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조_시래기톡

[시래기톡]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될 때

Buddhastudy 2019. 5. 22. 20:06


Q. 부모님은 어떨 때 나이가 들었다고 느끼시나요?

 

나이가 들었다고 언제 생각이 드느냐?

바로 이런 질문 받을 때. 하하하.

 

그런 질문받고 나니까 우리 할머니 생각이 나는데,

우리 할머님이 우리 집안에서 가장 수하신, 오래 사신 것을 수하셨다 이렇게 포현을 해요.

아이고 오래 사셨네요?” 이게 아니라 수하셨네요.” 이렇게.

 

아흔셋에 세상을 뜨셨는데, 늘 우리 집사람한테

애미야, 내가 마음은 늘 열여섯이란다.” 그러셨다는 거야.

마음은 젊어요.

그런데 주위사람들이 그렇게 대우하는 거예요.

 

내가 얼마 전에 유월 유두날, 유월 보름날 시골에서는 지금도 좋은 전통이 남아있어서 동네 모정에 모여서 닭도 잡아먹고 그러면서 이웃간에 정도 나누는 날이 있는데,

나보다 윗 분이 두 분 밖에 안 계시는 거야.

그리고 나이가 다 내 아래에요. 이야....

 

내가 옛날에는 그 모정이라는 데가 옛날에는 동네 사람들이 많아서 무슨 모임을 하면 어린애들은 바닥에 앉아야 돼.

바닥에 앉아서 어떻게 하면 저 위에 올라서 낮잠 잘까? 이렇게 눈치보던 나였는데,

아무래도 상석, 나이 많으신 분들이 가운데 앉게 되니까.

가운데 앉아도 전혀 부끄럽지가 않은 거야. 다 내 후배들이니까.

 

지금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야 시골은. 그리고 형수님들, 선배님 부인 분들은 어른들이 계시는 데 우리 선배님들, 초등학교 선배들은 많이 안 계시는 거야.

, 벌써 내가 이렇게 됐구나.’ 또 그럴 때 느끼고.

 

두 번째는 신문을 글자 하나도 빼놓지 않고 보는 버릇이 있어요.

내가 일요일 밤의 대행진을 할 때 그게 뭐냐하면 신문에 난 기사를 가지고 비틀어서 하는 방송이기 때문에

누가 집을 나갔다. 어서 오너라. 기다리고 있다.’ 이런 것까지 다 봤어.

세상 흐름을 알아야 코미디를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부고란이 있잖아. 돌아가셨다. 돌아가셨는데 아드님은 누구고 다 나오잖아.

그리고 인사이동란이 있어요. 인사이동란에 옛날엔 아는 사람이 많았어요. 지금은 아는 사람이 없어. 거의 다 정년을 해버리고, 인사이동란에 아는 사람이 없을 때 슬퍼져요.

, 내가 이렇게 나이가 들었구나.’

 

또 문중 모임에 자주 참석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나보다 항렬이 높은 사람은 많아.

내가 영 자인데 현 자제 자이런 분들은 많이 계시는데, 옛날에는 청년회에서 활동을 했는데 얼마 전에 문숙공파라는 모임에 갔는데 나를 고문으로 위촉해 놓은 거야. 고문으로.

 

그러니까 이제 나보다 나이가 7, 8년 위인 대부님이 계시는데,

아니? 김교수가 벌써 고문이 됐어?” 그러시는 거야.

내 아니는 생각하지 않고, 내 나이도 고문할 나이 됐거든.

고문 받을 나이이기도 하지만, 고문 할 나이도 됐거든.

사실 저도 나이가 이렇게 됐습니다.’ 그러면 놀래는 거야.

그러면서 내가 이렇게 나이가 들었구나.’

 

또 경로석, 경로석이 왜 경로석이라고 부르는지 알아요?

경우에 따라 노인이 앉아가는 자리, 그래서 경로석이에요.

옛날에는 경로석 근처도 안 갔어요.

지금 내가 살짝 앉아도 보는 분이 우선 나를 어색하게 생각하지 않아. 옛날에는 보는 분이 어색했잖아. 보는 분도 어색하고 앉아있는 나도 어색할 텐데,

지금은 내가 언젠가 경로석 자리 앞에 있는데, 어떤 분이 자리를 양보하더라고. 50대 되는 분이.

, 내가 늙었다는 것을 느꼈어.’ 하하하

 

그런데 그게 아유, 괜찮습니다. 다음 역에 내립니다.’라고 얘기해지만 좀 씁쓸하더라고.

, 날 대우해주시고, 자리 양보해주시는 분이 아직도 있구나하는 그런 대견함도 있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씁쓸하더라는 거야.

 

그리고 요즘은 아버님, 어머님이렇게 부르잖아.

식당에 가서도 이모님이렇게 부르잖아.

옛날에는 아버님까지는 괜찮아아도 할아버지이러면 쑥쓰러웠는데,

지금은 할아버지라고 불러도 쑥스럽지 않아. 왜냐하면 내가 광제 할아버지니까.

그럴 때 내가 늙었다 생각을 하고,

 

그럼 이제 늙었다면 어른 노릇을 해야겠다.

이 시대에 어른이 없다고 그러잖아.

어른이 없다는 게 모범적인 삶을 살아가는 분이 안 계신다 이런 이야기이기 때문에

어른 노릇하기가 어렵잖아.

 

어른 노릇하기가 어려우니까 어른 노릇을 안 하는 거예요.

어른 노릇하기가 어려워요.

지금은 아랫사람이 어른이니까 지금은. 지금은 아랫사람이 어른이에요.

 

그래서 아랫사람이 어른이거든.

그 나이가 어리고 어른들을 좀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

 

난 그걸로 이 질문에 답을 하려고 그래.

아랫사람이 어른이다.’ 이 말이야.

그 나이가 어린 어른들이 나이가 많은 아랫사람들을 좀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