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내 학점은 선동열 방어율”
80년대, 농담처럼 대학가에서 회자됐던 이야기죠.
그의 방어율이 높을 리가 없으니 자신의 학점이 형편없을 때 학생들은 그렇게 농을 쳤습니다.
취업이 지금처럼 어렵지 않았고 캠퍼스엔 그래도 얼마간의 낭만이 존재했던 시거였으니까 기능했을 이야기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무등산 폭격기, 나고야의 태양
그가 마무리 투수로 나서면 상대편 응원단은 바로 짐을 쌌다는 이야기까지 떠돌았던 국보급 투수...
과연 그는 국감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방어율을 기록했습니다.
사실 특별히 그가 잘했다기보다는 공격하는 쪽이 억지였다는 평가 속에 한 때의 전설이 선수선발 문제로 국감장에 선 장면은 보는 이에게는 씁쓸함을 남겼습니다.
그것은 80년대 그와 함께 청춘을 보냈던 팬들에게는 어찌 보면 낭만의 종식이었다고나 해야 할까...
“중간평가 점수 C학점”
이제 절반을 넘어선 국감에도 학점이 매겨졌습니다.
시민, 사회단체로 구성된 ‘국정감사 NGO모니터단’이 내놓은 점수였지요.
자세한 평가는 예상하던 대로였습니다.
│감싸고 옹호하는 여당
│피감기관에 농락당하는 야당
│법치와 민주주의 실종
│호통과 윽박지르기 등 구태 답습
뭐 이제 더 이상 새롭지도 않으며 심지어 외워버릴 것만 같은 똑같은 성적표의 반복.
실제로 이른바 야구는 알지도 못한다는 ‘야알못’ 논란까지 가져왔던 선동열 감독에 대한 질문은 물론이고, 골목상권 문제를 추궁하려다가 오히려 그에게 강의를 들었다는 뒷이야기까지...
그리고 퓨마와 닮은 죄로 끌려 나온 뱅갈 고양이....
선동열 방어율에 버금가는 중간평가 C학점은 다 이유가 있었던 셈입니다.
물론 낙제점을 받는다 해도 문제는 없을 터이니
평가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오늘도 내일도 국감은 돌아갈 테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지금 시대에 선동열 방어율의 학점으로 대학 문을 나선다는 것은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것과 다름없는 얘기.
시대는 점점 달라지고 시민들은 두 눈을 부릅뜬 채 내후년의 총선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면...
그래서 의원들에게도 이젠 좋은 시절 다 갔다고 한다면...
이 또한 그들에겐 낭만의 종식이라고 해야 할까...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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