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역사/전우용 사담

전우용의 픽 8화 - 나선, 아라사, 소련, 러시아

Buddhastudy 2019. 5. 16. 20:21


사담 속 코너, 전우용의 픽입니다.

지난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은 새로운 한반도체제

언론에서는 신한반도체제 선언 또는 신한반도체제 구상이라고 표현했죠.

태평양 건너 미국과 바로 북쪽의 중국과 러시아 바다 건너 일본이 세계의 열강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한반도의 운명을 좌지우지 했었죠.

 

그중에 한 나라 여전히 우리에게는 친숙하다기보다는 두렵고 경계심을 섞어서 보지 않을 수 없는 나라, 러시아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오늘 픽은 <나선, 아라사, 소련, 러시아>로 잡았습니다.

 

서울 서대문 밖에 서대문독립공원이 있습니다.

독립문과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이 나란히 붙어있는 그런 공간이죠.

러시아인 건축기사 세레딘 사바틴이라는 사람이 설계를 했고요,

공사 감독은 경복궁 중건에도 참여했던 한국인 건축사 심의석이 맡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식의 석조 건물을 지은 경험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노역은 중국인들이 담당했습니다.

독립문은 러시아, 한국, 중국, 삼국의 합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레딘 사바틴은 1883년 묄렌도르프가 외교고문으로 한국에 올 때 같이 왔던 사람으로 알려져있습니다.

 

1885년 러시아와 조선정부가 정식 수교할 때 러시아 공사관의 건축사 겸, 한국의 궁전 건축사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독립문뿐만 아니라 경운궁에 가면 여러 개의 양식건물을 보실 수 있습니다.

 

덕수궁 정관헌, 증명전, 지금은 사라진 돈덕전, 구성헌 같은 건물들이 모두 사바친의 설계에 의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러시아인 세레딘 사바틴은 한국 근대 건축사에 특히 이른바 양식 건물 도입사에 큰 업적을 남긴 인물이었습니다.

 

1895년 을미사변으로 명성황후가 시해된 뒤 고종이 경복궁을 탈출해서 다른 나라 공사관으로 피신하죠. 그것도 러시아 공사관이었습니다.

당시 청일 전쟁으로 청나라가 일본에 패한 이후에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침략을 견제하기 위해서 이용할 수 있는 나라는 러시아밖에 없다는 것을 고종과 정부의 관리들도 알고 있었던 겁니다.

 

16541658년 조선 효종 병자호란 20년 후였습니다.

그 당시에 청나라와 러시아 사이의 전투가 곳곳에서 벌어져서 청나라의 요구에 따라 조선의 조총병이 원군으로 파병돼서 흑룡강 연안에서 러시아군과 두 차례 격전을 치르고 조선이 승리합니다.

 

총과 칼을 겨누는 관계로 전쟁 상대방으로 처음 만났던 겁니다.

그때는 러시아를 나선이라고 불렀습니다.

숙종 때에는 나선이라는 이름 대신 아라사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합니다.

 

중국인들이 나라 이름을 부르는 데 일정한 패턴이 있습니다.

중국인들은 자기들만이 문명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 글자가 문명국, 두 글자가 오랑캐, 세 글자가 금수 뭐 이런 식으로 구별하는, 그런식의 표현이었던 거 같습니다. 우리도 그걸 따라서 아라사로 러시아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러시아 혁명이 일어난 뒤에도 한국 사회주의자들이 러시아 지원으로 사회주의 독립운동을 벌이기도 했지만

6.25전쟁을 겪으면서 러시아는 우리에게 악의 축 중 하나로 인식되었습니다.

북쪽에 웅크리고 있는 공포스럽고 한반도 전체에 대해 야욕을 품은 나라라고 생각했습니다.

 

올해가 3.1운동 100주면 임시정부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만 상해 임시정부보다 앞선 1919225일 러시아령에서 대한국민의회가 발족하고 그것이 3.1운동 이전에 만들어진 우리 최초의 임시정부역할을 했습니다.

 

주 러시아공사였던 이범진은 울사조약이후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당했음도 불구하고 러시아에 남아서 대한제국의 독립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계속 하다가 1910년 강제병합 이후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헤이그밀사 중의 한분이었던 이위종이 바로 이범진의 아들이었고요, 또 헤이그밀사였던 이상설도 귀국하지 않고 러시아에 남아서 해외독립운동을 지원했습니다.

안중근 의사도 이토히로부미를 척살하러 떠나기 직전까지 블라디보스토크에 머물렀습니다.

1910대 러시아는 한국 독립 운동의 중심지였습니다.

 

사실 우리와 러시아의 첫 만남은 그렇게 아름답지도 친밀하지도 않았습니다.

1990년대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에 의해서 러시아와 국교를 정상화하고 또 그 뒤로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하고 자본주의 체제가 자리 잡고 계속해서 러시아와의 교역이라든가 교류는 늘었다 줄었다 하면서 지속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한국인들의 마음속엔 러시아가 편한 상대는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소 두렵고, 걱정스럽고 그 행보가 한반도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늘 긴장하면서 봐야 하는 그런 상대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지금 우리는 대한제국이나 조선 말기처럼 가볍고 약한 나라는 아닙니다.

지난 70년이 넘는 동안 우리 조상들과 우리 국민 스스로가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우리의 국력을 키웠죠.

 

게다가 남북관계가 좋아지고 남북이 서로 힘을 합친다면 우리의 무게, 우리의 힘은 훨씬 더 커질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로운 한반도시대, 신한반도체제를 선언한 것은 그럴만한 배경이 있었겠죠.

 

러시아든 중국이든 미국이든 일본이든 한반도의 운명을 이 땅에 사는 우리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내겠다고 하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또 남북관계가 훨씬 더 좋아져야만 우리 운명을 남에게 맡기는 시대를 완전히 끝낼 수 있다고 하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국민 개개인에게는 주변의 각 나라를 이제까지와는 다른 관점에서 보는 그런 훈련이 필요하다는 걸 가르쳐주고 제시하는 이야기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댓글을 통해 궁금한 점, 듣고 싶은 이야기 남겨주시면 반영하여 준비하겠습니다.

, 오늘 전우용의 픽 이것으로 마치구요,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