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왜 항상 연애 초반에 관계가 망가질까요? (2024.12.24.)

Buddhastudy 2024. 12. 31. 19:01

 

 

저는 남자와 데이트할 때

남자가 저에게 이 정도는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에 드는 사람이랑 자꾸 연애에 실패합니다.

저는 남자가 마음에 들어서 진지하게 교제를 시작하려고 할 때마다

결혼했을 때를 상상합니다.

그러면 이 사람을 믿고 내가 아기를 낳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나에게 이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너무 강해집니다.

제가 기대하는 만큼 잘해주지 않으면

방어적인 자세로 대하게 되고

저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못 보여주고 항상 관계를 망칩니다.

저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원하는데

항상 그렇게까지 나아가지 못합니다.

저한테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무엇을 고쳐야 할까요?//

 

 

아무 문제없어요.

 

(제가 어릴 때 엄마와 아빠가 싸우는 걸 자주 봤고,

어릴 때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그것도 영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엄마와 아빠가 싸우는 걸 보고

사람이 살다 보면 싸울 수가 있지하고 당연하게 생각하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엄마와 아빠가 싸우는 걸 보고

나는 결혼하지 말아야지. 아빠 같은 남자 만나면 큰일나겠다.’

이렇게 상처를 입으면

무의식적으로 결혼에 대한 거부 반응이 생깁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발표하려고 했는데

선생님이 입 다물어!’ 하고 야단을 쳐서 마음에 상처를 입으면

나중에 말하고 싶어도

늘 말이 목에 걸리고 망설이다가 끝납니다.

이런 사람들은 고백을 해도

술을 한 잔 먹어야 고백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누가 술을 먹고 와서 사랑 고백하는 사람은

결혼하고 보면

술주정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왜냐하면 이 사람은 평소에는

자기 마음에 있는 얘기가

목구멍에 걸려 안 나오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술을 먹고 나서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나오는 겁니다.

 

상처를 입으면 그럴 수가 있다는 것이지

무조건 부모님이 싸웠다고 해서 결혼을 못 하는 건 아닙니다.

부모님이 아무리 싸워도, 온 동네 사람이 아무리 싸워도

그걸 보고도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도 있어요.

 

결혼이란 원래 싸우고 사는 것이구나하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주변에 아무도 이혼을 안 하는데

우리 집만 이혼했다면 나중에 상처가 되지만,

온 동네 친구들이 이혼한 집에서 살면

그게 보편화되기 때문에 아무런 상처가 안 돼요.

 

미국 사회는 대부분의 가정이 이혼을 많이 하니까

아이들도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제가 어린 시절 시골에서 살 때는

도시에 비하면 많이 가난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가난하다는 것에 상처가 하나도 없거든요.

온 동네 친구들이 다 그랬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그중에 밥도 제대로 못 먹은 아이는

상처를 입었는지 몰라도

저는 중간쯤 돼서 그런지 상처는 없었어요.

 

도시에 비하면 다 가난했지만

가난한 사람들끼리만 모여서 살았기 때문에

특별히 가난에 대한 상처가 없습니다.

물론 부모가 가난에 대해서 상처가 있으면

아이들도 부모의 영향으로 상처를 받는 경우가 있긴 합니다.

 

그러니 부모가 자주 싸웠는데

제가 그로 인해 상처를 입었겠습니까?”

이런 질문은

자기 스스로 살펴봐야 할 문제입니다.

 

(, 상대가 아기의 아빠가 되어야 하니까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되는데, 그걸 내려놓고 싶습니다.)

 

내려놓고 싶으면 내려놓으면 되죠.

내려놓기 싫다는 게 문제이지

내려놓고 싶으면 내려놓으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결혼은 하고 싶고

나한테 잘해주는 남자는 없다는 거잖아요.

늘 자기 수준보다 위로 쳐다보기 때문에

결혼하기가 어려운 겁니다.

 

내가 위로 쳐다보는 것도 문제이지만

내가 쳐다본 그 남자도 또 위로 쳐다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남자의 눈에는 내가 안 보여요.

 

반대로 남자가 나를 쳐다볼 때는

내 눈에 그 남자가 안 들어옵니다.

이렇게 늘 엇갈리기 때문에

질문자와 같은 사람이 결혼하려면

상대가 약간 속여줘야 합니다.

돈이 없어도 있다고 하고

마음에서 별로 잘해주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연기로라도 잘해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질문자는 속아 넘어갈 수 있는 겁니다.

 

그러니 결혼하려면

그냥 남자면 됐다.’ 이런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 말한 것처럼 하나하나 따지려면

그냥 결혼을 포기하고 절에 들어오는 게 제일 좋습니다.

 

이미 결혼한 사람들도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엄청나게 따지고 결혼해서

자기 눈을 자기가 찌른 사람들이에요.

 

그 이유는 잘못 걸려서 그런 게 아닙니다.

많이 따지고 고른다는 것은

기대가 그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어떤 것을 선택해도 양이 안 차는 거예요.

그래서 잘못 걸렸다고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기대가 너무 크면 결혼하고 나서 실망할 수밖에 없어요.

남자면 됐다.’

결혼을 두 번 한 사람도 괜찮다.’

이런 정도로 기대를 낮추어야

결혼 생활이 행복해질 수가 있습니다.

 

프랑스 대통령이 된 마크롱은

자기보다 25살 많은 여자하고 결혼했잖아요.

그것도 자기 친구의 어머니이면서

자기가 다니던 학교의 선생님하고 결혼했습니다.

그래도 잘 살잖아요.

 

나이 많은 사람을 골라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자기보다 25살 더 많은 여자하고 결혼한 남자도

프랑스 대통령이 됐다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자기보다 25살 더 적은 여자하고 결혼한 사람도

지금 미국 대통령이 됐어요.

이런 시대에 뭘 그렇게 따지나요.

대강 따지고 결혼하세요.

자꾸 따지면 스님처럼 사는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