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매체에서 많은 사람들이
SNS, 게임, 야동 등에 의해 중독이 되었다면서
이것은 쾌락의 호르몬, 도파민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도파민 같은 뇌의 화학물질들의 불균형이
불안이나 우울을 가져온다고 말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뇌 과학자들은 많은 부분이 왜곡되고 과대 포장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왜 이런 잘못된 사실들이 퍼지게 되었을까요?
1990년대에 미국 뇌연구 10개년 계획 덕분에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 같은 질환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뇌 화학에 관한 모든 발견들이
정신 질환을 대하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생각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영향력을 발휘한 양상 중 하나가
바로 특정한 약물의 중독성이
해당 약물이 뉴런에서 도파민을 방출시키기 때문이라는 개념이었습니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볼프람 슐츠는
원숭이 실험을 통해 도파민에 의해 활성화되는 뉴런들의 연결망이
동물 체내의 보상 체계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1997년 미국 국립보건원에 앨런 레시너가
도파민 시스템을 가리켜
사실상 모든 중독성 약물들이
뇌안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 어떤 단일한 경로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공통된 효과를 낸다고 주장하며
중독은 뇌질환이다라는 논문을 사이언스에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 중독성 약물과 관련된 범죄자들을 가두어 두기만 했었는데
그들의 생화학적 문제를 치료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후에 알코올 중독에서 도파민 수치가 높게 나타나긴 해도
모든 중독에서 이 같은 양상이 관찰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상황이 점차 복잡해졌습니다.
니코틴, 코카인, 암페타민과 같은 많은 오락성 약물들이
동일한 뇌 영역의 도파민 농도의 변화를 주기는 하지만
각기 다른 방식으로 다른 경로를 통해 다른 뉴런에 의해
이런 기능을 수행합니다.
예를 들어
아편계 약물은 도파민의 활동을 억제하는 반면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은 도파민성 뉴런들의 발화를 증가시키는 식입니다.
즉 모든 중독이 도파민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영향력 있는 의사들은
계속해서 생화학적인 뇌 질환 모형이
약물 중독을 설명해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 음식, 성 등의 다른 유형의 중독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것은 서서히 대중문화의 영향을 주기 시작했고
지금도 포르노에서부터 SNS에 이르기까지 중독성을 띠는 것들이라면
전부 도파민 시스템의 활성화가 작용한 탓이라며
도파민 중독이란 얘기가 퍼지고 있습니다.
2017년에는 페이스북의 창립자 중 한 명이었던 숀 파커가
자신들은 웹사이트를 중독성 있게 제작했다면서
사람들에게 도파민을 놓아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뇌 과학자들은 이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이런 흐름을 부추긴 연구로
당시 비디오 게임을 하는 실험 참가자들의 뇌에서
도파민이 방출되었다고 보고한 연구가 있었는데
단 8명만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었을 뿐만 아니라
실험에서 관찰된 효과가 컴퓨터와 상호작용함에 따라 약이 된 것이라는
그 어떤 증거도 없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후에도 관련된 여러가지 연구들이 있었지만
오로지 도파민 시스템에 의해서만 중독 현상이 생겼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습니다.
도파민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볼프람 슐츠의 말에 의하면
심지어 도파민성 뉴런의 활성화가
쾌감을 생성한다는 사실조차도 분명하지 않습니다.
즉 모든 중독 행동이 도파민 탓이라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란 말입니다.
뇌 과학자들은 저마다 다른 중독 행동들이
서로 유사해 보이고, 비슷하게 느껴질지라도
그 밑바탕에 있는 작용 원리는 각각 다르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정신건강의 문제의 원인을
뇌 기능이나 화학적인 측면에서 설명하는 것은
상당히 복잡하고 어렵다고 합니다.
즉 정신건강 문제의 원인과 치료 방안에 대한 현대 과학의 이해도는
아직도 불분명하다는 말입니다.
게다가 현재는 도파민이 쾌감을 느끼게 하는 것 이외에
여러 가지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도파민에 의해 활성화되는 뉴런들은
보상이 기대될 때 활성화되기도 하지만
혐오성 자극에 부호화를 조절하는 역할을 담당하기도 합니다.
만약 혐오성 자극을 비롯하여 예상했던 자극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도파민 뉴런은 이를 신호화하여 알리는 데에도 관여하는 것입니다.
한 연구에서 실제 전쟁에 참가했던 군인들이
전쟁 소리를 다시 들었을 때 고통스러움과 회피감을 느꼈는데
이때에도 도파민이 관여했습니다.
또 고뇌에 찬 유족이 죽은 가족의 사진을 보면
보상 경로를 통해 도파민의 활성도가 증가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것은 확실히 쾌락이나 즐거움이라는 표현을 하기 어려운 경우입니다.
또한 도파민 시스템은
사건의 순서를 인식하고
이에 맞추어 시냅스에서의 활동을 증강시키거나 억제시킴으로써
학습의 밑거름이 되는 자극과 보상, 혹은 처벌 사이에 시간적 관계도 탐지합니다.
도파민은 음식, 섹스, 금전 등에서 기분이 좋을 때 분비되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보상을 얻는데 실패해도 분비됩니다.
사실 도파민은 뇌에서 이 밖에도 많은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운동 제어, 학습, 기억, 주의, 기분 조절 및 의사결정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에 관여합니다.
그리고 대부분 그 효과는
그것이 작동하는 뇌의 경로도 다릅니다.
즉 도파민은
움직임 조절을 포함해 여러 기능을 하고
뇌에 많은 기능의 작용하며
그중 일부만 보상에 관련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도파민은 실제로 중독에 관여는 하지만
쾌감 화학물질은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중독 행동과 같은 정신 문제를
뇌에서의 화학물질 불균형 때문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신과 의사가 환자의 뇌의 화학물질의 농도를 측정할 수 있고
약으로 이것을 고칠 수 있다고 잘못 알고 있습니다.
사실은 여러 신경전달물질의 적정 농도가 얼마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뇌에서 화학물질의 농도는
유전적 취약성, 스트레스, 생각하는 습관, 사회적 여건 등
서로 상호작용하는 복잡한 회로의 한 요소일 뿐입니다.
다시 말해 화학물질의 농도는 정해진 농도가 없다는 말입니다.
많은 매체들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좋은 주제인
‘쾌감의 화학물질 도파민’을 오랫동안 이용해 왔습니다.
우리는 모든 중독의 원인을 도파민으로 규정하고
잘못된 치료적 접근을 하게 되는 것을 유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의 특정한 뇌 화학물질로 정신장애를 설명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유념하고
이렇게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것도 유의해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현재로서는
중독에 대한 단일한 설명과 단일한 치료제가 없습니다.
중독 행동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개인의 경험과 환경에 따라 다른 접근을 시도해야 합니다.
뇌는 우리의 과거 경험과 신체 상태
그리고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 등을 통해
우리의 정신건강을 유지합니다.
따라서 중독 행동의 자극과 신호가 없는 환경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대인들은 과거에 비해 스스로를 해야 하는 자극과 신호들이
많은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중독에서 벗어나려고 할수록
원치 않는 자극이 될 수도 있으니
좋은 자극과 신호가 많은 환경을 만드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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