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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툰] 그렇다면 왜 인간의 화석은 발견되지 않을까? 진화론과 창조론

Buddhastudy 2022. 2. 17. 19:15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삼각형 모양의 땅, 아파르 저지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지질 활동이 활발한 곳 중 하나입니다.

 

아라비아 판과 동아프리카 판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덕분에

아파르 저지에서는 지진과 화산 활동이 왕성하게 일어납니다.

 

그리고 회전하면서 떨어져 나가는 아라비아 판의 운동으로

지난 600만 년에 걸쳐 두터운 퇴적층의 일부가 지표면으로 밀려 올라왔습니다.

 

드문드문 노출된 퇴적층 속에는

아파르 저지에서 죽은 생물들의 화석이 층층이 잠들어 있습니다.

 

그들은 해마다 몰아치는 계절성 강우로 인해 퇴적층 밖으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중 일부는 진화사에서 중요한 이정표를 세운 화석도 있고

종교계에서 큰 논쟁을 일으킨 화석도 있습니다.

 

 

--종교계에서 큰 논쟁을 일으킨 화석

 

1997, 캘리포니아 대학의 고생물학자 팀 화이트는

아파르 저지의 퇴적층에서 수천 점의 석기와 동물 뼈를 발굴했습니다.

그중에는 석기의 주인이었을지 모를 사람의 두개골도 있었습니다.

 

화이트 박사는 그 두개골에 근처 마을의 이름을 따서 헤르토인이란 이름을 붙였습니다.

헤르토인의 두개골은 현생 인류와 분명히 달랐습니다.

얼굴은 너무 길었고 눈구멍 위의 뼈는 지나치게 돌출되었으며

목이 과도하게 두꺼웠습니다.

 

방사성 연대측정 결과 헤르토 인은

적어도 155천 년 전에 죽은 것으로 나왔습니다.

안타깝게도 DNA가 분해되었기 때문에

정확한 신원 확인은 비교해부학을 동원해야 했습니다.

 

화이트 박사의 연구팀은 스미소니언 박물관에서부터 도쿄 대학에 이르기까지

5천 점 이상의 인류 두개골을 헤르토인과 비교했습니다.

5년 간의 분석 끝에 해르토인은 현대 인류 역사의 가장 외곽에 놓였습니다.

 

그러니까 헤르토인은 원시 유인원과 현생 인류를 연결하는

중요한 진화적 증거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2003, 헤르토인이 네이처지 표지에 처음 등장하자

서구 기독교 내부에서는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급진적인 진화론 반대파들은

방사성 연대분석을 부정하고 헤르토인을 6천 년 전의 아담의 후손으로 보았습니다.

또 다른 쪽인 점진적 창조론자들은 방사성 연대 분석을 받아들였지만

인간과의 연결성은 부인했읍니다.

 

두 단체는 상대편을 맹렬히 비난했습니다.

급진파 쪽은 점진적 창조론자들이

진화론자들보다 교회에 더 큰 위협이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논쟁은 별 소득 없이 끝났지만

이 사건은 인류의 화석이 서구 기독교계를 어느 정도까지 뒤흔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습니다.

 

종교계의 논쟁과 상관없이 아파르 저지에서는

진화사적으로 중요한 화석들이 꾸준히 발견되고 있습니다.

아파르 저지의 발굴 작업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아파르 저지의 발굴 작업

아와시 강 하류의 퇴적층에서는

헤르토 인보다 3배 이상 오래된 인류의 두개골이 발견되었습니다.

 

50만 년 전의 이 두개골 역시 어떤 현생 인류의 두개골하고 달랐지만

그렇다고 현생 유인원일 가능성은 거의 없었습니다.

뇌 용량이 1,250cc로 현생 유인원의 뇌보다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헤르토 발굴지에서 동쪽으로 몇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백만 년 전의 두개골이 나왔습니다.

눈썹뼈는 더 튀어나왔고 뇌 용량은 더 작아서 누가 봐도 현생 인류와 다릅니다.

조잡한 주먹 도끼와 함께 발견된 이 사람은 호모 에렉투스라는 별개의 종으로 불립니다.

 

미들 아와시에는 100만 년 전에서 250만 년 전 사이에 커다란 시간 공백이 있습니다.

그 시기에는 지역적으로 퇴적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시간의 공백은 동아프리카 지구대 남쪽에서 다시 이어집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가르히로 알려진 종은

지구대 남쪽의 250만 년 전의 퇴적층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미들 아와시 북쪽은 아주 유명한 여성이 발견된 곳입니다.

루시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이 여성은 320만 년 전에 아파르에서 살았습니다.

그래서 학명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가 되었습니다.

 

루시는 1974년에 발견된 이후 한동안 인류의 가장 오래된 조상으로 여겨졌습니다.

루시의 발견 이후 약 20년 동안 4백만 년 전의 화석을 발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새로운 화석발굴지들이 개척되면서

4백만 년 전의 장벽도 점점 무너지고 있습니다.

 

1992년에 센트럴 아와시 복합층에서

440만 년 전의 영장류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가 발견되었고,

다시 5년 뒤에는 570만 년 전의 영장류 아르디피테쿠스 카다바가 발견되었습니다.

 

이처럼 아프리카의 한쪽 땅에서만

600만 년의 진화사를 완성하는 화석들이 발견된 셈입니다.

 

사실 우리처럼 일반인들이 세세한 화석 분류와 연대표를 숙지하긴 어려운 일입니다.

대신 화석발굴 작업이 던져주는 중요한 의미는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 의미는 바로 시간 속에 숨어 있습니다.

 

퇴적층의 꼭대기층에서는 현대적인 종들이 발견되고

바닥층에서는 멸종된 종이나 먼 조상들이 발견됩니다.

아래층으로 내려갈수록

바로 위층보다 조금 더 원시적인 형태의 화석이 발견됩니다.

 

이러한 점진적인 형태의 변화는 시간을 역행하는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누구든 진화의 유연관계를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갑자기 주둥이가 쑥 들어간 화석도 없었고

두 발로 걷다가 네 발로 되돌아간 화석도 없었습니다.

물론 현생 인류의 화석도 없었습니다.

 

만약 인류가 처음부터 존재했다면

밑바닥층에서 현생 인류와 똑같이 생긴 화석이 발견되어야 할 겁니다.

하지만 아파르 저지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느 곳에도 현생 인류의 화석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600만 년 전의 아르디피테쿠스 옆에도

320만 년 전의 루시 옆에도

100만년 전의 호모 에렉투스 옆에도

심지어 15만 년 전의 헤르토 인 옆에도 현생 인류의 화석은 없었습니다.

 

과학적으로는 현생 인류의 화석이 발견될 가능성도 열어 두어야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새로운 화석이 발견될 때마다 그 가능성이 줄어들 뿐입니다.

 

 

다윈의 진화론은 인류의 화석 기록이 존재하지 않던 1800년대 중반에 발표되었습니다.

이후 150여 년 동안 이어진 화석발굴을 통해 진화론의 예측은 훌륭히 검증되었습니다.

 

전 세계 박물관에 보관된 수만 점의 인류 화석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진화의 일관된 패턴을 보여줍니다.

현대의 유전학과 분자생물학은 진화의 증거들을 완벽하게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물론 진화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그 방법적인 측면은

아직 학계에서 충돌하고 있고 세부적으로 풀지 못한 숙제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진화가 실제로 일어났다는 대전제는

수많은 증거에 의해 확고하게 정립된 것입니다.

반대로 현대 인류가 처음부터 한순간에 창조되었다고 주장하는 모든 신화는 증거가 없습니다.

 

중동지역의 목축인들, 오스트레일리아의 수렵채집인들

메소 아메리카의 농부들이 몇천 년 전에 만든 창조 이야기들은

문화사적으로는 흥미롭고 도덕적으로는 교훈을 줍니다.

 

그러나 그런 신화들은

종교 연구의 맥락에 해당하는 것이지 과학 교실에 속하는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발견이 있을 때마다 헤르토인의 논쟁 사례처럼

명백한 과학적 사실을 부인하거나 아니면 억지 과학으로 신화를 끼워 맞추는 선택을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진화를 부인하는 것은

그 동기가 아무리 좋아도 증거의 부정이고 이성에서 무지로의 후퇴입니다.

 

오늘날 진화론은 의학을 비롯한 모든 생물학의 근본입니다.

우리의 고통과 죽음은 우리 몸과 함께 진화해온 미생물들에 의해 주로 유발됩니다.

 

많은 질병들이 두 발 보행과 환경변화 이후에 생겨난 것들입니다.

우리의 미래 역시 새로운 질병과 변화하는 기후를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진화의 역사를 무시한다면

미래는 더욱 어둡고 고통스러운 세계가 될 것입니다.

 

아파르 저지의 가장 밑바닥 퇴적층에서

현대 인류의 화석이 발견되는 그날까지는

진화론이 인류에게 더 이로운 진리임은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