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내용을 보고 있으신 여러분은
아마 20대에서 40대 사이에 있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 추측이 맞나요?
여러분은 아직 인생을 끝까지 살지 않으셨죠.
그건 저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살았던 삶에 대해선 어느 정도 복기를 하면서
'내가 그렇게 살았었구나'를 성찰해볼 수 있는데
반면에 내가 미래엔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에 대해선 좀 물음표인 거예요.
아직 미래를 살아보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면 여러분의 자녀는 어떨까요?
그 아이는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게 될까요?
에릭슨이라는 심리학자는 인간이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심리사회적으로 어떤 발달단계를 거치는지 전반적으로 아주 잘
설명해주었습니다.
그래서 각각의 인생의 단계에서 어떤 일들을 잘 마무리를 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또 인생을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거를
이론적으로 제시해주고 있어요.
에릭슨의 설명에 의하면
우리 인간은 인생의 각 단계에서 8가지 종류의
심리적이고 사회적인 위기에 봉착하게 됩니다.
각 단계에서 겪는 심리사회적 위기는
비현실적인 경험이 아니라 누구나 겪게 되는 아주 현실적인 경험이기도 합니다.
각 단계에서 경험하는 위기를 극복하면
인간은 점점 성숙해지고
그러면서 여러 가지 바람직한 결과들을 얻을 수 있다고 에릭슨은 설명합니다.
각 단계의 위기를 잘 극복해서 얻게 되는 좋은 결과는
다음 단계에서 다른 종류의 위기가 찾아왔을 때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심리적인 원동력이 됩니다.
반면에 각 단계의 위기를 잘 극복하지 못하면
이후에 찾아오는 위기들도 잘 극복하지 못하게 되고
인간적으로 성숙하지 못하게 되어서
행복하지 못하고 건강하지 못한 삶을 살게 될 거라는 것이
이 이론의 기본적인 내용입니다.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단계 이론은
우리가 인생 전체를 심리사회적 측면에서
미리 한번 전체적으로 조망해볼 수 있는 훌륭한 기준을 제시해줍니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에서
우리 인생 전체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해준다는 면에서
이 이론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훌륭한 이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녀교육 측면에선 이 이론은
여러분의 아이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어떤 심리사회적 발달단계를 거치는지를 알려주기 때문에
아이가 각 단계의 위기 상황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이론적 지식을 제공해줍니다.
그래서 이번 강의는 여러분의 자녀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여러분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에릭슨이 제시한 8가지 심리사회적 발달단계를 하나씩 처음부터
저와 함께 살펴보도록 하시죠.
+++
1단계는 시기적으로 아이가 태어나서 18개월까지의 기간입니다.
정말 아기라고 불리는 그 시기의 기간인 거죠.
여러분은 이때의 기억이 남아 있나요?
이 때에 우리에게 일어났던 사건에 대한 인지적인 기억은 남아 있는 게 없어요.
전 태어나서 9개월쯤 되었을 때에 왼쪽 어깨가 세균에 감염되어서
수술을 한 적이 있대요.
그래서 제 왼쪽 어깨엔 지금도 수술 자국이 있어요.
그런데 제가 진짜로 수술을 받았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아요.
수술 자국이 수술을 했다는 증거이기는 한데
제 기억엔 수술 기억이 남아 있지 않은 겁니다.
당시엔 되게 아팠을 텐데 말이죠.
저의 어머니의 이야기에 따르면 제가 수술할 때 엄청나게 울었었대요.
그런데 전 기억이 하나도 안 나요.
여러분도 저처럼 아기였을 때엔 기억이 하나도 남아 있는 게 없을 거예요.
그럼 에릭슨은 인지적 기억이 남지도 않는 이 아기일 때의 시기에
어떤 위기를 겪는다고 했을까요?
이 시기에 경험하게 되는 심리사회적 위기는
/신뢰/의 문제입니다.
여러분이 아기였을 때에 과연 여러분이 믿을 수 있었냐는 거죠.
신뢰할 수 있었냐는 거예요.
그럼 뭘 신뢰할까요?
뭘 신뢰하냐면 아기가 자신의 주위에 있는 것들이 안전한지
자신이 살아가게 될 이 세상이 과연 안전한지를 믿을 수 있냐는 거예요.
아기는 자신이 이 세상에서 먹고 살기에 안전한지를 확인하고 싶은 거예요.
그러면 아기가 자신의 안전함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 아기는 불안함을 느끼는 아기가 됩니다.
자신의 주위에 있는 것들을 신뢰하지 못하는 불안 초조한 아이가 된다는 것이죠.
아기 입장에선 이것이 인생에서 처음으로 겪게 되는 심리적인 위기인 겁니다.
여러분도 지금까지 인생을 살면서 불안함을 느낀 적이 여러 번 있으시죠?
여러분은 어떨 때 불안함을 느끼셨어요?
언제, 어떤 상황에서 불안함을 느끼시고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시나요?
분명히 이렇게 불안함을 느낀 적이 있으실 거예요.
앞으로도 있으실 거고요.
불안하고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게 되면
사람이 무척 예민해지고 안 행복해집니다.
불안한데 잠이 잘 오겠어요?
생후 18개월까지의 아기들도 이런 불안함을 느낀다는 거예요.
아기들은 이 시기에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자신이 살아가게 될 이 세상이
안전한지, 안전하지 않은지에 대한 종합적인 기억을 인지적으로 남기지는 않지만
그걸 정서적으로 몸에 남기게 됩니다.
정서지능에 대한 내용을 다음에 다룰 때
뇌과학적으로 자세하게 설명드리겠지만
이때의 정서적 기억은 편도체라는 뇌의 기관에 그대로 남아 있게 됩니다.
그래서 아기들이 느끼기에
이 세상이 자신이 살기에 충분히 안전하다고 느끼게 되면
희망적이 되고 세상을 계속 탐험하면서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는 거예요.
그런데 반대로 아기들이 느끼기에
이 세상이 자신이 살기에 안전하지 않다고 느껴지면
두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세상을 탐험하는 것도 주저하게 되고
뭔가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보단 과민하게 반응하게 된다는 것이죠.
아기가 겪게 되는 이런 정서적인 경험에 대해서
보울비와 에인즈워스라는 심리학자들은
아기들의 생후 초기 경험의 질이
나중에 평생에 걸쳐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부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애착이론으로 설명합니다.
이 애착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양육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애착이라는 개념은
여러분이 지금까지 배우셨던 모든 양육 지침들의 근본이 되는 개념이고
그래서 부모라면 꼭 자세히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소중한 지식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에릭슨이 발달 1단계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애착이라는 개념과 매우 유사한 것입니다.
다행히도 이 애착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여러분이 자세히 이해할 수 있도록
이후 내용에서 구체적으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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