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덕마음공부, DanyeSophia

나는 누구인가 17. 현대과학에서 말하는 깨달음의 세계

Buddhastudy 2023. 8. 31. 19:26

 

 

 

이렇게 인구가 많음에도 별다른 마찰 없이

우리의 몸이 잘 유지되고 있는 것은 백성들의 희생정신 때문이다.

제국 내의 생명체들은 공동의 청사진을 위해 희생을 불사한다.

자신이 제 역할을 못하게 되면 곧바로 죽음을 선택하는데

이것이 세포의 자살이라 알려진 세포 사멸이다.

또한 중요 기능을 담당하는 것들

예를 들어 심장이나 폐, 간 등은

평생 동안 쉬지 않고 중노동을 하면서도 불평한 말이 없다.

 

 

이처럼 생명 제국의 백성들은

오로지 공동의 번영과 가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있다.

아니 희생이라기보다는

[존재의 의미와 가치의 창조]를 즐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제 본질적이면서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져보자.

 

[나는 누구인가?]

 

지금껏 논했던 생명제국의 통치자인가?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것이 나의 전부일 수는 없다.

 

 

세상에는 만큼 알기 어려운 것도 없다.

얼마나 이것에 대해 알기가 어려웠으면

나를 알면 세상만사 모든 것을 통달했다고 하겠는가!

 

깨달음의 세계에 있어서도 마지막 관문은 늘 나를 아는 문제였다.

그만큼 란 가까이 있으면서도 너무도 아득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다행한 일은 현대과학이 나에 대한 해답을 내놓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다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분자생물학의 [유전자 지도]를 통해 본 나

-둘째, 뇌과학의 [거울뉴런]을 통해 본 나

-셋째, 양자역학의 [이중슬릿 실험]을 통해 본 나

 

 

현대과학에서 어떤 식으로 나를 분석하고 있는지 차례대로 따져보자.

 

[유전자 지도-> 나는 정보이다]

 

3천여 년 전, 이집트의 람세스는

피라미드를 쌓고 미라가 됨으로써 영생을 추구했다.

그리고 500여 년 뒤, 인도의 시타르타는

출발을 통해 인간이 지닌 생로병사라는 한계를 뛰어넘으려 했다.

그리고 다시 200여 년 뒤, 중국을 통일한 진시왕은

권좌를 지키면서 수은이 든 내단을 복용하고 불로초를 먹는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영생은 고사하고 불로장생도 이루지 못했다.

정해진 시간 내에 반드시 생로병사 해야 한다는 자연의 법칙은 너무도 높았다.

 

그런데 이런 인간이 지닌 한계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생로병사 가운데 늙고 병드는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시작했으니

바로 유전자 지도가 속속들이 등장하면서다.

 

유전체란 생명현상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설계도로서

생명의 탄생에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기록이 담겨 있다.

한마디로 도서관과 같은 정보 보관소인데, 이것을 분석하면 불로장생이 먼 나라 얘기가 아니게 된다.

 

최근 들어 급속한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보급의 길이 활짝 열렸다.

초기에 1명의 유전체를 분석하는 비용이 무려 25억 달러였던 것이

2012년에 1천 달러로 내렸으니

이제 100달러 시대가 오는 것도 시간 문제일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유전 암호를 해독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고

이것은 의학뿐만 아니라 인류의 철학적 소양에도 커다란 변혁을 몰아오고 있다.

바로 인간의 모든 것을 디지털 정보로서 파악하기 때문이다.

라고 믿고 있던 대상이 컴퓨터에 입력된 일련의 정보들로서 규정되고

이렇게 됨으로써 인간의 정체성에 심각한 의문을 던지게 한다.

 

유전자 지도는 오늘날 정보 시대의 정점을 찍으며 세상의 변혁을 크게 앞당길 것이다.

그러면서 과거 선승들이나 잡고 있던 나는 누구인가?’의 화두를

인류 모두에게 던지게 할 것이다.

 

정보로서 나를 파악하는 것

이건 얼핏 보면 나가 정보 덩어리로 전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반대일 수 있다.

나가 물질이 되는 것보다는 정보가 월등히 낫다.

물질은 3차원에 갇혀 있지만

정보는 차원의 벽을 넘어 고차원 어디든 넘나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태생부터가 다른 것이

물질은 앞서 말했듯 정보가 만든 환영이지만

정보는 그 자체로 실존의 한 단면이다.

 

그렇기에 유전자 지도가 이끌고 있는 [인간=정보]라는 등식은

수천 년 동안 물질의 한계에 걸려 헤매던 인류에게

희망찬 내일을 예고하는 구원의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정보...

여기에 인간이 지닌 생로병사를 극복하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지 않을까?

 

 

[거울뉴런-> 나는 관계이다]

 

인간의 뇌에는 약 10조 개에 달하는 신경세포 뉴런이 있다.

그 가운데 거울뉴런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외부의 정보를 습득하고 모방하는 기능을 한다.

여기서 이전 세대의 지식을 빠르게 학습하고, 이어서 새로운 지식을 더함으로써 진화가 가능해지게 된다.

 

인간을 다른 동물로부터 구별해주는 이성을 거울뉴런에서 찾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사실 원숭이들의 거울뉴런은 운동을 담당하는 뇌에만 국한되어서

남의 행동을 따라 하거나 단순한 공감을 일으키는 선에서 멈추고 만다.

그들의 거울뉴런이 인간처럼 뇌에 여러 군데 분포하게 된다면

진화의 속도가 급속도로 팽창하여

언젠가는 혹성 탈출에 나오는 원숭이 제국을 이룩하게 될 것이다.

 

사실 고인류학을 보면, 현세 인류는 수백만 년 동안 원시 그대로 존속하다가

4~5만 년 전부터 급속히 문명을 발전시키게 된다.

바로 이 시기에 거울뉴런의 시스템이 자리잡게 됐다고 하니

그 연관성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거울뉴런은 외부와 공명을 일으키는 특이한 현상을 불러온다.

가령 어떤 사람이 팔을 다쳐 고통을 느낄 때

거울뉴런에 의해 이것을 보는 다른 사람의 뇌신경에도 동일한 고통의 증세가 생겨난다.

이때 피부 조직에서 그것은 가상의 고통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래서 다행스럽게 상상 속의 고통에서 멈춘다.

이와는 반대로 꿈속에서 실제와 같은 감각을 느끼는 것은

몸에서 가상이라는 신호를 보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신체의 바깥 부분에 위치하고 있는 인간의 피부 조직은

운동을 통해 외부와의 분별을 일으키고, 여기서 라는 의식을 불러오게 한다.

만일에 분별의 신호를 보내주는 피부 조직이 마비되면

거울뉴런에 의해 발생하는 공명 현상은 현실이 된다.

 

나의 경계를 알려주는 신호가 꺼지면서 남게 되는 것은 뉴런들뿐이다.

뉴런들이 상호 신호를 전달하면 사람들은 함께 느끼고 같은 정보를 공유하게 된다.

 

따라서 60억 인류의 피부세포를 잠시 쉬게 만든다면

지구상의 인간은 단 1명만 남게 된다.

그것은 [공통의 뉴런을 지니고 있는 인류라는 단 하나의 생명체]이다.

이런 일을 전 우주로 확대하면 그야말로 천상천하유아독존이 된다.

 

결국 라고 하는 것은 몸에서 보낸 신호에 의해 구분된 것이 된다.

따라서 신호가 꺼지면 는 곧 전체이다.

이렇듯 거울뉴런을 통한 실험에서 보면 나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관계망의 일부로서 존재한다.

마치 우리 몸속에 위치한 미토콘드리아처럼 전체 생명의 일부로서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뉴런의 공명이 가상일까?

아니면 신체에서 보내는 신호가 가상일까?