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싯다르타의 두 번째 구도행, 절대
싯다르타는 여기저기 배회하며 영적 스승에 관한 소문에 귀 기울였다.
그가운에 가장 주목을 끈 이는 바이샬리 지역에서 가르침을 펴고 있는 알라 칼라마였다.
우선 120세라는 그의 나이부터가 그랬다.
16세에 출가했다고 하니 무려 104년 동안이나 수행하고 있는 셈이었다.
물론 깨달음에 있어서 나이를 따지는 건 우매한 일이다.
하지만 그를 따르는 수행자들이 300여 명이나 된다는 사실은
싯다르타의 마음을 잡기에 충분했다.
싯다르타는 단숨에 알라라 칼라마를 찾았다.
허나 그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관문을 거쳐야 했다.
싯다르타가 머뭇거릴 때 알라라 칼라마가 나타났다.
“젊은이가 싯다르타인가?”
알라라 칼라마는 어찌 되냐 영문인지 싯다르타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네 그렇습니다. 깨달음을 찾고자 이곳으로 왔습니다.”
“듣기에 자네는 밧가와의 문하에서 수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찌 이곳에 왔는가?”
알라라 칼라마가 말하는 품새로 보아
그는 줄곧 싯다르타의 수행을 주시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진아를 찾았지만 그것이 어떻게 자존하고 영생하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습니다.
온전한 깨달음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되어 다시 배회하게 되었습니다.”
싯다르타는 자신이 느낀 바를 사실대로 말했다.
“허허허, 바로 그것이네.
모르면 그 어떤 경지도 사상누각과 같은 것이지.
그래서 깨달음은 앎과 떨어질 수 없는 것이야.
이곳이 바로 반야로써 고해의 강을 건너 절대에 이르는 도량일세.”
알라라 칼라마는 가슴까지 내려오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그윽한 눈빛을 번득였다.
분명 깨달음직한 풍모였다.
“무엇을 가리켜 반야라 합니까?”
싯다르타는 뭔가 실마리를 잡을 것 같은 희망에 들떠 다급히 물었다.
“세상 만물은 둘로 보지 않고 하나로 볼 수 있는 지혜를 가리켜 반야라 하네.”
“어떻게 이것과 저것을 하나로 볼 수 있습니까?”
“자네, 방금 전 진아를 깨달았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허허허, 세상에는 진아를 찾으면 수행이 끝나는 줄 알고 있지.
하지만 반야가 없으면 모두 부질없네.
자네가 찾은 진아가 절대적 가치를 지닌 것인지 확인할 수 없다면
그건 일종의 신념이나 믿음 같은 것이 될 것이야.
그릇이 고만고만한 사람들은 진아를 찾은 것에 감지덕지해 만족하며 살겠지.
그런데 자네가 그곳을 박차고 나와 이곳을 찾은 것을 보니
자네 그릇은 남다른가 보네, 허허허”
알라라 칼라마는 싯다르타가 품었던 의심을 되짚으며 그의 호기심을 더욱 부추겼다.
“선생님, 그럼 반야가 생기면
제가 이루었다는 진아에 대한 깨달음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확인할 수 있는 것입니까?”
“자넨 아직도 생각이 일으킨 장난에 속고 있네.
생각에서 자유로워졌다는 것은 수행에서 한고비를 넘은 것뿐일세.
생각이 또다시 진아를 이루고 있다는 생각은 못 해 봤는가?”
“네엣?”
“가아와 진아로 구분되어 바라보는 것 자체가 미혹된 것이지.
그런 대칭적 구분이 있는 찬 참된 깨달음은 없네.”
“으음!...”
싯다르타는 부지불식중 탄식이 흘러나왔다.
자신이 이룬 경지가 여전히 가아와 진아라는 분별의 대칭에 걸려 있었다니...
“자네는 가아에서 벗어나면서 그것이 일으키는 생로병사에서 해방됐다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진아라고 생각하는 것의 생사문제가 또다시 불거져 나왔네.
진아는 어떻게 자존하며 영생할 수 있을까? 허허허”
알라라 칼라마는 싯다르타의 마음 속을 꿰뚫고 있는 것처럼 예리하게 논점을 던졌다.
“그렇다면 선생님, 진아의 존재 원리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싯다르타는 급한 마음에 다그치듯 물었다.
“좀 전에 말하지 않았는가.
자네가 가아와 진아를 둘로 보는 한
영원히 그 답을 찾을 수 없네.
가아와 진아, 더 나아가 나와 남이 하나로 보인다면
그 답은 저절로 얻게 될 것이야.
자네를 출가하게 한 생로병사 역시 그렇네.
죽음의 문제는 극복하고 해결하는 것이 아니네.
삶과 죽음이 같게 됨으로써 문제 자체가 성립되지 않게 해야 하네.
다시 말하지만 不二의 반야를 증득해야만 진정한 깨달음이 열리는 것일세”
알라라 칼라마의 설법은 단순하고 명료했다.
싯다르타가 밧가와의 문하에서 나온 결정적 이유도 반야가 아니었던가.
깨달음과 함께 수반되는 온전한 앎인 반야
그것이 없이는 구도의 갈증을 해소하지 못할 것이다.
싯다르타는 곧바로 예를 갖춰 알라라 칼라마의 문하로 들어갔다.
원래 소정의 시험을 치러야 했지만 싯다르타는 예외였다.
싯다르타는 스승의 관심 어린 지도를 받으며
不二의 지혜를 키워 나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가아와 진아가 둘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알고 보니 깨달음이 아닌 것이 없었다.
‘아, 삼라만상 모든 것이 깨달음 그 자체로구나!’
싯다르타는 드디어 不二의 경지에 올랐다.
대칭이 깨져 하나가 된 경지, 이름하여 절대가 아니던가.
절대라는 말 그대로 더 이상 경지는 있을 수 없었다.
싯다르타는 여러 날을 자신이 이룬 경지에 몰입해 지냈다.
그를 바라보는 알라라 칼라마의 눈길은 어느 때보다 따사로웠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또다시 의심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그것을 외면하려 했지만 그럴수록 의심의 불길은 더욱 거세졌다.
‘나는 삼라만상 모든 것을 하나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둘로 가르려 해도 본질인 하나로 보인다.
절대의 지혜를 지니게 된 것이다.
그런데 뭔지 알 수 없는 미진함이 마음 한편에 남는다.
그것이 무엇인가?
혹시 지금 이룬 경지보다 더 높은 것이 있을까?’
싯다르타는 생각을 일으켜 의심하고 또 의심했다.
생긱 속에 파묻혔지만, 그의 생각은 예전의 번뇌나 망상 같은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이룬 경지를 진단하기 위해 꼭 필요한 생각만 내어 사용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평화로움 속에 잠겨 의심의 재미를 만끽하였다.
그러다 불쑥 한 생각이 올라왔다.
의심이 일모라도 남아 있으면 대각이 아니라는..
싯다르타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분명 더 높은 경지가 있을 거라고
그래서 스승을 찾아가 자신의 뜻을 밝혔다.
“더 높은 경지는 없네.
자네의 뜻이 그렇다면 한번 재미 삼아 찾아보게나.
不二로 보는 것보다 더 큰 깨달음이 있다면 나에게도 알려 주게, 허허허”
알라라 칼라마는 뭐가 그리 좋은지 껄껄 웃기만 했다.
그리고 몸소 숲 경계까지 나가 싯다르타를 배웅했다.
싯다르타는 알라라 칼라마로부터 不二의 절대 외에도
마하반야바라밀과 인과론, 윤회론, 업장론, 고해론 등을 배웠는데
이것은 훗날 불교의 근간 이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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