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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툰] 태양계 밖에서 지구를 바라보기까지 걸린 시간

Buddhastudy 2022. 1. 20. 18:35

 

 

 

우리 조상들은 야외에서 살았습니다.

그들은 현대인들이 TV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상상력을 키워갔습니다.

 

그들에게 천체의 운동은 단순한 볼거리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시간과 계절을 알려주는 시계이자

위치를 알려주는 나침반이었습니다.

 

사냥꾼이나 농부들에게 하늘의 지식을 터득하는 일은

생사가 걸린 중대한 문제였습니다.

 

그렇게 소중한 태양과 달, 행성과 별들이

우리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었을까요?

 

그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듯했습니다.

이토록 완벽한 움직임이 인간이 아니라면 누구를 위한 것이었겠습니까?

우주는 우리를 위해 설계된 게 분명했습니다.

 

이와 같은 인간중심의 원리나 지구중심의 사상은

의심의 여지없이 진리로 굳어졌으며

종교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이를 믿지 않는 사람은 소외되었고

때로는 고문이나 죽음을 당했습니다.

 

그리스의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는

지구가 하늘의 한복판에 있다고 가르쳤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아우구스티누스, 토마스 아퀴나스를 비롯하여

위대한 철학자와 과학자들이 지구중심설에 사로잡혔습니다.

 

그들을 탓할 순 없을 겁니다.

눈으로 보는 관측이 전부였던 시대에는 그런 생각이 최선이었을 테니까요.

 

어쨌든 지구는 승객들의 생각과 상관없이 끈질기게 태양을 돌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돌다 보면 선구자도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16세기 중엽에 코페르니쿠스는

우주의 중심이 지구가 아니라 태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선구적인 사상은 100여 년 뒤

갈릴레오의 관측에 의해 과학적으로 뒷받침되었습니다.

갈릴레오의 태양중심설은

인류의 오랜 우주관을 위협하는 불손한 사상처럼 보였습니다.

 

교회는 늙은 천문학자를 지하 고문실 끌고가

태양중심설을 철회하는 문서에 서명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억지 서명의 효력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몇 세대가 채 지나지 않아 뉴턴은 이런 발견을 해냈습니다.

어라? 태양계 중심에 지구가 아닌 태양을 갖다 놓으니까

모든 행성의 움직임이 수학적으로 기가막히게 맞아 떨어지네?”

 

뉴턴의 증명은 지구중심 주의자들에게 깊은 상처를 안겨 주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관측 장비가 발달하자

모든 증거들은 인간중심 원리와 반대되게 모아졌습니다.

 

과학적 발견은 인간을 겸허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닐뿐더러 그렇게 특별한 존재도 아닐 수 있었으니까요.

 

19세기에 이르러 대다수의 과학자들은 태양중심설로 전향했습니다.

일단 과학자들이 확신을 가지자 일반인들의 견해도 빠르게 바뀌어 갔습니다.

 

물론 모든 승객이 새로운 사상을 받아들인 건 아니었습니다.

어떡하든 인간중심의 원리를 고수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있었습니다.

 

비록 우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해도

우리 인간 자체는 조물주에 의해 만들어진 특별한 존재가 아닐까?

우주의 창조자가 특별한 열성을 기울인 증거가 우리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지 않은가?

 

우주의 창조자가 정말로 나를 닮았다면 이 얼마나 마음 놓이고 만족스러운 일일까요?

어쩌면 과학적 발견이 아무리 이루어진다 해도

인간중심의 원리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지 모릅니다.

그래도 우리는 밤하늘 더 먼 곳을 바라보는 일을 멈출 수 없습니다.

 

1977년 여름, 보이저 1, 2호가 태양계 바깥을 향해 발사되었습니다.

인류 최초의 태양계 탐사라는 큰 임무를 부여받았지만

확실하게 보장된 경로는 토성까지만이었습니다.

당시의 로켓 추진력으로는 목성 너머까지 보내기가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토성까지 가는 데에도 일종의 재주넘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니까 마치 붙들고 있는 회전목마의 손을 놓는 것처럼

토성으로 내던져져야 했습니다.

우주선은 목성의 중력을 이용해 시속 65km까지 가속했다가

토성으로 정확히 던져졌습니다.

 

여기까지는 원래 계획대로였습니다.

그래서 보이저 1호는 토성 탐사를 마친 뒤

황도면을 벗어나 태양계 여행의 종말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동생은 형보다 끈질긴 면이 있었습니다.

보이저 2호는 170년 만에 찾아온 행성들의 직선 배열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동생은 토성에서 천왕성으로 가속되고

천왕성에서 해왕성으로,

다시 해왕성에서 외계 항성들의 세계로 잇따라 가속되었습니다.

 

그렇게 재주넘기를 반복하는 동안

보이저 2호는 태양계 행성들과 그 위성들, 그리고 소행성들을 가까이에서 관측했습니다.

모든 게 최초인 정보들이 지구로 속속들이 보내졌습니다.

 

우리가 수천 년 동안 바라보던 태양계 천체들은

우리만큼 놀랍고 신비로운 역사를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지구 밖에도 활화산이 있었으며 공기 없는 전체에도 지하 바다가 있었습니다.

토성의 고리는 몇 개가 아닌 수천 개의 고리로 이루어진 것이었고

이상하게 녹았다가 동결된 흔적이 있는 위성들

유기화합물의 구름 아래로 액체 탄화수소 바다로 추정되는 것을 가진 위성도 있었습니다.

 

천왕성에는 15개의 위성과 시커먼 고리, 고에너지 대전입자가 붙어있는 띠 등

새로운 존재가 알려졌습니다.

해왕성의 위성은 구름무늬와 옅은 대기에 휘날리는

미세한 유기물 깃털이 돋은 참으로 신비로운 모습이었습니다.

 

19902, 나사의 관제센터는

태양계 끝에 도달한 우주선에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임무를 보냈습니다.

 

내내 태양계 바깥쪽으로 향하던 우주선의 카메라가

지구 쪽으로 서서히 돌아갔습니다.

보이저 호가 보내온 사진은 태양 광선 뒤로 아슬아슬하게 보이는 작은 점이었습니다.

우리가 바라본 수많은 점들처럼 그쪽에서 바라본 지구도

지극히 작은 점, 창백하고 푸른 점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갈릴레이나 코페르니쿠스가 말한 대로

지구는 우주의 중심에 있기는커녕 작은 태양을 또는 여러 점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천문학은 겸손과 인격 수양의 학문이라고들 말합니다.

인간이 가진 거만함과 어리석음을 알려주는데

우리의 작은 지구를 멀리서 찍은 이 사진 이상 가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이 사진을 보고 있자면 창조주가 먼지 티끌같이 작은 점에 서식하는

1,000만여 종의 생물 가운데

오직 한 생물을 위하여 온 우주를 창조했다는 사실을 쉽게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도 그저 창백하고 푸른 점일 뿐입니다.

 

칼 세이건의 책 <창백한 푸른 점>

오래전 밤하늘부터 보이저호의 여정까지 감동적인 드라마를 담고 있는 명저입니다.

 

책에서 칼 세이건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사진은 우리가 인간중심의 원리에서 벗어나

서로에게 더 친절하게 대하고

우리가 아는 유일한 고향인 이 창백한 푸른 점을 보존하고

소중히 가꿀 책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