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조_시래기톡

[시래기톡] 좋은 친구는 어떤 친구인가요

Buddhastudy 2019. 5. 10. 20:45


Q. 좋은 친구는 어떤 친구인가요?

 

 

우리 큰애, 딸 아이 친구들이 4명이 있는데, 검도부 같은 동호인이다 보니까.

친한 친구가 되어서 지금도 20년째 친구들인데

언젠가 우리 집에 놀러왔을 때, 내가 이 친구들한테 호를 하나 지어줘야겠다 생각을 하고

4사람한테 호를 하나씩 지어줬어.

 

한 아이는 구당, ‘오랠 구자를 써서 구당

그 다음 친구에게는 말 이을 이자를 써서 이당

세 번째 친구에게는 경당 공경할 경

다음 친구에게는 갈지자를 써서 지당

 

는 오래되어도 한결같은 사람을 구라고 그래요.

라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뜻이고

이라는 것은 공경한다는 뜻이고

라는 것은 하다라는 뜻이니까 실천한다.

 

개별적으로 하면 그런 뜻이 있고,

4개를 합쳐놓으면 구이경지라는 거예요.

(구이경지-사람을 사귄 지 오래되어도 공경으로 대한다)

오래되어도 공경하는 사람

 

그 어원이 있는데, 공자님도 존경했다는 안영이라는 사람을 칭송하는 거예요.

그분은 참 인간관계를 훌륭하게 하신다. 구이경지 하신다.

오래되어도 공경한다. 이 말이에요.

 

그러니까 훌륭한, 좋은 친구가 되는 방법은 뭐냐?

오래되어도 공경하는 것.

오래되면 함부로 해요.

 

이거는 친구뿐만이 아니에요. 부부간에도 마찬가지에요.

모든 인간관계가 구이경지가 되어야 되는데,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생각이 난 게

국보 제 180호인 세한도

 

추사 김정희 선생이 아주 명문가에요. 문벌 귀족이에요.

고조할아버지가 영의정, 증조할아버지가 영조가 사랑했던 화순옹주의 남편 김한신이라는 분, 왕의 부마에요. 증조할아버지가.

 

할아버지도 판서, 아버지 김노경이라는 분도 판서

본인도 참판의 성균관 대사성까지 지내신 분이에요.

아주 천재 아니에요. , , , 못하시는 게 없고 금속학의 대가지.

조선 왕조 사상 다산 정약용과 함께 천재이신 몇 분 중에 한 분이신데

 

그런데 집안도 좋고, 왕족 집안이니 주위에 사람이 얼마나 많았겠어.

그런데 윤상도의 옥에 연루되어 가지고

이제 결국 제주도 대정으로 유배를 가게 되었어요.

 

/윤상도의 옥이란?

윤상도는 순조 30년 호조판서 박종훈과 유수를 지낸 신위, 그리고 어영대장 유상량 등을 탐관오리로 몰아 탄핵을 한다.

그러나 군신 사이를 이간시킨다는 이유로 추자도에 유배되고, 추사의 아버지 김노경은 배후조종혐의로 고금도에 유배된다.

그러다가 헌종 6년 의금부에 압송되어 국문을 받다가 윤상도는 아들과 함께 능지처참된다.

이 사건을 두고 윤상도 옥사라고 하는데, 추사는 윤상도 부자가 올렸던 상소문의 초안을 잡았다는 이유로, 이 사건에 뒤늦게 연루되어 제주로 유배된다./

 

잘나갈 때는 그렇게 많던 사람들이 그때는 연좌제라 그래서 죄인을 가까이 하면 처벌받게 되어있어요. 그 누구도 얼씬 거리지 않아요.

 

그때 설상가상으로 아버지도 돌아가시고 부인도 돌아가셔서 정말 내가 삶을 계속 이어나가야 하느냐? 그러한 때에 제자인 이상적이라고 하는 호가 우선이고 관향은 우봉 이씨 인데

이 양반은 역관이에요. 통역하시는 분이에요.

 

대대로 역관 집안에 이상적이라는 분이 추사 선생의 제자인데 그 중국에 갈 기회가 많을 거 아니에요? 역관이기 때문에.

갔다 올 때마다 북경의 신간서적 그 귀한 책을 사다가 보내오는 거예요.

그 누구도 들여다보지 않는데, 그 책을 받은 거예요. 감동을 한 거예요, 추사 선생이.

 

그래서 그림을 그려요. 왜냐?

유배를 가는 사람이 금전이 있어서 금전으로 보답을 하겠어요? 아니면 제주도 감귤로 보답을 하겠어요?

옆에 있는 거라곤 지필묵인데, 종이와 붓인데, 거기서 이제 그림을 그리는데, 그 세한도라는 게 뭐냐? 잘 아시겠지만 논어에 나오는 말이에요.

 

(歲寒然後세한연후에 知松柏之後彫지송백지후조야라

(날씨가 추워지고 난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드는 것을 알게 된다)

 

날씨가 추워보니까 소나무와 잣나무가 낙엽이 늦게 지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소나무와 잣나무가 상록수지만 낙엽이 져요.

이 세상에 낙엽이 지지않는 나무는 없어요. 대나무도 낙엽이 진다고.

 

그런데 그게 낙엽이 지는 것처럼 보이질 않아요. 상록수는.

쉽게 바꿔 말하면 날씨가 추워보니, 소나무와 잣나무가 얼마나 위대한 나무인지 알겠다.

내가 어려운 지경을 겪어보니까, 어떤 사람이 진실로 나의 벗인지를 알겠다.

 

그래서 그 그림을 그려서 선물했던, 그 그림이 뜻도 좋고, 또 추사 선생의 명성도 있으시고, 이제 국보 제180호로 일본에 갔다가 손재형이라는 분이 전 재산을 털어서 가져오게 되고 많은 여담들이 있지만, 그 말은 뭐냐?

한결같은 사람이 진정한 친구라는 거예요.

 

한결같으려면 아까 이야기 한 대로 구이경지 해야 돼요.

오래 되어도 공경하는 마음.

 

그리고 또 교우편에 장횡거라고 하는 분이 아주 감동적인 말씀을 하셨는데,

欲其相下不倦욕기상하불권이라.

(벗을 사귈 때는 서로 몸을 낮추어 겸손한 태도를 가지려고 항상 노력해야 한다)

 

친구는 어떻게 하면 내가 저 사람 아래에 있을까?

상하, 서로 아래에 있을까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사람들은 항상 상대보다 위에 있으려고 하잖아요.

그러나 친구는 어떻게 하면 저 친구 보다 아래에 있을까?

자기를 어떻게 낮출까? 그 마음을 게을리 하지마라 이런 뜻인데,

결국은 아래에 서야 공경하는 거니까. 바꿔 말하면 구이경지지.

 

좋은 친구는 한결같은 친구이고,

그런 한결같은 친구가 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데, 그러한 노력은 구이경지다.

오래되어도 공경하는 노력.

친구 간에도 노력이 필요해요

 

그래서 이 말씀은 이번 기회에 단지 친구뿐만이 아니고 모든 인간관계가 선배와 후배, 가까이는 부부, 형제,

그래서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일수록 오래 되어도 공경하는

가족끼리도 서로 공경하는,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데 나는 행복하게도 그런 친구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