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에 대한 큰 허상 중 하나는 연속성입니다.
6600만 년 전 공룡은 약 1억 6500만 년동안 번성한 종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는 계속해서 번성할 것처럼 보였습니다.
세상은 따뜻하고 편안했으며
대부분의 땅은 빽빽한 숲으로 뒤덮여 있었고
나무, 꽃, 양치류, 생물이 엄청나게 다양하게 존재했습니다.
공룡은 아주 흔했고
온갖 모양과 크기의 수많은 종으로 분화되어 있었습니다.
크고 온화한 거대 공룡인 티타노 사우루스는
유명한 공룡과 같은 세상을 공유했습니다.
티라노사우루스나 에드몬토사우루스 같은 공룡 들과요.
펙티노돈은 덤불에서 사냥했고
에드몬토사우루스는 해안가와 늪을 돌아다녔습니다.
고대의 낙원, 풍요의 세계, 생명으로 가득한.
6600만 년 전, 아마 화요일 오후
삶은 여느 때와 같았습니다.
천 년 전, 심지어 백만 년 전과도 같았지요.
우리 깃털 달린 공룡 친구들한테 는 좋은 날이었습니다.
아주 아주 작은 변화가 하늘에 나타나기 전까지는요.
별을 관찰하는 공룡이 있었다면
새 별이 나타난 것을 어느 날 밤 알아챘을 겁니다.
아주 작은 점이 수 주 동안 점점 커지고 밝아졌을 겁니다.
어느 운명적인 날, 그 점은 밤하늘에 작은 달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다 지구 그림자에 가려 사라졌습니다.
그 후 몇 시간, 삶의 연속성이란 허상은 유지되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끊어질 때까지요.
아침에 물체는 갑자기 다시 나타났습니다.
이제 태양만큼 크고 계속 커지고 있었습니다.
유카탄 반도의 해안을 향하고 있었죠.
이 소행성이 우주와 땅 사이의 얇은 대기층을 뚫고
지구와 충돌하는 데는 수 초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음속의 60배에 가까운 속도로 대기를 돌파하기 때문입니다.
시간을 멈춰봅시다.
이름 없는 소행성이 종 전체를 죽이려 합니다.
에베레스트산보다 커 해수면에서 대기까지 닿습니다.
수백만 년 후, 비행기가 날아다닐 곳보다 더 높습니다.
지금의 세상을 보십시오.
1초도 안 되는 순간 세상은 근본적으로 달라질 겁니다.
이제 변화를 봅시다.
소행성이 얕은 바다와 그 밑의 기반 암과 충돌하면서 증발하고
핵폭탄 수십억 개의 에너지가 폭발합니다.
멕시코 만 위로 기괴하도록 밝고 하얀 구체가 커지면서
번쩍이는 빛이 하늘을 수놓습니다.
기반암은 녹아서 수만 도에 달하는 격렬하게 뜨거운 플라즈마가 됩니다.
폭발의 열복사는 빛의 속도로 전파되고
반경 1500킬로미터의 모든 것을 태웁니다.
충돌 에너지는 지각을 너무 강하게 밀어낸 나머지
지각이 모든 힘을 잃고
충돌부에서 액체처럼 흘러나갑니다.
깊이 25킬로미터 너비 100킬로미터의 구멍을 만들면서요.
바다는 아이가 물 비 웅덩이에 뛰어들 때처럼 수백 킬로미터 밀려나갑니다.
지각이 회복되면서 녹아 흐르는 지각이
일시적으로 10킬로미터 높은 하늘까지 닿는 산을 만듭니다.
엄청난 양의 물질이 높은 대기 위로
심지어는 우주 바깥으로도 뿌려집니다.
이는 소행성 질량의 60배에 달합니다.
충격의 여파는 수 분 내로 지구 모든 곳에 전달됩니다.
진도 11의 지진,
수십억 년 동안 살아있는 생명체가 경험한 것 중
가장 클지 모르는 지진이 일어납니다.
미친 듯이 강력한 이 지진은
인도의 거대한 용암원을 흔들고 화산분출을 일으켰을 수 있습니다.
그랬다면 이 분출은 3만 년 동안 지속되고
인도 아대륙을 용암으로 뒤덮었을 것입니다.
충돌 반대쪽에도 땅은 몇 미터나 움직입니다.
이날 지구상의 생물들은 잠을 이루지 못했겠지요.
거대한 폭발이 미증유의 힘으로 대기를 때리고
충돌부 가까운 곳에서는 시속 1000킬로미터에 달하는 충격파를 방출합니다.
가스상 거대 행성인 해왕성의 초거대 허리케인과 비슷한 정도입니다.
중앙아메리카에는 모든 땅, 식물, 동물이 산산이 찢기고
수천 킬로미터 하늘로 흩뿌려집니다.
이제 밀려갔던 바다가 돌아옵니다.
충돌부에 일시적으로 생긴 산이 주저앉으면서
인간이 짓게 될 모든 고층 건물을 집어삼킬 만한 1킬로에 달하는 쓰나미의 물결이
전 방향으로 퍼져나갑니다.
쓰나미는 충돌부를 둘러싼 대륙의 해변에 부딪히면서
수천 킬로미터의 바닷가를 집어삼킵니다.
남아메리카에서 부딪히며 굴절된 파도는
15시간 뒤 여전히 높이가 100미터에 달할 것입니다.
하지만 최악은 아직 말하지도 않았습니다.
우주로 튕겨 나간 잔해는
지구를 수천 년 공전할 것이고
달이나 심지어 화성까지 가는 것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바로 추락합니다.
대기를 통과해 빠른 속도로 내려오는 잔해는 수백 도까지 매우 뜨거워집니다.
모든 곳에서 수백만 톤의 물질이 같은 방식으로 떨어지고
대기를 초고온으로 달굽니다.
얼마나 뜨거워졌는지 그 뜨거움이 얼마나 지속 됐는지는 모르지만
두 가설이 있습니다.
수백 도로 수 분간 유지됐든지
아니면 수천도로 약 1분간 유지됐을 겁니다.
어쨌든 공기는 산업용 건조기 내부만큼이나 뜨거워집니다.
이게 지구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충분한 열이 지상까지 도달했다면
많은 동식물이 매우 빠르게 죽어 나갔을 것입니다.
굴을 파거나 동굴로 피하지 못했다면 말이죠.
이 열기와 비처럼 떨어지는 잔해는 또 숲바닥에 불을 붙였을 것이고
타는 듯이 뜨거운 연기 아래
지구가 회전하는 동안 산불이 시작됐을 겁니다.
몇 시간 내로 지구는 엄청난 규모의 산불로 뒤덮였을 것입니다.
그중에는 수개월 지속되어
지옥 같은 모습으로 변한 곳도 있을 겁니다.
충돌한 날이 끝나갈 때 이미 많은 공룡이 죽었겠지만
최악은 아직입니다.
증발한 물질로 구성된 거대한 연기가
상층대기에 닿고 지구 전체로 퍼져나갑니다.
불타는 지구의 재와 충돌에서 나온 연무질로 뒤덮인 세상은 깊은 어둠에 빠집니다.
눈을 밝히는 것은 남아있는 격렬한 화염뿐입니다.
불 폭풍에서 살아남은 식물은 이제 햇빛을 보지 못해 말라죽습니다.
전 세계의 광합성이 일시적으로 정지됩니다.
수일 내로 기온이 최대 25도 떨어집니다.
바다가 특히 피해를 많이 입습니다.
햇빛이 없어 해양 생물 먹이사슬의 기반이 되는 플랑크톤의 90%가 죽습니다.
결국 바다를 지배하던 큰 해양 파충류와 암모나이트가 멸종됩니다.
생존한 생물은 이제 외계 행성의 풍경을 맞이합니다.
재, 잔해, 우거지고 번성하던 생명체들의 타고 남은 유해가 땅을 뒤덮습니다.
하늘은 어둡고 기온은 차며 신선한 먹을 거리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 와중에 균류가 번성합니다.
앞으로 수개월 수년 동안 지구는 적대적이고 치명적인 곳이 됩니다.
갑자기 찾아온 전지구적 겨울은 수십 년 동안 계속될 겁니다.
모든 종의 75%가 멸종될 것입니다.
그러니 충돌의 날이 끝날 때 세상은 전과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수백만 년 계속된 생명의 연속성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공룡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단 한 순간에 말입니다.
마침내 옛 세계의 재를 뚫고 생존자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공룡의 직계 후손인 조류와
결국 지구의 우세종이 될 포유류입니다.
소행성이 없었다면 지금 지구 생명체가 어떤 모습일지 누가 알겠습니까?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공룡의 시대가 갑자기 끝나고
지구와 그 위의 생명체가 완전히 바뀌지 않았다면
우리 인간은 지금의 모습이 될 기회조차 얻지 못했을지 모릅니다.
인간의 시대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입니다.
현대 인류가 존재한 시간은 공룡이 있었던 시간의 약 0.1%에 불과합니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놀라운 일들을 해냈습니다.
세계를 우리 것으로 만들었고 우주에 도달했으며 원자를 쪼갰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미래와 장기적 생존은 공짜가 아닙니다.
조심하지 않으면 한순간에 끝날지 모릅니다.
공룡의 시대가 끝난 것처럼요.
하지만 그들과는 달리
우리는 우리 삶의 연속성이 연약하다는 것을 압니다.
그렇게 느껴지지는 않더라도요.
항상 경계하며 준비할 수 있고 희망을 품을 수 있습니다.
운이 좋다면 우리의 여정은 오래오래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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