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그라운드(2019)

세계의 패권을 뒤바꾼 '돈의 역사'

Buddhastudy 2019. 5. 2. 20:17


수많은 영웅이 등장하는 삼국지

그 중에서 가장 뛰어난 지략가를 고르라면 많은 사람들이 촉의 승상 제갈량을 꼽습니다.

 

신출귀몰한 전략과 뛰어난 정치 감각으로 천하 삼분지계를 이루어

성 하나 차지하지 못했던 유비가 형주와 서촉을 차지하며 황제에 등극하도록 도왔죠.

유비 사후에는 5차에 걸친 불벌로 조조의 위나라를 턱밑까지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어째서 제갈량은 이토록 위나라를 공격하는데 국력을 집중했을까요?

출사의 명분은 있었습니다.

 

한 황실의 뒤를 이어 역적을 토벌한다는 이유가 있었죠.

하지만 역적을 토벌하겠다고 모든 것을 쏟아 부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실제로 수나라의 경우 고구려를 토벌하겠다고 온 국력을 쏟아 부었다가 3차에 걸친 원정이 패배로 돌아가며 나라가 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제갈량처럼 현명한 사람이 어째서 뒤를 도모하지 않고 모든 것을 쏟아 붓는 올 인 러시를 감행했을까요?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유는

뒤를 도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촉나라가 자리 잡고 있는 서촉은 험한 산지가 대부분입니다.

그에 반해 위나라는 중원을 자치하며 풍부한 곡창 지대를 보유할 수 있었죠.

하지만 오랜 전쟁 때문에 넓은 땅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습니다.

전란으로 인구가 감소했고, 그에 따라 식량 생산량도 감소할 수밖에 없었죠.

 

반면에 서촉은 변방에 떨어져있다 보니 전쟁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시기가 유일한 타이밍이었습니다.

험준한 촉나라와 풍요로운 위나라가 엇비슷한 경제력을 보유할 수 있는 마지막 타이밍이었죠.

 

시간이 흐르고, 사람들이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어른이 되면, 국력은 더욱 벌어져 돌이킬 수 없는 차이를 만들게 됩니다.

제갈량이 그토록 북벌에 집착한 데에는 이처럼 경제적인 이유가 깔려있던 것이죠.

 

하지만 제갈량의 숙적인 위나라의 사마의도 바보는 아니었습니다.

버티기만 하면 전쟁의 승자는 위나라가 될 것임을 알고 있었죠.

그래서 수비 일변도로 제갈량의 북벌을 막아냅니다.

제갈량은 끝내 사마의를 뚫지 못하고 아쉽게 수명을 다하고 말았죠.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의 저자 홍춘옥 박사는 이러한 수비 전술이 외세의 침략을 막는 중국의 전략이었다고 말합니다.

한족을 비롯한 농경민족은 북방의 기마민족과 1:1로 붙어서는 승산이 없었습니다.

 

기마민족은 뛰어난 전투력을 바탕으로 언제나 중국대륙을 위협해왔죠.

하지만 전투에서는 지더라도 전생에서는 이길 수 있었습니다.

 

농경민족은 압도적인 인구수와 뛰어난 생산력을 바탕으로 장기전을 펼칠 수 있었죠.

반면 기마민족은 농사를 짓기 어렵기 때문에 장기전에 돌입하면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역사상 가장 큰 영토를 차지했던 몽골제국이 가장 마지막에 정복했던 나라도 먼 서방의 유럽국가가 아니라 바로 코앞에 있었던 송나라였죠.

송나라의 막강한 경제력 덕분에 몽골제국의 맹렬한 공격을 오랫동안 막을 수 있었습니다.

 

전투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전략이나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경제였습니다.

 

이는 유럽 역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럽 대륙을 정복한 나폴레옹은 다음 목적지로 영국을 지목합니다.

프랑스 스페인 연합 함대는 영국으로 상륙하기 위한 대규모 공세작전을 취하게 되죠.

 

그러나 나폴레옹의 시도는 영국의 영웅 넬슨 제독 앞에서 산산조각이 나고 맙니다.

영국 함대는 단 한척의 손실도 없이 적군을 완전히 궤멸시키는데 성공했죠.

 

그런데 이러한 대승 뒤에는 영국의 탄탄한 경제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영국은 윌리엄 3세가 집권하면서 네덜란드의 선진 금융제도를 도입했고, 그로 인해 저금리의 국채를 발행하여 막대한 국방비를 벌어들이게 됩니다.

 

거대한 함대를 건설하는 것은 물론, 실제 화약을 이용해 실전에 가까운 훈련을 하는 등

프랑스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막강한 전력을 갖출 수 있었죠.

그 결과 트라팔가르 해전에서 대승을 거두게 됩니다.

 

이처럼 영웅들이 등장하는 역사 속 이야기 뒤에는

경제라는 중요한 요소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역사의 흐름을 알기 위해서는 돈의 흐름도 함께 알아야 하죠.

세계의 패권을 뒤바꾼 돈의 역사를 함께 알아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