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그라운드(2019)

마음을 움직이는 예술 작품의 비밀

Buddhastudy 2019. 10. 28. 19:53


프랑스 소설가 스탕달은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산타크로체 성당에서

귀도 레니가 그린 <베아트리체 첸치>를 보고 감동해

다리가 후들거리면서 가슴이 뛰었다고 한다.

 

모든 것이 살아나듯 내 영혼에 말을 건넸다.

그가 <베아트리체 첸치>를 보고 나서 쓴 일기다.

 

이 일화를 계기로 훌륭한 예술 작품을 보고 두근거리거나 현기증을 느끼는 것처럼

강한 감정 상태에 빠지는 것을 심리학자들은

스탕달 신드롬이라고 부른다.

 

스탕달이 보고나서 충격에 빠진 <베아트리체 첸치>

화가 귀도 레니가 존속살해죄로 참수형을 앞둔

22살의 꽃다운 처녀 베아트리체 첸치의 모습을 그린 초상화이다.

 

그녀는 짐승 같은 아버지 프란체스코 첸치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등

갖은 학대를 견디다 못해 가족들과 함께 망치로 아버지를 살해한 뒤 추락사로 위장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발각되어 체포되었고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녀는 8년 동안 감옥에서 지내다가 결국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한 여자의 슬픈 사연을 담고 있는 그림 <베아트리체 첸치>

그런데 이 그림은 특이하게도 일레자베타 시라니

귀도 레니의 작품을 모사한 것이 더 유명하다.

 

<치유미술관>의 저자인 미술치료학 박사 김소울은 이렇게 말한다.

시라니가 그린 <베아트리체 첸치>는 베아트리체의 고뇌와 슬픔을 더 잘 표현했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시라니의 감정 이입이 그 이유라고 설명하는데요

시라니의 아버지는 화가 지망생이었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 때문에 딸에게 집착했고, 스파르타식 교육을 시키며 강압적으로 양육했다고 합니다.

 

시라니는 17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화단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화가였습니다.

아버지는 그런 딸의 그림으로 생계를 유지했다고 합니다.

술주정꾼이 되어버린 아버지는 딸에게 더 많은 그림을 그리라고 압박했고

이 때문에 시라니는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귀도 레니의 <베아트리체 첸치>를 만나게 된 것이죠.

그 그림을 모사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속상한 마음을 정화하게 되었고

그렇게 그녀의 내면이 반영된 베아트리체의 표정이 원작보다 더 애잔하다는 평가를 받게 된 것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화가들은 마음의 병과 싸우며, 또 그 고통을 승화시키며 걸작을 만들어냈습니다.

<별이 빛나는 밤>의 빈센트 반 고흐는 알코올 중독, 조현병, 신경쇠약에 시달렸고

절규로 유명한 에드바르트 뭉크는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겪었죠.

 

한 인간으로서 감내해야 하는 아픔과 내면적 갈등

그리고 마음의 병을 화가들은 어떻게 명화로 승화시켰을까요?

아니 명화를 그릴 때 그들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그동안 작품을 바라보며 이해를 했다면

그들의 마음 속 이야기를 들어보는 건 어떠신가요?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마음으로 작품을 그려내게 되었는지

우리가 사랑하는 화가와 대화하며

그들의 그림을 한층 더 깊게 이해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