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비틀스는 끝났으며, 앞으로 공동 녹음은 없을 것이다.”
-폴 매카트니, 1970년 4월 10일
49년 전 오늘인 1970년 4월 10일, 바로 비틀스가 해체된 날...
음악으로 세상을 지배했던 4명의 젊은이는 서로 각자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그들의 수많은 히트곡 가운데 등장부터 논란이 된 노래가 있었으니
바로 1967년에 나온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아름답게 반짝이는 소녀 루시를 노래한 듯하지만
제목의 첫 글자를 모아서 만들어지는 단어는 바로 ‘LSD’
마약으로 분류되는 환각제의 이름이었습니다.
아들의 친구 루시를 그린 그림에서 영감을 얻었을 뿐이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했지요.
물론...
그저 추정일 뿐이었지만,
이것은 그 시절 우리가 사랑한 뮤지션에게 드리워져 있었던 어쩔 수 없는 마약의 그림자였습니다.
예술과 마약
그 애매한 교집합은 늘 있어왔던 화두였습니다.
시인 보들레르는 대마초의 일종인 해시시에 찌들어 살면서 명작 ‘악의 꽃’을 썼고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은 마약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너무나 유명한 그 말을 남겼습니다.
우리 역시 창작의 고통을 이유로 금단의 물질에 손을 댄 예술인들을 수 없이 목격해왔지요.
그리고 그것은 이제...
인간이 발명해 낸 시공간을 초월한 통신수단에 힘입어서 누구든 주문하면 40분 내 도착이라는.
마치 마약 배달이 피자 배달처럼 느껴지는 세상...
“입금 뒤 40분 내 전달”
‘마약 침투’ 소셜미디어
-4월 9일, JTBC 뉴스룸
저희 기자의 보도가 오보이기를 난생 처음으로 바라보기도 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약에 취해 만든 곡은 녹음할 수조차 없다. 엉망이었기 때문”
-링고 스타
비틀스 멤버 링고 스타가 실토했듯이, 짧은 찰라가 지나면 다시 돌아오는 현실은 허망한 것...
그리고 앞서 이야기해드린 비틀스의 곡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존 레넌은 이 아름다운 곡을 둘러싼 진실을 손에 쥔 채 먼저 떠나갔지만, 생전에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현실은 약물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만의 몫이다.”
-켄 로런스 지음, 이승열 옮김 <존 레논의 말> 중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20여 년 전 미국의 LA의 뒷골목을 취재했을 때
어느 골목의 전깃줄에는 하얀 운동화들이 매달려 있었습니다.
근처에 마약상이 있다는 표시라는 경찰의 설명이었죠.
마약에 의한 환상 속에서 루시는 다이아몬드와 함께 하늘에서 빛나지만
깨어난 현실 속의 루시는
그저 전깃줄에 걸려 하늘에 매달린 낡고 더러운 운동화일 뿐...
오늘의 사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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