 6자 회담을 할 때의 위상이 아니기 때문에

변화한 국제 정세에 맞는 새로운 대응책을 연구해야 합니다.

 

그러나 올 초부터 이슈가 되고 있는 두 개의 국가론

새로운 방법으로 채택하려면

우선 헌법을 바꿔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前文)에는

국가의 목표가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이라고 나와 있고

헌법 제3조 영토 조항에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두 개의 국가론이 정말 우리에게 이익이 될까요?

 

무엇보다 두 개의 국가론을 채택하는 것이

과연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지가 의문입니다.

과거 신라와 발해가

'두 개의 국가'를 채택해서 갔기 때문에

발해가 멸망할 때 신라는 이에 무관심했고

그로 인해 우리 민족사에 큰 손실을 남겼습니다.

 

마찬가지로 남한과 북한이

완전히 두 개의 국가로 나아가게 된다면

우리는 중국의 해군 기지가 북한에 들어온다든지 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남한에서는 북한의 국가 정책에 대해 반대할 명분이 없어집니다.

 

그래서 노골적으로 두 개의 국가론으로 가기에는

미래에 굉장히 큰 위험이 있고

그렇다고 지금처럼 계속 통일을 주장하면

전쟁으로 갈 위험이 있기 때문에

우리들의 현재와 미래에 이익이 되는 방법이 무엇인지

심도 있게 논의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현재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되

미래의 이익을 위해서 통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연구해 보면 좋겠습니다.

이념적 통일이 아닌 국가 경영 전략 차원에서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그런 통일을 그려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발표해 주시고 토론해 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시청해 주신 여러분께도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개인 생활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 모두의 미래가 걸려 있는 국가의 안보 전략과 통일 전략에

국민 여러분이

더 큰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는 부탁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