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그라운드(2018)

사람을 잃는 최악의 대화법 [대화, 공감, 소통]

Buddhastudy 2019. 2. 8. 20:04


친구의 아버님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다.

평소에 나에게 너무나 잘해 주셨고,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쓰시던 분이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돌아가시니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무엇보다 고통스러울 사람은

장례식장 앞에서 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내 친구일 것이다.

 

장례식이 끝나고 며칠 뒤, 그 친구를 우연히 카페에서 만났는데

마치 혼이 나간 듯한 그의 얼굴을 보면서

무슨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계속되는 침묵을 깨고 무력하게 있던 그를 위로하기 위해

내가 태어나고 9개월도 채 안 되었을 때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과 이를 극복해왔던 과정을 나누면서

나도 너의 고통에 공감하고 있으며

혼자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 친구의 반응은 내가 예상했던 그것이 아니었다.

그래, 너가 이겼다.

너는 한 번도 아버지를 본 적이 없지만

나는 적어도 30년은 같이 지냈었네.

위로를 받아야 하는 건 내가 아니라 너였어.

너 앞에서 내가 이렇게 슬퍼하는 게 아주 웃기는 일이었네.”

 

친구의 뜻밖의 반응에 나는 당황해서 바로 변명했다.

아냐, 아냐, 아냐! 그런 뜻이 아니라

단지 나는 너가 무슨 감정인지 알고 있다고말하고 싶었던 거야.”

그 친구는 피식 웃더니, 마지막 한마디를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카페를 나갔다.

아니, 너는 내가 뭘 느끼고 있는지 하나도 몰라.”

 

많은 대화 전문가들은 원활한 대화와 소통을 위해서는

구성원간의 공감이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미국의 유명한 작가이자 유명한 쇼의 호스트인 셀레르테 헤들리공감에 어설프게 집착하는 것이야 말로 최악의 대화로 흘러가는 지름길이라고 지적한다.

 

많은 사람들은 공감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있습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상대방에게 공감하고 있음을 보여주려

상대방의 상황과 유사한 형태의 자신의 경험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누군가와 헤어졌다면, 자신의 이별 경험에 대해 얘기하면서

너의 고통에 공감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거죠.

하지만 이는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더 많은데,

자신의 경험을 말하는 걸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상대방은 대화에 참여할 기회를 잃어버리고

아무도 듣지 않는 말을 떠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진정한 공감을 위해 꼭 필요한 한 가지 대화법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도와주는 대화법이다.

 

대화를 할 때, 적절한 질문이나 표현 등으로 상대방이 계속 대화를 이어나가게 한다면

우리는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내 신발이 너무 낡아서 찢어질 지경이야라고 말한다면

맞아, 이제 보니 내 것도 다 낡아서 하나 사야할 것 같아.”

이와 같이 자신의 경험을 내세우기보다

지금 보니 그렇긴 하네. 혹시 염두에 두고 있는 브랜드 있어?”

이와 같이 상대방이 말하기를 유도하는 것이 좋죠.

 

도와주는 대화법을 연습하려 한다면 처음에는 매우 답답할 겁니다.

내 이야기를 할 틈도 없이 상대방의 얘기를 들어주고 호응해줘야 하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계속 대화를 하다 보면

상대방으로부터 뜻밖의 대답이 나올 겁니다.

 

정말 고마워. 네가 해준 이야기가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어.”

정작 우리는 별 얘기를 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앞으로 속 깊은 대화를 할 때마다 명심하세요.

어설프게 우리의 경험을 공유하기보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스스로의 이야기를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진정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