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코로나에 걸렸는데 격리 해지를 하루 앞두고
새벽에 갑자기 쓰러져
집 앞 대학병원에 10분도 안 돼서 도착했습니다.
검사 결과 의사 선생님이 뇌에 혈전이 생겨서 그렇다며 수술을 했고,
수술 후 깨어났지만 뇌에 부종이 생겨 다시 재수술했지만
결국 깨어나지 못하고 열흘 만에 저희 곁을 떠났습니다.
삶이 너무나도 허무하고 허망합니다.
사실 지금, 이 순간도 믿겨지지 않습니다.
남편은 참 따뜻했고 성실했으며 좋은 남편이었고 좋은 아빠였습니다.
앞으로 제가 아이들과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될까요?//
갑자기 이렇게 돌아가셔서 얼마나 마음이 아프시겠어요?
다 같이 위로를 드립니다.
평소에 고지혈증이라든지, 혈전이 있다든지
이런 병세를 병원 진찰을 통해 알고 있었습니까, 전혀 몰랐습니까?
술과 담배를 하지 않으면
그런 병에 안 걸린다는 무슨 보장이 있어요?
교통사고 나서 갑자기 돌아가시는 분도
하루 전에 대화도 하고 얘기도 했을 겁니다.
하루 전에 무슨 죽을 낌새가 보이지 않아요.
이렇게 사람이 갑자기 죽게 되면
가족들은 전혀 마음의 준비를 할 수가 없지요.
질문자의 남편도 사고를 당한 것과 같아요.
인체 내부적으로 혈관이 터지거나, 뇌출혈이 생기거나,
혈관이 막혀서 뇌경색이 일어나 뇌사하는 것도
하나의 사고라고 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미리 건강 검진을 하지 않습니까?
마음이 허전한 건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질문자가 예상하지 못한 채 이런 일이 갑자기 일어난 걸 어떡해요.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요.
질문자가 생각할 때는 죽은 남편이 더 형편이 나은 편일까요?
산 가족들이 형편이 더 나은 편일까요?”
그래요. 살아있는 사람이 형편이 더 낫잖아요.
그런데 죽은 사람은 지금 아무런 걱정이 없어요.
병을 오래 끌다가 죽으면 죽는 사람이 고생인데
며칠 만에 죽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아는 분은 남편이 백신 맞고 와서 가슴이 좀 답답하다고 해서
병원에 다시 가서 얘기하니까
‘큰 문제가 없으니까 아주 심하면 병원에 다시 오세요’라고 했다고 해요.
그래서 그냥 집에 돌아왔는데 다음 날 아침에 남편이 죽어 있었다고 합니다.
얼마나 황당하겠어요.
백신 맞고 돌아가셨으니까
‘남편이 백신만 안 맞았으면’ 이런 후회가 들겠죠.
그런데 질문자의 남편은 코로나 때문에 돌아가신 건 아니잖아요.
코로나 격리 기간에 병이 발병한 거죠.
결국 사고가 나서 돌아가신 것과 같아요.
이건 무슨 전생에 죄를 지어서도 아니고
질문자 잘못도 아니고, 사주팔자도 아니고
그냥 사고가 나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겁니다.
사고가 안 났으면 좋지만 사고가 나버린 걸 지금 어떡해요?
본인은 금방 죽었기 때문에 본인은 아무 문제가 없어요.
만약 병을 3년쯤 앓다가 죽었으면
가족들이 간호하느라 지치기 때문에
돌아가셨을 때 아쉬움이 덜 합니다.
‘이렇게 고생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이럴 때 죽으면
가족들도 슬픔이 덜 해요.
그런데 잘 지내다가 갑자기 죽으면 아쉬움이 엄청납니다.
남편이 술 먹고 애 먹이고 돈 탕진하고 바람피우고 해서
‘저 인간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이 들 때 죽으면 며칠 울지만
질문자처럼 슬프진 않아요.
그래서 남편이 애먹이는 것도 꼭 나쁜 게 아닙니다.
남편이 애를 많이 먹이다가 죽어버리면
죽고 난 뒤에 가족들이 사는데 별 지장이 없거든요.
원래 남편이 있으나 마나 했으니까요.
그런데 잘해주던 남편이 갑자기 죽으면 정말 힘들어요.
살았을 때 잘해준 것으로 인해 죽고 난 뒤에도 10년은 더 괴롭혀요.
그런데 남편이 나를 괴롭히는 게 아니에요.
내가 도움을 받다가 도움을 못 받게 되니까 허전해서 그런 거예요.
질문자가 우는 건 남편을 위해서 우는 게 아니에요.
제가 남편이 죽은 상갓집에 가면 아내가 저를 붙잡고 이렇게 말합니다.
“아이고, 스님! 남편 죽고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돼요?
애들이 둘이나 있는데, 혼자서 어떻게 키워요?”
이 말은 지금 누구를 걱정하는 거예요?
자기 자신을 걱정하는 겁니다.
죽은 남편을 걱정하는 게 아니에요.
자기 살 걱정, 자기 아이 키울 걱정을 하는 겁니다.
죽은 사람을 앞에 두고 자기 걱정만 하는 게 인간이에요.
나빠서 그러는 게 아닙니다.
인간의 심리가 원래 그렇습니다.
그것처럼 질문자도
지금 죽은 사람 앞에 두고 자기 걱정하고 있는 거예요.
이럴 때는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죽은 사람도 있는데 살아 있는 내가 뭘 못 하고 살겠냐?
여보, 편안하게 영면하세요.”
죽은 남편의 영혼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영혼이 있다고 치고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질문자가 울고불고하면, 남편의 영혼이 질문자를 보고 얼마나 걱정하겠어요.
그럴 때 이렇게 말해줘야 합니다.
“여보, 이왕 이렇게 된 거 환생을 하려면 빨리 환생하고, 저승을 가려면 빨리 가고
그래서 편안하게 지내세요.
다음 생에는 몸 좋게 받아서 우리 다시 만납시다.
제 걱정하지 마세요.
산 사람이 입에 풀 칠을 못하겠습니까?
저는 애들하고 잘 살아갈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이렇게 딱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됩니다.
비록 지금은 울고 있지만,
어차피 3년 지나고, 5년 지나고, 10년 지나면 질문자가 계속 울고 있을까요?
다시 웃게 될까요?
웃게 되어 있습니다.
인간에게는 망각의 작용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렇다고 남편이 살아와서 웃는 게 아니잖아요.
남편이 죽고 나 혼자 사는 것에 적응을 해서 웃게 되는 겁니다.
꼭 3년 울고 나서 다시 웃는 게 나아요? 지금 당장 웃는 게 나아요?
지금부터 웃는 게 효율적이잖아요.
지금 질문자가 운다고 남편이 다시 살아온다면 울라고 하겠어요.
그럴 수만 있다면 저도 같이 울어 줄 거예요.
물론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는 걸 이해합니다.
그러나 제가 대신 울어준다고 위로가 되겠어요?
이 볼펜 하나도 늘 쓰다가 잃어버리면
‘어디 갔어?’ 하고 아쉬움이 생길 정도인데,
같이 살던 사람이 없어졌는데 어떻게 아쉽지 않겠어요?
그러나 그것은 같이 살았던 습관으로 인해 생긴 아쉬움이에요.
지금 질문자가 울고 있다고 해서
죽은 남편한테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그러니 오히려 남편이 편안히 가실 수 있게 이렇게 마음을 가져 보세요.
“그동안 같이 살면서 감사했습니다.
이제 우리 걱정하지 말고 편안히 가십시오.
우리는 우리끼리 잘 살아가겠습니다.”
이런 자세를 가지면 좋겠다 싶네요.
웃어 봐요. 이제 웃고 살아야죠.
그런데 남편이 죽고 나자마자 곧바로 웃으면 사람들이
‘남편이 싫어서 저러나?’ 이런 소리를 하니까
최소한 3일은 울어야 돼요.
남이 볼 때 3일만 울어야지 계속 울고 있으면 안 돼요.
어차피 남편을 만나기 전에 혼자였잖아요.
혼자 살아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20년 동안 같이 살아 봤으면 됐죠.
같이 사는 게 더 필요하면 새로 사람을 만나면 되죠.
‘그 정도 살아 봤으면 됐다’ 이렇게 생각하고 혼자 살아도 되고요.
원래 혼자였는데 뭘 울고 그래요?
마음을 조금 진정하시고 이제는 웃으면서 같이 살아갑시다.
이렇게 남편이 죽고도 사는데 다른 일이 무슨 걱정이에요?
걱정하려면 끝이 없고
걱정을 안 하려면 남편이 죽어도 걱정을 안 하고 살 수 있어요.
왜냐하면 다 우리들의 생각 나름이기 때문입니다.
...
그래요. 죽은 사람도 있는데 산 사람이 무슨 걱정이에요?
원래 혼자였는데 혼자가 된 게 무슨 걱정이에요?
게다가 남편이 애도 낳아 놓고 갔으니 무슨 걱정이에요?
남편을 보고 싶으면 남편 닮은 아이들을 보면 되잖아요.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살아있는 사람들이
자기 살 걱정을 하는 것이지
죽은 사람을 걱정한다는 말은 다 거짓말이에요.
죽은 사람을 핑계 대고 내가 살 걱정을 하는 겁니다.
그런데 죽은 사람도 있는데
내가 살 걱정을 하고 있다는 건 실례 아니에요?
설령 남편이 걱정을 해줘도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여보,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 뜻대로 좋은 곳으로 빨리 가세요.
우리는 우리대로 알아서 살게요.
그동안 우리와 함께 살아준 것만 해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고마워요.”
부처님한테도 빌면 안 돼요.
부처님이 이미 좋은 가르침을 펼쳐 놓으셨기 때문에
부처님이 도와준다고 해도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부처님, 이제 편안하게 계십시오.
이제 남은 일들은 우리가 하겠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을 좋아하고 불교를 좋아한다고 하면서도
부처님한테 무언가를 해달라고 빕니다.
결혼할 상대도 부처님에게 구해 달라고 하고
장사가 잘 되게 하는 것도 부처님에게 해달라고 하고
시험을 잘 보는 것도 부처님에게 해달라고 합니다.
그럼 자기는 뭘 하겠다는 거죠?
이런 사람들이 무슨 불자예요?
불효막심한 사람들이죠.
나이가 스무 살이 넘었으면
부모님한테 도와달라고 하면 안 됩니다.
심지어 나이가 육십이 돼도 부모에게 무언가를 도와달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사람은 무엇보다 자립을 해야 합니다.
“그동안 함께해 준 것만 해도 감사합니다.
그것만 해도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남은 일들은 이제 우리가 알아서 할게요.”
이런 자립적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법륜스님 > 즉문즉설(2023)'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법륜스님의 하루_ 애인이 있는데도 새로운 여자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어떡하죠? (2022.05.20.) (0) | 2023.11.07 |
---|---|
법륜스님의 하루_ 너무 사랑하는 손녀가 죽었는데 어떡하죠? (2022.06.21.) (0) | 2023.11.07 |
법륜스님의 하루_ 무능력한 남편과 이혼했지만 더 무능력한 남자를 또 만났어요. (2023.04.21.) (0) | 2023.11.06 |
법륜스님의 하루_ 나 몰래 대출을 받은 남편에게 너무 화가 나요. (2022.06.10.) (0) | 2023.11.06 |
법륜스님의 하루_ 돈, 지위, 명예보다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일까요? (2022.04.28.) (0) | 2023.1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