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년, 9살의 황제인 헌제가 등극한 지 한달 뒤
동탁은 신하의 신분으로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벼슬인 상국(相國)이 되었습니다.
동탁은 황제 대행이라는 권력의 정점에 올라서게 되자
포악한 성품을 그대로 드러내며
자신에게 반박하는 자는 그 자리에서 목을 쳐내거나
궁녀들과 공주 등
눈에 보이는 여자들을 닥치는 대로 겁탈하고 다니며
폭정을 일삼았습니다.
조정을 손아귀에 넣고 권력을 남용하는 동탁을 보고 있자니
기존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고위 관료들이나 지방의 자사들은
영제와 환관의 시대에 이어 또다시
한숨과 걱정의 나날을 보냈습니다.
명문 출신의 고위 관료들이 볼 때
그나마 환관 시절만 하더라도,
한나라의 정통성에 있어
황제로부터 합법적으로 절차를 받은 자들이 나라를 다스렸는데 반해
동탁의 상국 벼슬은 황제에게 수여 받은 것도 아니며
명문 출신도 아닌데다가
누구나 공감할만한 대단한 공적이나 위업도 없었기 때문에
더욱 동탁을 인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튼, 거대한 군대를 거느리며
아울러 기존의 대장군 군세까지 흡수한 동탁에게
목숨을 걸고 맞서는 것보다
‘주비’와 ‘오경’은 동탁에게 협력하여
영제와 십상시 시절의 폐정을 바로 잡아보려고 시도했습니다.
주비는 원래 양주 무위군 출신으로
젊은 시절에는 동탁과 약간의 인연도 있었는데
참고로 주비의 부친은 채널 내 재생목록
삼국지 19화에서 부하 장수 손견의 말을 무시하고
한수를 공격했다가 실패한 주신이었습니다.
주비와 함께 동탁의 신임을 받은 또 다른 자는 오경으로
그는 예주 여남군 출신이며,
젊은 시절 원소 등과 함께 협행을 하며 어울린 자였습니다.
동탁은 독보적인 권력을 가졌지만
조정 내 할 일이 매우 많았던 터라
자신에게 먼저 접근해 온 이들이 그리 싫지만은 않았습니다.
주비와 오경은 동탁과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했지만
시간이 지나가면서, 동탁이 왕을 바꾸는 등 본색을 드러내자
이제는 동탁의 신임을 반대로 이용하고자 마음먹었습니다.
이들은 동탁에게 세상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으려면
천하에 잘 알려진 명사들을 발탁해 중용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한복, 유대, 공주, 장막 등을 추천했는데
실은 추천한 인재들은 얼마 전에 낙양을 떠난
원소에게 도움이 될만한 자들로
앞으로 세를 모아 동탁에게 반기를 들 계획을 가졌던 겁니다.
이윽고, 동탁에게 건의해 낙양 근처에 새롭게 배치된 이들은
기주자사 한복, 연주자사 유대, 예주자사 공주,
진류태수 장막, 남양태수 장자 등이 있었습니다.
조정에서 가장 영향력이 컸던 원소가 낙양을 떠나자
동탁은 원술과 조조에게 접근하여
자신의 수족으로 삼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조조는 동탁이 지금은 군세로 조정을 장악했지만
힘으로만 정권을 장악한다는 것은 반드시 패망할 것이라 여겨
임관을 거부하고 이름을 바꾸고는 샛길로
궁에서 도망을 쳤습니다.
소설 삼국지 연의에서는 조조가 도망간 부분을
좀 더 극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조조가 왕윤으로부터 집안의 가보인 칠보도를 건네받아
동탁이 자고 있는 틈을 타, 암살을 시도했지만
실패로 돌아가는 장면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어떤 이유로든 조조가
동탁의 뜻을 거절하고 궁궐을 빠져나가자
계속해서 명망 높은 이들로부터 거절당해온 동탁은
자존심에 금이 가
전국에 조조의 지명수배령을 내렸습니다.
이때, 조조는 낙양성을 빠져나가
수하에 몇 명의 병사들을 데리고
고향으로 달아나는 과정에서 여백사의 집에 머물다가
여백사를 죽이게 되는 사건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데
이 또한, 정사와 삼국지연의에서의 명확한 입장차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선, 소설인 삼국지연의를 살펴보면
조조의 냉혹함을 강조하기 위해
여백사가 조조의 아버지 조숭과 의형제를 맺은 인물로 등장합니다.
삼국지연의에서 동탁으로부터 도망간 조조는
진궁을 만나 함께 도망을 가다가
조숭 의형제인 여백사의 집에서 머물게 됩니다.
밤이 되자, 조조와 진궁은 여백사의 가솔들이
“묶어서 죽이자” 라는 대화를 나누는 것을 엿듣고
자신들을 죽이는 줄 알고서는 가솔들을 모두 죽였는데
알고 보니, 구석에 돼지가 한 마리 묶여있었고
죽은 자들은 이들에게 대접을 하기 위해 준비하던 참이었던 겁니다.
이미 죽어버린 사람들은 그대로 둔 채, 집을 나서는데
술을 사가지고 돌아오던 여백사를 만나게 되고
조조는 자신의 처지가 더욱 곤란해질까 여백사까지 죽여버렸으며
이를 보던 진궁은 조조의 냉혹함에 놀라
훗날, 조조를 떠나 여포를 도와 조조를 공격하기에 이르는 것이
삼국지연의에서의 내용입니다.
정사에서의 기록을 보면,
조조가 여백사를 만날 때 진궁은 아직 삼국지 기록에 나타나지 않았으며
진궁은 조조가 거병할 때 처음으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조조 수하에서 모사로서 일을 할 때
조조가 진궁을 귀하게 여겼음에도 불구하고
진궁은 오히려 조조를 떠나, 여포를 찾아갔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상세한 이유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한편, 여백사가 죽은 이유에 대해서 정사 기록 위서에서
여백사는 조조 아버지의 의형제가 아닌 조조의 옛 친구로
조조의 행위를 정당방위라고 주장하고 있고
‘세어’나 ‘손성의 잡기’에서는
조조가 현상금이 걸린 자신의 목을 염려한 나머지 의심하여
그들을 죽인 것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조조가 여백사와 그 가족들을 죽인 것에 대해
정당방위든 고의성이든 간에
자신을 대접하려는 자들을 죽였던 것은 사실로
이때, 조조는 엄청난 일에 대해 부하들과
서로 마주할 면목이 없어 각자 길을 떠났는데
그 뒤 몹시 처량하고 구슬프게 말하길
"내가 남을 저버릴지언정 남이 나를 저버리게 하지는 않겠다!"
라는 말을 남기게 됩니다.
조조가 동탁의 손아귀로부터 급히 떠날 때
가족들은 모두 낙양의 집에 그대로 남아 있었는데
조조가 출근한 후, 퇴근 시간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고
갑자기 깜깜무소식이 되자
처첩들은 불안해 어쩔 줄 몰랐습니다.
이때, 평소 그리 자주 방문하지 않았던
조조의 친구 원술이 찾아와서
맹덕은 이미 동탁에게 잡혀 죽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처첩들은 자신들의 남편이 죽었다고 하자
하늘이 노래지면서, 이제 먹고 살길이 걱정이었는데
각자 짐을 싸 고향으로 가든지
혹은 방금 막 찾아온 원술의 보호를 받을지 고민했습니다.
그러자, 조조의 첩 중 한 명이었던 변 부인이 나서
아직 남편의 생사도 확인되지 않았는데
나중에 살아있다면 무슨 낯으로 대할 것이냐며
원술의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변 부인의 설득에 다른 처첩들도 마음이 안정되어
가족들은 잠시 상황을 두고 보기로 했고
평소 조조의 부인들이 미인이 많다는 걸 알고 있었던 원술은
그녀들을 차지하려던 계획이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훗날, 조조는 변 부인의 이야기를 듣고 그녀를 총애하였고
정부인이 떠난 뒤에 변 부인을 정실로 삼게 되었으며
아울러, 두고두고 원술을 원망하게 됩니다.
오늘은 삼국지 36번째 시간으로
동탁 토벌 음모 계획과
조조 여백사에 관한 이야기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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