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지극히 평범한 아침이었다.
가발을 쓰고 가짜 수염을 붙인 5명의 젊은 남자들이
뽀족하게 갈아둔 우산 꼬챙이로 기묘한 액체가 든 그 비닐봉지를 찌르기 전까지는”
-무라카미 하루키 <언더그라운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물론 일본인 모두는 1995년 3월 20일 아침, 그날을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13명 사망, 5000명 이상 부상’
출근하는 직장인과 학생들로 붐비는 도쿄의 지하철 3개 노선, 5개의 전동차에서 일제히 사린가스가 살포된 순간
일본 사회를 공포에 휩싸이게 만든 무차별 테러, 옴 진리교 사건이었습니다.
옴 진리교의 교주 아사하라 쇼코는
‘공중부양’과 물속에서 숨을 쉬지 않고 견디는 ‘수중쿰바카’를 기적의 증거물로 삼았습니다.
얼핏 들으면 황당하게 치부될 일이었지만.
그것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선전과 초자연적인 무언가에 대한 갈망이 합장해낸 사이비 종교의 참극이었습니다.
“한국기업이 사린가스 제조에 전용될 수 있는 에칭가스 납품을 재촉하는 등
안보상 부적절한 사례가 다수 있었다.”
-2019년 7월 9일 NHK 보도
일본 공영방송 NHK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서 이렇게 보도했습니다.
한국이 불화수소를 이용해서 치명적인 화학무기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지요.
“중국산 저순도 불화수소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
“굳이 비싼 데다 구하기도 어려운 것을 쓸 이유가 없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
값싼 중국산으로도 제작 가능한 독가스를 값비싼 고순도 불화수소로 만든다는 발상 자체도 황당했지만
한국의 기업이 굳이 그걸 왜 만들려 한다는 것인지 도무지 설명이 되지 않는 억지.
그들은 일본인의 밑바닥에 자리 잡은 사린가스 테러의 공포마저 상기시키며
양국 시민의 마음을 갈라놓고자 애쓰는 중입니다.
거꾸로 생각하자면 그들이 이렇게까지 억지 주장을 하는 이유는
그만큼 대다수 일본 시민들의 마음이 바라는 바대로 움직여 주지 않고 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습니다.
“반대한다, 왜 제재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다나카 /도쿄 시민
“투표에 별로 상관없다. 그것 때문에 표를 주지 않는다”
-미시마 /도쿄 시민
우리 역시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일본 시민들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좋아하는 일본의 대표적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구절을 다시 한 번 인용하면서
그를 위정자들이 어느 날 갑자기 들고 나온 이른바 ‘경제보복’에 대해서 우리 국민이 느끼고 있는 황당함을 전하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지극히 평범한 아침이었다.
가발을 쓰고 가짜 수염을 붙인 5명의 젊은 남자들이
뽀족하게 갈아둔 우산 꼬챙이로 기묘한 액체가 든 비닐봉비를 찌르기 전까지는”
-무라카미 하루키 <언더그라운드>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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