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2)

[법륜스님의 세상보기] 불안한 국제 환경을 이해하는 지혜의 눈

Buddhastudy 2022. 10. 31. 20:10

 

 

 

Q 얼마 전 핵전쟁도 불사하겠다는 푸틴의 발언이 있었습니다.

독일이 재무장을 선언하는 등 국제 정세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한편 물가상승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불안해지는 가운데 금융위기설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런 국제 정세와 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정체국면으로 들어선 세계경제의 부작용

 

지난 인류의 5천년 역사를 살펴보면

평화의 시대도 있었고 혼란의 시대도 있었고

성장과 쇠퇴의 시기도 있었습니다.

이 세상은 흥망성쇠를 거듭해 왔다, 이런 얘기죠.

 

저와 여러분들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특별한 고난을 겪지 않은 세대였습니다.

부유하다가 몰락해가는 과정에 있던 것이 아니에요.

 

우리가 어릴 때는 정말 배를 곯을 만큼 가난했지만

하루하루 매년 조금씩 좋아져서 세계 최빈국에 속하던 대한민국이

60여 년 만에 세계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기 때문에

우리는 늘 나날이 조금씩 좋아지는 경험만 갖고 있습니다.

 

물론 IMF나 금융위기 때 약간의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그 어려움도 지속되지 않고 1~2년 후에 극복을 했죠.

 

지금 어려움이 닥친 것은

우리가 꼭 실패해서가 아니라

성장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면 저성장 국면에 들어갑니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젊은이들은 어릴 때 굉장히 풍요롭게 자랐는데

미래가 더 나아지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과거의)우리는 어렵게 살아도 미래로 갈수록 좋아진다는 희망이 있었는데

오늘날 우리 사회는 더 나아진다는 희망을 갖기가 조금 어려워졌어요.

 

이것이 젊은이들에게는 조금 답답함을 가져올 수가 있는 거죠.

이런 것이 정신적인 문제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있고요.

사회가 정체 국면에 들어가면 사람이 좀 무기력해지거나

답답해지니까 좀 저항적이 되고

누구를 탓하는 심리가 일어나서

남을 탓하는 포퓰리즘이 생겨나기가 쉽습니다.

 

트럼프 현상이 미국뿐만 아니라 러시아에도 일어나고

중국에도 일어나고 유럽, 영국에도 일어났고

이번에 이탈리아도 극우 정당 출신이 수상이 되는 일이 일어났죠.

인도 같은 데도 강성 지도자가 나오고.

 

이웃나라나 남을 탓하는 분위기가 일어나는 것은

세계 경제가 정체 국면에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강화되는 자국중심주의

 

여기에 코로나,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대중국 봉쇄 전략 등으로 인해

그동안 효율적으로 운영되던 자원 공급이 차단되고 있어요.

 

많은 원료가 러시아나 중국에서 나오고

기초 생산이 주로 중국에서 이루어져서

전 세계로 공급이 됐는데

이것을 미국이 막게 되니까

원자재, 기초 상품 및 부품의 부족이 일어나서

자동차를 주문해도 6개월이나 1년 후에 온다든지

가격이 오른다든지 또 운송이 늦어지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고 경제 위기가 닥치고 있어요.

 

미국은 지난 30년간

중국의 저임금 상품 덕분에 호황을 누렸다고 볼 수 있거든요.

 

이제 코로나로 인해서 자국 중심으로 공급이 되니까

마스크 하나도 중국에서 안 가져오면

미국에서 쓸 수 없는 문제가 생기고

또 중국이 점점 성장해 가면서

미국이 중국을 제어하는 것이 어려워졌어요.

기초 생산과 기초 생필품이 다 중국에서 생산되고

 

분업화되었던 것이 자국 중심 공급으로 바뀌게 되니까

미국에서 이번에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통해

중국에서 생산된 것은 관세를 많이 매기고

미국에서 생산된 것은 세금을 많이 깎아주는 것이 문제가 되는 거예요.

 

우리나라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할 때도

미국에서 생산한 것은 7500, 1천만 원 깎아주니까 경쟁이 안 되겠죠.

이렇게 전부 자국 중심으로 나아가는 분위기 속에서

지금까지의 소위 세계 자유무역협정 체제가

국가주의로 블록(경제체제)별로 움직이면서

지금 좀 혼란이 오고 있는 거예요.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위축되는 경제상황, 큭별한 일 아니다.

 

미국은 물가가 오르니까 물가를 잡으려고 금리를 인상하고

미국 금리가 낮을 때 전 세계로 투자됐던 달러가

미국 금리 인상으로 다시 미국으로 모여들고

주식에 투자했던 돈이 은행으로 빠져나가면서 주가는 떨어지는 거죠.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의 화폐 가치가

미국 달러에 비해 떨어지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요.

 

돈 빌리는 이자가 높아지니까

돈 빌린 사람들이 어려워지고

돈을 빌려서 집을 샀는데 이자가 높아지니까

집값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어요.

'영끌'이라 해서 무리하게 집을 샀다가

지금 어려움에 처하고 있는 거예요.

 

이것은 꼭 경제가 어려워졌다기보다

그동안에 너무 좋아질 거라 생각하고

실수요가 아닌 투기 중심으로 거래를 해온 결과에요.

 

코인이나 집, 주식 등

소위 투자라는 이름으로 부풀었던 투기 거품이

지금 가라앉으면서 많은 경제적 위축을 가져오고 있는 거죠.

 

길게 보면 당연히 이런 결과가 올 수밖에 없는 건데

이것을 마치 날벼락처럼 느낀다면

겨울이 오는 것을 날벼락처럼 느끼는 것과 같아요.

 

해가 기울어지면 날이 짧아지고

겨울이 필연적으로 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가 알 수 있지 않습니까.

 

이미 예측이 된 것이지만

사람은 그게 오늘 올지 내일 올지는 모르거든요.

몇 년을 계산하면 오는 건 분명한데

여기(투기열풍)에 부화뇌동했다가 지금 많은 손실을 입게 된 거예요.

 

이것은 세상의 종말도 아니고

늘 순환되는 것 중 하나에요.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지난 50년을 꾸준히 성장을 해온 경험만 있어서

이 새로운 세상에 대해서 좀 놀라고 적응하기가 어려운 것이지

특별한 사안은 아니라고 볼 수 있어요.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적 세력충돌의 단면

 

국가 간의 이익과 블록 간의 이익이 충돌하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작게 보면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침공하는 것 같지만

크게 보면 세력 충돌이 거기서 먼저 일어났을 뿐이에요.

 

아시아에서는 이런 세력 충돌이

대만이나 한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거죠.

 

지각판이 움직이다가 부딪혀서

화산대에서 지진이나 화산 폭발이 일어나듯이

이런 세력의 충돌이 어느 한 부분에서 먼저 일어난 것뿐이지

특별히 푸틴이 이상한 사람이라서 일어난 것은 아니에요.

 

물론 사람이 어떤 계기를 마련하죠.

충돌의 가능성이 점점 높아질 때

지도자가 조금 감정적이면 충돌이 좀 빨리 일어나는 것이고

또 나라의 지도자가 바뀌면서 충돌이 일어나는 것이지

판이 고요한데 충돌이 일어나는 일은 극히 드문 현상이에요.

 

미국에서 중국산을 전부 규제하면서

중국산 광물도 안 되고 중국산 기초 생산품도 안 된다고 하면

우리는 캐나다, 남미, 호주에서 가져와야 해요.

 

거리도 멀고

이미 유럽이나 미국에게 선점돼 있어서

우리 기업들의 활동이 어렵죠.

우리는 주로 가까이에 있는 값싼 중국산을 이용해서

국제사회에서 많은 이득을 봤다고 볼 수 있겠죠.

 

 

+++어려운 국면일수록 기회를 잡을 가능성 커져

 

이런 것이 꼭 나쁠지 어떨지는 지금 몰라요.

광산물이 북한에 아주 많거든요.

안보적인 갈등이 있지만

대중국 봉쇄로 인한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북한과 대기업, 북미 간의 관계가 개선될 수 있고

오히려 안보를 더 안전하게 가져오는 계기가 될 수도 있어요.

 

항상 좋은 점이 있을 때 나쁜 점을 잉태하고 있고

나쁜 점이 있을 때 거기에 또 다른 좋은 점이 생겨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너무 극단적으로 볼 필요는 없어요.

 

지금 어려운 국면으로 넘어가지만

이 어려운 국면에서 유리한 기회를 잡아내면

오히려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겅예요.

 

좋은 국면에서는

너도 나도 다 좋은 줄 알기 때문에 기회를 잡기가 어렵고

어려운 국면에 처하면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잡기가 쉬운 가능성도 있는 거죠.

 

이런 관점에서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정세를 객관적으로 살피고

드러난 것만 보지 말고

그 밑에서 움직이는 정세도 읽으면서

 

즉 겨울이 오기 전에 이미 겨울을 예측해야 하고

한겨울에 이미 봄이 올 것을 염두에 두는 삶의 자세를 갖는다면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물가가 비싸지고 코로나 때문에 이동이 어려워져서

우리 생활에 불편은 가져오지만

지구환경적 측면에서는

아무리 사람들에게 교육을 시켜도 안 되던 것이

이런 기회를 통해 지구 환경 악화를 늦춰주는 효과도 있거든요.

 

(불황에는)지구환경적으로 기후위기가 늦춰진다고 볼 수 있고

경제적으로 호황일 때는

우리에게 위험한 기후 위기가 점점 가중되기 때문에

항상 어느 하나만 보지 말고

전체적으로 보고 대응을 해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