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성에는 부처님께 귀의한 아주 위대한 여성 재가 수행자가 있었어요.
그분의 이름은 비사카 부인이었습니다.
어느 날 비사카 부인이 비가 오는데 우산도 쓰지 않고 눈물을 흘리며
부처님이 계신 기원정사를 찾아왔어요.
‘부인, 웬일이요? 왜 그리 슬픈 얼굴을 하고 있소?’ 하고 부처님이 묻자
비사카 부인이 답하기를
‘부처님, 제가 너무 사랑하는 손녀가 오늘 아침에 죽었습니다.
그래서 슬픔을 가눌 수가 없습니다.’
이럴 때 우리라면 대부분 위로를 하기 일쑤잖아요.
그런데 부처님은 화제를 바꿉니다.
비사카 부인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부인, 너무너무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한 명이면 좋소? 두 명이면 좋소?’
‘그야 두 명이면 좋죠.’
‘부인,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세 명이면 어떻소?’
‘그야 더 좋죠.’
‘네 명이면 어떻소?’
‘그는 더 좋은 사람이죠.’
다시 부처님이 묻습니다.
‘만약에 너무너무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이 사위성 전체 인구만 하다면 어떻겠소?’
‘그는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입니다.’
‘부인, 이 사위성에서 사람이 하루에 몇 명이나 죽을 것 같소?’
‘부처님, 하루에 아마 열 명은 죽지 않을까요?
아니 적어도 다섯 명은 죽을 겁니다.
아니 아무리 사람이 죽지 않는다고 해도 하루에 한 명 이상은 죽을 겁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부인,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은 매일매일 슬피 울겠구려.’
이 말을 듣고 비사카 부인이 탁 깨달아버렸어요.
비사카 부인은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서 너무너무 슬프다고
부처님께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은 비사카 부인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사위성 전체 인구만큼 많다면 어떻겠냐고 묻습니다.
비사카 부인은 그 사람은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라고 답합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비사카 부인에게 사위성에 사람이 하루에 몇 명이나 죽는지 물었어요.
비사카 부인은 적어도 하루에 한 명은 죽는다고 답합니다.
그러자 부처님은
‘그렇다면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은
매일매일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니 슬피 울겠구려’ 하고 답변합니다.
왜 그럴까요?
처음에 비사카 부인이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서 슬프다고 말했잖아요.
그리고 부처님의 질문에 사랑하는 사람이 많으면
더 행복한 사람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 사랑하는 사람이 많으면 적어도 매일 한 명은 죽잖아요.
그럼,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매일 죽으니까 매일매일 슬피 울게 된다는 겁니다.
이 말을 듣고 비사카 부인이 딱 깨달았어요.
눈에는 눈물이 아직 흐르고 있는데 얼굴이 환히 밝아졌습니다.
‘알겠습니다, 부처님.
알겠습니다, 부처님.
잘 알겠습니다, 부처님.’
이것이 바로 깨달음이에요.
손녀가 죽었다는 슬픔에 사로잡혀 있다가 그 모순을 깨닫고
곧바로 얼굴이 밝아져 버렸어요.
손녀가 죽었는데도 그 슬픔을 바로 여윌 수 있다면
나중에 아들이 죽어도 그 슬픔을 여읠 수 있겠죠.
부모가 돌아가셨다 해도 바로 그 슬픔을 여윌 수 있을 거예요.
죽음의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사업이 망했거나 코인 값이 폭락해서 생긴 괴로움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이처럼 부처님의 가르침은
어떤 일을 당해도 괴로움 없이 살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이 외에도 아들을 잃고 슬피 울던 여인이
이 도리를 깨닫고
밝은 얼굴로 아기를 땅에 묻고
수행자가 되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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