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내 몸속에 일본 놈들의 총알이 여섯 개나 박혀 있습니다.
그건 죽음을 불사하는 항전의 거름이었습니다. 재판장님” - 영화 < 암살 >
그는 동지를 배신하고 일본의 앞잡이로 변신했으나, 해방 이후에 독립군 행세를 하면서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살아남았습니다.
그것도 매우 명예롭게.
영화는 논픽션은 아니었지만, 실제 이야기들을 모티브로 하고 있었으니...
그것은 청산되지 않은 역사의 긴 그림자였지요.
그 그림자의 한 구석에는 마치 영화에서처럼
가짜 독립유공자 행세로 3대를 이어온 가족의 실화도 엄연히 존재합니다.
하긴 친일파가 독립유공자로 둔갑해서 훈장을 받았다거나, 심지어는 친일파가 그 훈장을 심사하는 위치에 있었던, 그리 오래지 않은 흑역사도 우리는 기억합니다.
식민 지배의 그늘은 그렇게 길게 오래 드리워져 있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 길고 오랜 시간이라는 것은 이제 고작 한 세기도 채우지 못한 70여년.
우리가 피지배의 아픔을 잊지 않았고, 또한 잊으려 하지 않는 만큼, 저들도 지배의 기억을 잊지 않았을...
고작 70여년.
그래서일까
지배와 피지배의 시기를 상징하는, 아니 상징할 수밖에 없는 하나의 깃발을 놓고 우리의 기억과 또한 저들의 기억은 서로가 부딪히면서 파열음을 내고 있는 중입니다.
욱일기.
본디 이름은 욱일승천기...
일본의 군국주의를 상징하면, 그들의 힘이 떠오르는 태양처럼 뻗어 나가길 고대하는 깃발.
이를 위해서 잔혹한 강압 통치와 강제징용, 그리고 일본군 성노예까지...
그 모든 것들을 담아내고 있는, 아니 담아낼 수밖에 없는 깃발.
그 깃발은 군대인 듯하면서도 군대가 아닌, 그러나 군대라 할 수밖에 없는 독특한 군국의 후예 자위대의 배에 걸려서 제주도로 올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내 몸속에 일본 놈들의 총알이 여섯 개나 박혀 있습니다.”
-영화 <암살>
동지를 배신하고 앞잡이로 나선 자가 득세했던 땅
우리가 그깟 깃발 하나쯤이야... 하고 받아넘길 수 없는 이유가 아직까지 너무나 많은 이 땅으로 말입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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