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나가서 말씀드렸으면 합니다.”
지난 2006년 2월,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였던 유시민 작가는
치열했던 인사청문회를 마무리 하면서 시 한 편을 낭송했습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도종환 시인의 ‘가지 않을 수 없었던 길’의 한 구절이었습니다.
“지난 시기 내 삶에 많은 허물이 있었음을 알게 됐다.”
-유시민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란, 때론 기억나지 않는 허물까지 낱낱이 검증받아야 하는 자리...
그 역시 인사청문회를 호되게 치르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청문회는 정치 서커스다.
더 이상 춤추는 곰 노릇을 하지 않겠다.”
1997년 미국에서는 청문회를 아예 중도에 거부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CIA 국장 지명자였던 앤서니 레이크는 사생활과 재산증식 의혹은 물론 가족, 친지, 친구들까지 조사해 자질을 따져 물었던 혹독한 청문회를 견디지 못했습니다.
그는 결국 지명을 거부하며 이렇게 말했지요.
“워싱턴 정치는 미쳤다”
그렇다면 요 며칠, 인사청문회장에 선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살아온 인생의 순간순간이 조각조각 분해되어 판결을 기다리는 시간들.
따지고 보면 우리의 청문회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수만 교대해서 거의 같은 이슈들을 놓고
거의 같은 공격과 수비를 주고받는 자리.
얼굴만 바뀌고 스토리는 같은, 그래서 과거 누군가의 실소처럼
‘정치는 코미디’ 같은 것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왜 청문회를 하는가, 아니 해야 하는가...
인사청문회 제도가 처음 도입된 지는 지난 2000년 이후로 우리가 늘 입버릇처럼 되풀이 해 온 이야기.
‘청문회란
공직자가 될 사람들을 훈련시켜서
궁극적으로는 깨끗한 공직자를 키워내는 순기능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인사청문회 역사 19년
‘거쳐오지 않았어야 할, 발 디디고 싶지 않았을 길을 끝내 지나오지 않은...
그런 공직자는 분명히 있는데...
못 찾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아직 때가 되지 않아 더 기다려야 하는 것인가...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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