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3)

법륜스님의 하루_ 너무 사랑하는 손녀가 죽었는데 어떡하죠? (2022.06.21.)

Buddhastudy 2023. 11. 7. 19:59

 

 

 

사위성에는 부처님께 귀의한 아주 위대한 여성 재가 수행자가 있었어요.

그분의 이름은 비사카 부인이었습니다.

 

어느 날 비사카 부인이 비가 오는데 우산도 쓰지 않고 눈물을 흘리며

부처님이 계신 기원정사를 찾아왔어요.

부인, 웬일이요? 왜 그리 슬픈 얼굴을 하고 있소?’ 하고 부처님이 묻자

비사카 부인이 답하기를

 

부처님, 제가 너무 사랑하는 손녀가 오늘 아침에 죽었습니다.

그래서 슬픔을 가눌 수가 없습니다.’

 

이럴 때 우리라면 대부분 위로를 하기 일쑤잖아요.

그런데 부처님은 화제를 바꿉니다.

비사카 부인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부인, 너무너무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한 명이면 좋소? 두 명이면 좋소?’

그야 두 명이면 좋죠.’

 

부인,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세 명이면 어떻소?’

그야 더 좋죠.’

 

네 명이면 어떻소?’

그는 더 좋은 사람이죠.’

 

다시 부처님이 묻습니다.

만약에 너무너무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이 사위성 전체 인구만 하다면 어떻겠소?’

그는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입니다.’

 

부인, 이 사위성에서 사람이 하루에 몇 명이나 죽을 것 같소?’

부처님, 하루에 아마 열 명은 죽지 않을까요?

아니 적어도 다섯 명은 죽을 겁니다.

아니 아무리 사람이 죽지 않는다고 해도 하루에 한 명 이상은 죽을 겁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부인,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은 매일매일 슬피 울겠구려.’

 

이 말을 듣고 비사카 부인이 탁 깨달아버렸어요.

비사카 부인은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서 너무너무 슬프다고

부처님께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은 비사카 부인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사위성 전체 인구만큼 많다면 어떻겠냐고 묻습니다.

비사카 부인은 그 사람은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라고 답합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비사카 부인에게 사위성에 사람이 하루에 몇 명이나 죽는지 물었어요.

비사카 부인은 적어도 하루에 한 명은 죽는다고 답합니다.

 

그러자 부처님은

그렇다면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은

매일매일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니 슬피 울겠구려하고 답변합니다.

 

왜 그럴까요?

처음에 비사카 부인이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서 슬프다고 말했잖아요.

그리고 부처님의 질문에 사랑하는 사람이 많으면

더 행복한 사람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 사랑하는 사람이 많으면 적어도 매일 한 명은 죽잖아요.

그럼,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매일 죽으니까 매일매일 슬피 울게 된다는 겁니다.

 

이 말을 듣고 비사카 부인이 딱 깨달았어요.

눈에는 눈물이 아직 흐르고 있는데 얼굴이 환히 밝아졌습니다.

 

알겠습니다, 부처님.

알겠습니다, 부처님.

잘 알겠습니다, 부처님.’

이것이 바로 깨달음이에요.

 

손녀가 죽었다는 슬픔에 사로잡혀 있다가 그 모순을 깨닫고

곧바로 얼굴이 밝아져 버렸어요.

손녀가 죽었는데도 그 슬픔을 바로 여윌 수 있다면

나중에 아들이 죽어도 그 슬픔을 여읠 수 있겠죠.

부모가 돌아가셨다 해도 바로 그 슬픔을 여윌 수 있을 거예요.

 

죽음의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사업이 망했거나 코인 값이 폭락해서 생긴 괴로움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이처럼 부처님의 가르침은

어떤 일을 당해도 괴로움 없이 살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이 외에도 아들을 잃고 슬피 울던 여인이

이 도리를 깨닫고

밝은 얼굴로 아기를 땅에 묻고

수행자가 되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