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2)

법륜스님의 즉문즉설_ 1790. 제 인생을 살고 싶지만 가족들을 생각하면 불안합니다

Buddhastudy 2022. 3. 14. 19:03

 

 

 

저희 어머니는 현재 61세이시고 저는 21살입니다.

어머니는 당뇨와 여러 가지 병으로 몸이 안 좋으셔서 집에서 쉬고 계시고

아버지는 63세에 저혈당에 몸이 안 좋으신데 건설 일용직을 하고 계십니다.

아버지께서 얼마 전 사기를 당하셔서

다단계를 해서 빚을 갚는다고 개인 회생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5천만 원이라는 빛이 생긴 겁니다.

동생은 종교에 빠져서 다른 건 아무것도 안 하고

가족들에 대한 정이 많고

아버지 어머니께서 고생한 것도 너무 잘 알아서 효도도 하고 싶지만

제 인생을 살아가고 싶은데 가족들을 생각하면 무섭고 답답하고 불안합니다.//

 

 

아니 21살짜리가 뭘 그렇게 심각하게 얘기를 해요, 인생을.

나이가 21살인 것만 갖고도.

자기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부자가 되어서 돈이 엄청나게 많은데

병원에 누워서 의식을 잃고 식물인간이 되어 있는 게 좋겠어요?

대통령 한번 해보고 감옥 가는 게 낫겠어요?

안 그러면 아무것도 없더라도 그냥 21살짜리가 낫겠어요?

 

그래, 그럼 자기는 재벌 회장님보다 낫고

대통령 했던 사람보다 나은데 자기가 뭣 때문에 심각하게 인생을 걱정해요?

21살이라는 나이 하나만 갖고도 어떤 돈많이 가진 사람보다 더 부자이고

어떤 지위 높은 사람보다 더 높은 사람이다.

이런 자부심이 좀 있어야 돼.

 

자기의 값, 자기의 빛남, 자기의 가치를 지금 모르고

조그마한 일에 매달려서 눈물이 글썽글썽, 목소리에 울음이, 이렇게 하는 거는

자기가 다이아몬드인데도 자기가 무슨 숫덩이처럼 자기를 알고 있는

이 어리석음에서 빚어진 거다,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한번 얘기해 보자,

자기하고 어머니가 강을 건너다 물에 빠졌어. 둘이 같이 물에 떠내려 가.

그런데 내가 어머니를 껴안고 강 밖으로 헤쳐나오면 둘 다 살면 최고로 좋아, 베스트야.

그런데 어머니는 헤엄을 못 하는데 어머니를 끌로 나오려면 둘 다 빠질 죽게 되고

어머니 손을 놔버리면 나 혼자서는 잘하면 살 수 있을 것 같아.

그럴 때 자기는 어떻게 하는게 현명하다고 생각해요?

어머니 손을 잡고 같이 빠져 죽는 나아?

안타깝지만 어머니 손을 놓고 나라도 일단 사는 게 나을 거 같아?

 

그러면 같이 죽는게 낫냐?

엄마 입장에서 봐서도 같이 죽는 게 나을까? 딸이라도 사는게 나을까?

 

그러면 엄마하고 같이 빠져 안 죽고, 자기만 사는게 나쁜 짓일까?

살릴 수 있는데, 내가 버리고 왔다, 그러면 그건 나쁜짓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현재 헤엄 실력이나 주어진 조건이, 물살의 세기로 봐서

어머니까지 끌고는 죽을 수밖에 없고

어머니 손을 내가 놔버리면 살 가능성이 있다하면

어머니 손을 놓고 사는 게 나쁜 짓일까?

 

못 놓는 거는 착한 일이고, 손을 놓는 건 나쁜 일일까?

못 놓고 둘이 다 빠져 죽는 건 어리석은 짓이고

안타깝지만 손을 놓고 나와서 사는 거는 지혜로운 일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착하고 선한 문제일까?

어리석고 지혜로운 문제일까?

 

그런데 왜 지혜로운데 죄의식을 왜 느껴?

자기가 지금 내 질문을 가만히 자기 상황에 적용해보면

자기는 어떤 쪽을 선택할 건지가 이미 나와 있어.

자기는 근심 걱정을 하고 자기 인생을 꿈꾼다 하면서도

부모님의 그 늪에 같이 빠져서 죽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게 되어 있어.

이미 자기 성향이.

 

자기 힘으로 어머니 아버지 동생을 다 건져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자기의 능력이나 자기의 정신상태나 이거로 봐서는 불가능해.

같이 그냥 고생고생하면서 살다가

자기가 좌절하거나 해서 자기가 먼저 죽을지, 부모가 먼저 죽을지 몰라.

 

그런데 자기가 여기서

, 이건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거다,

우선 부모를 구하고 하는 건 나중 일이고 우선 나부터 살아야 하겠다,

내가 살아나면 장대를 가지고 오거나 사람을 불러와서 어머니를 구하든지

너무 늦었으면 시신이라도 건져서 장례라도 치러주는게

둘이 같이 빠져죽는거 보다는 훨씬 더 나은 일이다.

 

가족으로부터 자기가 벗어나서 자기 혼자라도 살면 다행이고

또 그게 제대로 되어서 그때 어머니 아버지를 도울 수 있으면 베스트, 더 좋은 일이고

그런데 지금은 일단 빠져나오는 게 중요하다, 지혜로운 자라면.

 

어리석은 자라면 그냥 안타까움에 사로잡혀서 같이 빠지는 게 좋은 일이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러나 그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러니 여기에는 부모님이 나를 낳아주고 키워주고 그 은혜도 입고

그다음에 부모님의 어려운 처지도 있고

그런 거 다 감안하더라도 지금의 이런 환경에서는 나부터 살아야 한다.

이건 이기심이 아니에요.

지혜로운 판단이지.

 

일단 내가 살아야 한다.

내가 살려면 이 복잡한 것은

어머니는 어머니 인생이고, 아버지는 아버지 인생이고, 동생은 동생 인생이다.

원망할 것도 없고 기댈 필요도 없다.

나는 내 인생을 먼저 살겠다, 이렇게.

 

일단은 자기가 독립을 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든지 돈을 벌든지 결혼을 하든지

자기가 먼저 살아야 하고

그러고 난 뒤에 형편이 되면 빚을 갚아주든지, 간호를 나중에 해주든지 이래야지

지금 같은 상황에 연연하면 같이 빠져 죽는다.

 

세상에서 의리 있다, 효녀다 하는 소리는 들을지 몰라도

자기 인생으로 불행으로 점철된다.

 

그러니 착한 여자가 될래? 지혜로운 여자가 될래?

착한 처냐가 될래? 지혜로운 처녀가 될래?

착한 사람이 되어서 어리석게 살다가 죽는게 낫겠냐?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서 나도 살고 형편이 되면 가족도 구하는 사람이 되는 게 낫겠느냐?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답답할 일이 뭐가 있어?

아파 죽는 재벌보다도 낫고, 감옥에 있는 대통령보다도 나은 21살짜리

이것만 해도 고귀한데

그 고귀함을 내가 살리는 게 중요하지, 그런 정에 연연해서 같이 불행을 겪는 것은 효가 아니다.

그건 어리석은 거지 효가 아니다. 이 얘기에요.

 

그리고 또 부모님이 지금은 섭섭해할지 몰라도

다 이렇게 물에 떠내려가서 가족이 빠져 죽으면, 부모가 다 그래요.

놔놓고 너라도 살아라하고 옛날부터 부모들이 다 그래요.

우선 너부터 살아라하고 이렇게 하는 게 부모 마음이다.

 

그러니 딱 여기서 외면하라는 게 아니라 마음을 딱 끊고, 정을 끊고

자기가 먼저 살아나야 한다.

자기는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럼 아버지 어떻게 하겠냐?

요즘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서서 빚을 지면 고생할 생각을 하면 돼요.

먹을 게 없으면 구청에서 양식 줄 거고

아무 수입이 없으면 다 보조금이 나올 거고

그래서 사실은 걱정할 필요가 없는 거요.

 

처음에 좀 가슴이 아프지

딱 그냥 해버리면 다 저절로 해결이 돼요.

 

그리고 또 뭐, 재물 가지고 건강한 사람도 교통사고 나서 죽는 부모가 생기는데

그래서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가서 장례 치러 드리고 하면 되지

후회할 필요도 없다.

그것은 자기 잘못이 아니기 때문에.

 

자기 잘못이 아닌 것을 자기가 죄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다

, 그런 관점을 딱 세워서 얼굴 표정 환하게 하고

내일부터 부모님에게도 잘 대하고

어머니 안녕하세요, 아버지 안녕하세요.”

 

아버지가 빚 얘기해도

네네 알았어요하지, 그것은 아버지 일이지 내 일 아니오.

 

나는 직장 다니도 내 할 일 하고, 내 공부할 거 하고

집에 있어서 잘 안 되면 독립해서 나오면 되고

있어도 집안일에 상관 안 해야 해요.

자기가 그 책임질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에서, 사회가 책임져야 할 일이지

자기가 책임져야 할 일은 아니다.

자기가 건강하고, 자기가 돈도 많고 그러면

그거는 가족이 책임져야 할 일이지, 사회가 책임져야 할 일이 아니에요.

 

그런데 자기 수준에 정신력, 나이와 건강 상태라면

그거는 가족이라 하더라도 자기가 책임져야 할 일은 아니다.

자기는 자기를 책임지는 게 먼저이고 가족의 문제는 나중 일이다.

관점을 이렇게 가져야 자기도 행복한 인생을 할 수 있다.

 

...

네네, 그러니까 같이 빠져 죽으라는 거요.

외면하기 어려우니까 같이 빠져 죽는 게 좋지 뭐.

내가 처음부터 얘기했잖아.

자기 수준에서 같이 빠져 죽겠다.

내가 물으니 같이 빠져죽겠습니다라고 말했잖아.

 

그러나 살려면 부모라 하더라도 손을 놔야 한다.

시험관 아기를 해서 낳았든, 외부에서 정자를 얻어서 낳았든

성폭행당해서 낳았든, 외간 남자하고 바람을 피워서 낳았든,

그거는 생각이지 아무 중요한 게 아니에요.

아무튼 남자하고 여자하고 만나서 자기가 낳았는데

그 낳는 방식이 어떻게 낳았냐? 그거는 하등 중요한 게 아니에요.

 

부모들은 항상 애들 낳아놓고

내가 너 키우는데 얼마나 고생했냐?” 이런 얘기하는게

아이들한테 큰 부담이 되는 거요.

그렇게 하는 것은 아이들 장래에 장애가 된다.

 

그건 투자한 거하고 똑같아요.

내가 너 키우는데 고생했으니 너 반드시 갚아내라이런 얘기하고 똑같아요.

 

어떻게 고생해서 키워든

20살까지는 부모가 키워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지

그건 빚이 아니에요.

 

20살 넘어서 의지하면 그거는 부모로부터 진 빚이 되고

20살 밑에는 부모의 또는 보호자의 책임에 해당 되지

그거는 자식이라고 해서 빚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20살 넘어서 자기가 할 수 있으면 도움은 좋은데

내가 볼 때는 자긴 지금 남을 도울 처지가 안 된다.

 

다른 아이들 같으면 그 나이에 다 부모로부터 오히려 도움을 받고 살아야 할 처지인데

도움을 안 받는 것만 해도 장한데

그것까지 부담을 질 이유는 하나도 없다.

그건 죄가 아니다, 이거야.

 

그러니까 그런 죄의식을 갖지 말고

이런 가정에서 태어나서 이렇게 자란 나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이런 관점을 딱 가지고 자기 인생을 개척해 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